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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 시민들을 위한 숲 속 놀이터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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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길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산
서대문구에 위치한 안산은 높이 295.9m의 나지막한 산이다. 생김새가 말이나 소의 등에 짐을 싣기 위해 사용한 길마와 닮았다 하여 길마재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어머니의 산이라고 해서 모악산(母岳山)이라고 불렸다. 조선이 건국되고 당시 문신이었던 하륜(河崙)이 도읍을 정하기 위해 이곳에 올라 지세를 살펴보았다고 하니 나지막한 모습에 비해 존재감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안산은 서대문 독립공원이나 금화터널, 서대문구청, 봉원사 등 어디를 들머리로 잡아도 두 시간 이내에 정상까지 충분히 닿을 수 있어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또 근교산자락길의 한 코스인 안산 자락길은 보행약자는 물론 유모차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조성된 숲길로, 등산로 곳곳에 20여 개의 약수터가 있어 물통 하나 가볍게 들고 오르기에도 좋다.
우선 서대문구청을 들머리로 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서대문구청으로 난 옆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금세 깔끔하게 정돈된 안산 자락길 초입에 닿는다. 정돈된 길을 따라 들어선 나무들은 햇살을 가리고 싱그러운 공기를 내뿜으며 산을 찾은 이들을 반긴다.
안산 자락길은 7㎞ 길이의 순환형 길이기 때문에 길을 따라 무심코 걸으면 어느새 처음 들어선 곳에 다시 서게 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숲으로 이루어진 터널에 들어서는 느낌마저 준다. 자락길에 들어서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메타세쿼이아길과 마주한다. 쭉 뻗은 목 데크 옆으로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수십 그루의 나무는 도심의 빌딩숲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청량감을 준다. 1970년대 초반부터 안산의 조림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하니 4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정상을 다녀온 후 하산길에 다시 자락길을 걷기로 하고, 이정표를 따라 봉수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봉수대에 올라 서울을 한 품에 안다
봉수대는 자락길 곳곳에서 연결된 샛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비교적 평평한 자락길과 달리 봉수대로 향하는 길은 숨을 헐떡이게 할 만큼 경사가 가파르다. 바위산인 탓에 정상 부근에는 유독 큰 바위들도 많아, 만만하게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 흙과 바위가 섞인 야생의 길을 따라 땀을 닦으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봉수대를 만나게 된다. 땀 흘려 정상에 오른 이들만이 맛볼 수 있는 열매는 바로 봉수대의 360도 전망이다. 봉수대에 서서 시내를 둘러보면 한눈에 담기에는 벅찬 풍경이 펼쳐진다. 가깝게는 인왕산과 북한산, 멀리는 여의도의 고층 빌딩과 관악산 줄기도 한눈에 보인다. 이렇게 낮은 산에서 이토록 장쾌한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놀라움이 더욱 커진다.
놀라움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기며 찬찬히 둘러보면 동쪽으로 성곽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인왕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세종로길과 종로의 풍경이, 남쪽으로는 남산의 모습과 그 너머 강남의 빌딩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안산 자락에 어깨를 마주한 연세대와 그 너머 김포 일대의 풍경이, 북쪽으로는 보현봉과 문수봉을 위시한 북한산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에 서자 마치 투명 유리 위에 올라선 듯 서울이 환하게 뚫렸다. 서울 시내 동서남북 어느 곳 하나 놓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조망을 자랑하는 안산은 남산이나 북악스카이웨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전망이다.
4대문에서 살짝 옆으로 비껴 솟은 덕에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안산은 그 옛날 봉수대의 역할을 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안산의 동봉과 서봉에 봉수대가 있지만 현재 서봉은 군사시설이 있어 출입이 제한되기에 아쉽지만 동봉의 모습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정상의 풍경을 마음껏 즐긴 후 표지판을 따라 다시금 자락길을 향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안산 자락에 있는 봉원사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국불교태고종(太古宗)의 총본산으로, 4백 년 묵은 느티나무와 조선의 기틀을 세운 삼봉 정도전의 친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안산의 숨은 속살, 자락길을 걷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자락길은 정상길과는 달리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경사도를 5도 이내로 한 데크길은 그 흔한 계단도 하나 없다.
완만하게 놓인 나무 데크를 따라 걷는 길은 산책에 가깝다. 무엇보다 길이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이다. 그 때문인지 길을 걷다 보면 임산부나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락길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벼운 운동화 차림이다. 덕분에 가파른 산비탈에는 지그재그로 데크를 설치해 경사도를 줄인 세심함이 더욱 빛이 난다.
숲에서 들리는 새 소리,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숲 그늘이 짙은 곳마다 작은 쉼터인 북카페가 자리한다. 많은 종수는 아니지만 정자와 탁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준비한 도시락을 먹기에 좋은 장소다.
북카페 외에도 자락길 곳곳에는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긴 의자를 만날 수 있다. 걷다 지친 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는 ‘이 의자는 산림 내 쓰러진 나무를 재활용하여 제작하였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숲의 작은 부분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은 모습에 한 뼘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걷기 쉬운 길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꽤 높은 지점에 자락길이 위치한 덕분에 곳곳에서 서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상과 또 다른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자락길은 또한 메타세쿼이아뿐 아니라 잣나무, 가문비나무, 아까시나무 등 다양한 종들이 숲길 코스를 이루고 있다.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도 좋지만 꼭 모든 코스를 한 번에 돌지 않고 다시 찾을 수 있는 여운을 남기는 것도 좋다.
10분 남짓 걸어 코스 마지막에 자리한 독립공원에 도착하니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주변의 풍경이 바뀐다. 독립공원을 지키고 서 있는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는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이 우리가 놓치고 사는 ‘자연’의 속살을 보여준다면, 이러한 역사적 장소는 우리가 알고 살아야 할 ‘역사’의 속살을 보여준다. 모두 우리가 지금 안산을 찾아야 할 이유다.
글 정윤희 사진 나영완
본 콘텐츠는 '서울사랑'에서 게재중인 콘텐츠 입니다. 서울사랑
문서 정보
원본시스템 | 서울사랑 | 제공부서 | 시민소통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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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한해아 | 생산일 | 2016-07-19 |
관리번호 | D0000028036928 | 분류 | 기타 |
이용조건 | 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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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6-07-19 부서 : 시민소통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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