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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기획] 메르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보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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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특별기획


2015년 우리나라 메르스 유행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던 방역과 보건의료체계의 다양한 문제들을 들추어 냈다.


새삼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애써 외면하거나 혹은 ‘괜찮겠지’하고 간주해 오던 우리나라의 방역 및 보건의료의 치부와 약점이 메르스 유행으로 인해 한꺼번에 밖으로 드러나면서 당혹감과 분노 혹은 부끄러움과 반성으로 이끌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기 이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던 급성호흡기 감염병이었다. 원인 병원체인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2003년 사스의 유행을일으켰던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가까운 형제 격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이 보고되기 전까지만 해도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중동 밖을 벗어나 보고된 곳은 영국과 독일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이었고, 미국이나 아시아 국가 일부에서도 보고되었지만 모두 산발적인 사례로 그쳐서 그 수를 다 합해도 30명이 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두 달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18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첫 번째 환자가 중동에서 돌아와 메르스 증상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확진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 신종 감염병 발생을 감지하는 감시체계가 부재하거나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을알 수 있다.


첫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한 후 다른 병원으로 퍼져나가는과정을 보면 초동방역체계, 역학조사가 합리적이지 않았고, 감염병 환자 격리와 접촉자 검역조치 등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도 같은 실수를 연이어 해서 14번째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람의 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방역선을 쳤다. 여기서 빠져나간 접촉자들이 환자가 되어 여러 병원에서 나타나 꼬리를 문 유행이 계속되었다. 환자들이 바이러스를 갖고 도착한 병원들은 대학병원이나 중소 병원을 막론하고 병원감염관리 수준이 낮아 원내 유행을 막지 못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병실 문화와 병문안 문화까지 더해져 병원내 감염관리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유행은 확산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자가격리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자 뒤늦게 이들에 대한 지원이 허둥지둥 발표되기 시작하였고, 코호트 격리로 갇힌 환자와 병원에 대한 지원도 뒷북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다.


유행 초기부터 정부와 일부 자칭 전문가들의 예측은 빗나가기 시작했고, 뚜렷한 이유와 아무런 대책 없이 유행정보와 발생 병원들을 비공개함으로써 국민과 의사소통의 담이 쌓이기 시작했다.국내 전문가는 물론 WHO 전문가의 의견도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일 정도로 위기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우리의 얼굴이고, 나의 얼굴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방역에 나선 말단 공무원의 실수를 벌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고, 특정 개인의 문제는더더욱 아니다. 2003년 사스 유행 전에 보건의료인들은 우리나라에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결국 정부는 사스 사태를 겪고 나서야 질병관리본부를 만들고 음압병실을 만드는 데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때뿐이었다. 그이전이나 그 후에도 감염병 감시체계, 방역체계, 병원 감염관리와 같이 심각하지만 평상시 눈에 안 보이는 문제들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났고 급기야 메르스가 그 허점을 파고들어 온 것이다.


메르스 유행을 통해서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우리의 모습을 새삼스럽게 보게 된 것이다.


2003년 사스 유행 후 한 일간지에 ‘사스가 유행해서 다행’이라는 내용의 시론을 쓴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사스의 유행으로 그나마 방역체계의 구멍을 일부 메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상시외양간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의 백 마디 말은 뒷전으로 듣다가 소도둑을 결국 한 번 겪어야 외양간 수리에 나서는 것은아쉽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더 큰 소도둑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유행에서 드러난 보건의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단기간 과시용 대책과 규제 강화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메르스가 알려준 교훈을 거름 삼아 하나하나 장기간의 전략과 단계적 목표로 바꾸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문 앞에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더 큰 소도둑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병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빵의학교실에서 인플루엔자를 포함한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과 백신 효과 평가, 신종 감염병 대비 및 대응 등 감역병역학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해오고 있다.메르스 전파 경로 역학조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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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기획] 메르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보게 하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703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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