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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학교 화장실 디자인 디렉터 김경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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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말하고 어른들은 들어요 학교 화장실 디자인 디렉터 김경인 대표지난 4개월간 진행된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만들기'를 통해 시범 학교 화장실이 확 바뀌었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의 합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많은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그리고 디자인 디렉터인 김경인 대표(㈜브이아이랜드)의 소통과 열정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전문가인 동시에 엄마로서 학교 화장실을 새롭게 가꾼 김경인 대표를 만나보았다.사진-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시범 학교인 둔춘고등학교의 화장실

어른들은 몰랐던 학교 화장실의 속사정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만들기’ 모델인 서울미동초등학교 화장실 앞. 김경인 대표가 새롭게 바뀐 화장실을 둘러 보고 있다. 어른이 여자 화장실과 남자 화장실을 오가며 살피는 게 이상했는지 어린 학생 하나가 다가와 “누구세요?”라고 묻는다. 화장실 고칠 때 도와주었던 선생님이라고 답하자 “예전에는 화장실이 춥고 어두워서 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정말 좋아요. 예쁘게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는 도망을 간다. 김 대표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스민다. “사실 제가 한 일은 하나도 없어요. 학생들이 다 바꾼 거예요. 어른들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죠. 학교의 디자인을 바꾸는 일이란 그래야 하거든요.”

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 만들기를 위해 7개 학교를 부지런히 오간 김 대표. 그런데도 자신은 한 일이 없다며 손을 젓는다. 단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편견 없이 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이들이 손을 씻을 때 세면대가 높을수록 몸이 바짝 닿아 옷이 젖는다는 것도, 어른들이 획일적으로 만든 화장실 문 옷걸이는 키가 닿지 않는다는 것도, 책가방을 멘 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는 것도요. 또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이 발견한 문제점이 다르고, 성별에 따라 원하는 게 또 다르죠. 사실 우리도 사업을 시작한 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알았어요.”

기능으로 태어난 아이들의 경험과 감성

아이들의 목소리는 화장실의 ‘기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세면대와 화장지 높이는 아이들 키에 맞게 낮아졌고, 세면대와 소변기 앞에 선반을 놓고, 책가방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생겼다. 또 어둡고 음침하다는 아이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동시에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조명을 밝게 하고 음악이 나오도록 했다. 대신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든 조명은 LED 조명으로 바꿨다. “단순히 아이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아이들의 경험과 감성이 기능으로 발현되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는 것이 중요하죠. 단순히 화장실을 바꾼 것이 아니라 학교를 바꾸고 학생들도 바꾼거예요.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직접 화장실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어요. 또 어른들은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는 불신은 사라지고, 자신들의 생각이 절대 쓸데없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죠. 또 다른 아이들은 화장실을 쓰면서 학교도 얼마든지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거예요.” 학생들이 일으킨 공간의 변화가 또다시 학생들의 변화로 선순환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말대로 아이들은 새롭게 꾸민학교 화장실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간다.

화장실에서 시작될 서울의 변화

학교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김 대표의 노력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마, 우리 학교 화장실은 삭막해요.”라는 아이의 한마디에 2007년 처음 학교 화장실에 관심을 가졌다는 김경인 대표. 본래 경관디자인이 전공이지만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문화로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사단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사단법인 설립 후 많은 학교를 변화시켰지만 회사 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일을 쉬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서울시에서 함께하자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오랜 경험과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이 있었기에 일을 시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끔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려는 어른들과 부딪혔지만, 그때마다 “우리보다 아이들이 더 전문가예요. 우리는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듣기만 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시범 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시만의 새로운 화장실 개선 시스템이 탄생했다.

“획일적이고 삭막한 학교의 모습이 도시 전체의 미관을 해칠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학교 화장실이 학교 전체의 미관을 해칠 수도 있죠. 반대로 생각하면 학교 화장실이 바뀌면 학교가 바뀔 수 있습니다. 학교 화장실을 바꾸는 데 많은 전문가들의 재능기부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달라진 화장실을 통해 학교가 바뀌고 아이들이 바뀌고, 나아가 도시가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는 김경인 대표. 그의 생각대로 앞으로 학교를 시작으로 서울이 더 아름다워지길 기대한다.

 

화장실에서 각 시설의 기능을 설명하는 김경인 대표, 물비누 높이, 수도꼭지 하나까지 허투루 놓지 않았다.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꾸미고 꿈꾸는 학교 화장실'은 학생, 학부모, 교사, 설계사,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화장실에서 모두가 미래에 대한 꿈을 꾼다는 의미이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한 화장실 개선 과정에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화장실 디자인 TF팀'을 구성, 직접 참여하였다.

 글 이성미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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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터뷰] 학교 화장실 디자인 디렉터 김경인 대표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99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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