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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저는 서울시 메르스 최전선에 있는 검사요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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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보건연구사입니다. 저희에게는 너무나 길게 느껴졌던 이번 메르스사태. 그동안 힘들었던 일, 억울했던 일, 보람되던 일, 재미있었던 일들이 너무 많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저와 동료들은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높지 않다는 WHO의 질병 정보를 믿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하지만 병원 내 감염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진 메르스는 우리나라를 뒤흔들었고 순식간에 저희의 평화로운 일상생활도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메르스 발병 후 본격적으로 메르스 의심검체를 의뢰받고, 메르스가 BL3 등급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저를 비롯한 실험자들은 BL3 실험실에서의 눈물겨운 사투를 시작했습니다. BL3는 국내에 몇개밖에 없는 매우 높은 수준의 초밀폐형 음압실험실입니다. 그리고 메르스 검체 실험에서 가장 힘든 점은 전처리와 RNA 추출 과정이 모두 이 BL3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험자들은 우선 BL3에 들어가기 전 방호복을 입어야 합니다. 아무리 능숙한 요원도 방호복을 입는 데만 최소 10분이 넘게 걸립니다. 실험용 장갑도 2~3겹으로 착용해야 하고, 전 국민에게 유명해진 N95급 이상의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한 후 후드를 쓰고덧신과 토시까지 착용한 다음 테이핑까지 해서 몸을 완전 밀폐해야 합니다. BL3 내에 에어컨이 작동되긴 하지만, 일단 방호복을입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버립니다.
처음 BL3에 들어갔을 때의 두려움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들어간 남자 선생님은 탄광 지하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고 하셨고, 지원 나온 분 중에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우주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표현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렵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그것이 바로 내 일이라는 것은 의외로 사람을 담담하고 비장하게 만들더군요.
처음에는 무섭기만 하던 BL3도 일상의 업무가 되었습니다. 시와연구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12명이 6개의 실험조로 나뉘어 메르스 진단 업무를 하고, 상황팀과 접수팀도 꾸려져 훨씬 체계적인관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인원과 물적 지원이 대폭 늘면서 초기의 살인적인 일정에서는 벗어났지만, BL3 작업시간이 최소 2시간이 넘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후유증이 생겨났습니다.
우선 공통적으로 실험조들에게서 잦은 두통과 귀가 멍한 현상이나타났고, 피부건조증과 목이 건조하고 눈이 충혈되는 증상도 호소했습니다. 몇 주째 주말도 없이 낮부터 밤까지 근무하다 보니가족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실험조의 반 이상이 실험을 마치고 집으로 가면 또다시 가사와 육아를 해야 하는아줌마들이었습니다. 저는 다행히 시댁에서 육아를 전담해주고 있고 메르스 사태 직후 2주 동안 애들을 시골 친정으로 보내 실험에만 전념할 수 있었지만, 아이 맡아줄 곳을 찾지 못한 아줌마 실험자들의 아이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동료는 초등학교 4학년인 오빠가 아픈 동생 밥과 약을 챙겨주고, 엄마가 보고 싶다며 전화기를 붙들고 우는 통에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 힘들었던 것은 최전선에서 싸우는 저희에게 제대로 검사를 못한다는 비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경력에 있어서 저희는 결코 일부 시민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검사 능력을 의심받을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실험자들은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잠도 잘 못 자고, 잠을 자도 계속 실험하는 꿈을꾸곤 했습니다. 중요한 검체들의 경우 4번 이상의 반복실험을 했습니다.
물론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나름 재미있고 보람된 일들도 많았습니다. 우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같이 고생하면서 동료애를 느꼈습니다.
또 실험조 인원이 4배로 많아지다 보니 생긴 북적임과 BL3에서 나오고 나서 샤워 시설이 하나밖에 없다 보니 생기는 남녀 실험자들 사이의 소소한 갈등도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메르스 검사 업무 외에도 소화기 바이러스나 호흡기 바이러스 실험도 해야 했습니다. 어제도 식중독 검사 50건을 처리하느라 아들들이랑 놀아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주변의 격려와 감사 메일에 잠시나마 흐뭇한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메르스와 싸우느라 가정은 뒷전인 며느리를 대신해 아들 셋을 전담해주시는 시어머님께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글 김영은(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
본 콘텐츠는 '서울사랑'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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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 서울사랑 | 제공부서 | 시민소통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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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한해아 | 생산일 | 2016-07-19 |
관리번호 | D0000028037042 | 분류 | 기타 |
이용조건 | 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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