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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서울에서 소리꾼의 길을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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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는 이들에게는 결코 넘볼 수 없는 빛이 감돈다.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열정으로 맞붙는 뜨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소리꾼이 되기 위해 서울에 온 마포 로르(MAFO Laure)에게도 그만의 빛이 있다.
그 빛은 서울을 넘어 전 세계에 가닿아 아름답게 퍼지고 있다.

서울행 이정표가 되어 준 판소리

한국의 ‘소리’에 매료되어 서울에서 새 삶의 ‘판’을 연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은 마포 로르(MAFO Laure)로 카메룬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청년이다. 그에게 한국은 ‘열정의 나라’ 그 자체였다. 회계 전공을 살려 한국에서 근무를 하고 돌아가면 직장인으로서의 성공은 이미 점찍어 둔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했을 정도다. 그런데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고, 그는 프랑스 내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계획을 미루고 또 미뤘다. 그러던 그에게 마법처럼 용기가 찾아왔다.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민혜성 명창의 판소리 공연을 본 순간, ‘춘향가 중 쑥대머리’를 듣는 그 순간, 단단한 결심이 온몸을 휘감았다.

“말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판소리는 그야말로 ‘신기한 소리’였어요. 어떻게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어떻게 이런 감정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죠.” 판소리에 반한 그는 공연이 끝난 뒤 민혜성 명창을 찾아갔고, 즉시 서울행을 결심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오래도록 후회할 것 같았다는 그는 2017년 서울에 도착했다. 한국어와 판소리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 그의 일상이 모두 뒤바뀌었지만 신기하게도 그에게 서울은 안전한 울타리 같았다. “저는 길음동, 안암동, 혜화동을 거쳐 지금은 정릉동으로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서울의 곳곳을 다니게 되었는데, 서울은 참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길을 걸을 때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죠. 제 물건을 지키는 데 집중하다 보면 그 어떤 것도 볼 수 없는데 말이에요.” 안전이 부르는 안정. 어쩌면 서울이라서, 그가 흔들림 없이 판소리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그만의 서울 명소는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을 자주 방문합니다. 경복궁은 한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자 아름다운 정원이 함께하고, 북촌한옥마을에서는 전통적인 음식과 제품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소리꾼으로서 한 곳을 추천해야 한다면 국립국악원을 꼽고 싶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공연도 많으니 이곳에서 전통예술의 가치를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민으로 선정된 영광

마포 로르는 지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판소리를 공부하고 있다. 끝없는 연습으로 입학의 기쁨을 얻은 그는 판소리를 향한 열정으로 삶을 채워 간다. 이제는 ‘소리꾼’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공연에서도 빛을 발하는 마포 로르. 전국 각지에서 여러 공연을 하고 있는데 교통수단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매번 놀란다는 그다. “서울에서는 시내 대중교통은 물론 시외로 나갈 때에도 어디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교통수단은 단연 최고죠.” 마치 서울의 교통처럼 한국과 프랑스 사이를 잇는 역할은 물론, 세계 곳곳에도 판소리를 알리고 있는 그는 2021년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민’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단지 판소리에 이끌려서 시작했을 뿐인데 좋은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여전히 감개무량합니다.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저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마포 로르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명창의 길로 걸어가는 중이다. 판소리는 평생 배우면서, 끊임없이 고쳐 나가는 것이라는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셈이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판소리를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마포 로르. “국악을 낯설어하는 한국의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에게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멋진 소리꾼이자 좋은 선생님이 되어 전 세계에 판소리의 매력을 알리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마포 로르의 포부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명창을 닮았다. 그 어떤 것에도 꺾이지 않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소리가 있으니.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민이란?

서울시정 발전에 기여한 서울 거주 외국인들과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원수, 외교사절 등에게 우호협력 차원에서 수여하는 것으로, 1958년 전후 도시재건에 도움을 준 외국인에게 ‘공로시민증’을 수여하며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총 100개국 900여 명이 선정되었으며, 사회·문화·경제·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공헌에 주목한다. 가장 최근에는 인도 출신 방송인 럭키 씨를 비롯해 18명의 외국인이 ‘서울시 외국인 명예시민’으로 뽑혔다. 이 외에도 대만 출신 중식요리 대가인 여경래 셰프, 하버드대학교마 이클 샌델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임산하 사진 박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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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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