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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친화 도시] “보행자 천국을 가다” 세계인의 보행전용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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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서울의 거리


꾸리찌바 꽃의 거리와 코펜하겐의 스트뢰에 거리


시민이 더 행복하게 걷고, 숨 쉬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보행전용거리. 서울을 비롯하여 세계 곳곳에서는 차량 중심의 거리를 사람 중심의 거리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거리를 살펴보기에 앞서, 이미 오래 전 사람길의 가치를 알고 실천에 옮긴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행친화도시의 네 가지 조건


운전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누구나 길의 처음과 끝에는 모두 보행자가 된다. 따라서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행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도시계획가이자 디자이너인 제프 스펙(Je Speck)은 보행친화성(walk ability)이란 아래의 네 가지 필수조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비로소 성립한다고 말한다.


먼저 유용성(useful)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들이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는 것, 즉, 걷기의 생활화를 의미한다. 안전성(safe)은 보행자가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보행자는 실제로도 안전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 편안함(comfortable)은 도시의 가로(街路)를 ‘내 집의 일부’와 같이 만드는 것이다. 흥미로움(interesting)은 친숙하면서도 특색 있는 건물이 들어서 사람 냄새 나는 거리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보행친화도시란 이런 조건들을 유기적으로 잘 갖추고 있는 도시를 뜻한다.


그렇다면 보행친화도시, 즉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Walkable City)를 만드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환경전문지『 그리스트(Grist)』에 수록된 글에서 크리스토퍼 라인베르거(Christopher B. Leinberger)는 “사람들이 원하는보행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보행친화도시는 이렇게 장구한 세월이 걸려야만 만들 수 있다.


물론 보행전용거리는 특정 구간에 조성되므로 그렇게 긴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다. 지금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보행전용거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데, 여기서는 브라질 꾸리찌바(Curitiba)의 ‘꽃의 거리’와 덴마크 코펜하겐(Copenhagen)의 ‘스트뢰에 거리’에 한정해 간단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꾸리찌바의 보행자 천국, 꽃의 거리


브라질 꾸리찌바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보행자 천국이 있다. 일명‘꽃의 거리’라 불리는 이 보행전용공간의 길이는 1km로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세계 최초 보행전용거리 라인밴(Lijnban, 총연장 1,080m)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브라질 최초의 이 보행자 천국은 1970년대 초반 시민들의 집회 장소이자 ‘저주받은 입(Boca Maldita)’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도시 중심부 근처의 거리를 전격적으로 폐쇄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사업을 이끌어나간 자이메 레르네르(Jaimer Lerner)는 1997년 빠라나(Parana) 주 주지사 집무실에서 필자와 나눈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도시들이 자동차를 위해 보다 많은 건축물을 만들지만, 우리는 자동차보다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꽃의 거리’를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든 직접적인 동기지요.”


이 같은 철학 아래 보행자 광장을 조성하기 위한 레르네르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바로 ‘11월 15일의 거리’와 두 개의 짧은 다른 가로 사이의 폐쇄였다. 이후 일부 상점주들과 자동차 클럽의 성난 회원들의 거센 반대가 계속되었지만, 레르네르는 각종 위기 상황에서도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그 대신에 시청 직원들에게 보행자 몰에 기다란 종이를 깔아놓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는데,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그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이 작은 승리를 통해 꾸리찌바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를 존중하는 문화적 혁명의 단초를 마련했다.


그 후 꾸리찌바 시에서는 주민들이 신뢰하도록 거리에 가로등과 키오스크, 벤치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고 화분을 배치했다. 또한 거리 중간에 레일을 깔고 폐전차를 가져다가 놀이공간이 있는 탁아소(현재는 어린이용 도서관으로 운영)를 만들었다. 그리고 근처 도로의 차도를 좁히거나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고, 굴곡차선을 만들어 감속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단주를 설치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한 배려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날 이곳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거리미술제가 열린다. 또 무수히 많은 캠페인과 길거리 전시회, 문화행사, 정치집회 등이 열리는 핵심거점으로서 꽃의 거리는 꾸리찌바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금 꽃의 거리는 꾸리찌바를 넘어 남미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행자 전용거리로 알려져 있다.




코펜하겐 스트뢰에 거리에서 공연을 하는 예술가. 이곳에서는 크고 작은 축제가 자주 열린다. (ⓒ Niels Jinneberg)스트뢰에 거리 풍경. 앉아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 City Clock Magazine)길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 Jenny Lingstam)궃은 날씨에도 스트뢰에 거리는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Sakena)


코펜하겐의 상징, 스트뢰에 거리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부는 중세 거리의 풍경과 유서 깊은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북유럽 최초로 조성된 보행전용거리 스트뢰에(Strøget)가 있다.
1962년에 개장한 스트뢰에는 코펜하겐 시의 주요 쇼핑 거리이자 산책로이다. 오늘날 유럽 최장(最長)의 자동차 없는 거리로 약 5만 5천 명의 보행자를 수용할 수 있다. 이곳은 때때로 시민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걸어야 할 만큼 인산인해를 이룬다. 필자가 방문했던 2003년 2월에는 진눈깨비가 내릴 정도로 좋지 않은 날씨였는데, 그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리와 건물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고 있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다른 도심에서도 지역 상인들의 요청으로 신속하게 보행전용거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전환된 길의 대부분은 자동차와 사람 모두에게 이용이 허용되었지만 보행자와 자전거에 우선순위를 주었다.이 밖에도 코펜하겐에는 감멜토르브(Gammeltorv)와 뉘트로우(Nytrov)와 같은 대규모 공공광장뿐 아니라 그라브로드레토르브(Grabrodretorv)와 같은 소규모 광장도 곳곳에 위치해 있다. 보행자거리와는 대조적으로, 광장은 도시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앉아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들 공공광장은 바쁜 보행자는 물론이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시민들을 수용하며, 때로는 다양한 도시축제를 여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이로 인해 코펜하겐의 시민광장과 보행전용거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평균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행자의 천국, 서울을 꿈꾸며


서울시 곳곳에도 보행전용거리가 있다. 앞으로도 보행전용거리를 주택가, 공원 등 생활공간을 중심으로 점차 늘려나간다고 한다. 물량 위주의 계획도 중요하지만, 보행친화성이란 한 곳에 집중되었을 때 힘을 발휘한다.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도심은 모든 배가 밀려오는 밀물과도 같은 곳이다. 도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걷고 싶은 보행자들의 천국이 될 때 도시 전체가 좋아진다. 변화는 바로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두 도시 사례를 보면서 나는 서울시가 이제 자신의 위상에 걸맞게 도심에 세계적 수준의 보행전용거리를 갖춰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걷기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도시의 활력을 가늠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고 한다. 국제사회와 비교해 봐도 전혀 손색이 없도록 도심에 보행자들의 천국을 한 번 만들어보자.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의 소장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에 관한 다양한 집필활동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도시의 로빈후드 (뉴욕에서 몬드라곤까지, 지구를 바꾸는 도시혁명가들)>, <꾸리찌바 에필로그(세계화에서 지역화로, 지구를 살리는 창조적 도시혁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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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친화 도시] “보행자 천국을 가다” 세계인의 보행전용거리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700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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