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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산] 삶과 죽음을 품은 산에서 가을을 즐기다 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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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유난히 혼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높고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에도 푸른 꿈이 솟아나는 걸까. ‘우수의 계절’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가을, 발걸음 천천히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망우산으로 향했다.
사람의 역사, 한국의 역사를 모두 품다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산은 해발 281.7m로 높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한강과 남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까지 조망할 수 있어 답답했던 마음까지 확 풀어진다. 정상 능선과 아래로 형성된 둘레길과 순환도로는 지역 명소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망우저류조공원을 들머리로 잡았다. 망우저류조공원에서게이트볼과 축구 등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을 뒤로하고길을 올랐다.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 전 13도창의군탑 앞에서 의병들의 활동을 돌아보았다. 13도창의군은 일제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통감부를 격파하고 국권을 회복하고자 전국에서 모인 전국의병부대였다.
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다 보면 망우리공원을 만나게 된다. 망우리공원은 한때 2만 기가 넘는 묘소가 빼곡히 자리해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의 지시로 조성된 서울시의 유일한 공동묘지였으며, 1990년 이후 공원화 사업을 시작하여 현재는 초기의 30% 수준의 묘소만 남아 있다. 한때 올림픽을 준비하던 사격 및 양궁팀 선수들이 야간 담력 훈련 장소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파리를 여행하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페르 라셰즈’에는 쇼팽, 마르셀 프루스트, 오스카 와일드, 몰리에르 등이 잠들어 있다. 묘지 사이를 산책하며 한 송이 꽃을 헌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여행객들은 죽음보다는 그들의 삶을 먼저 떠올린다.
망우리공원에도 우리나라 위인들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다수의 일반인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이며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명인 한용운, 어린이운동의 효시인 방정환, 민족사학자 문일평, 종두법을 널리 보급한 한글학자인 지석영, 화가 이중섭과 이인성, 문인 박인환과 최학송 등 근현대 역사 인물을 만날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근심을 잊는다(忘憂)’란 뜻의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 역사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서울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하기를 기대해 본다.
가을에 더욱 걷고 싶은 사색의 길
망우리공원 내에는 5.2km에 달하는 산책로인 사색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참나무, 조팝나무, 아카시아나무 등이 양옆으로 늘어서 멋진 산책길을 선사한다. 타박타박 길을 걷다보면 차임벨 소리를 내며 앞질러 가는 자전거족을 만나기도 한다. 능선 주위로 이어지는 사색의 길은 전체가 묘역사이로 형성돼 있어 특별함을 선사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장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사색의 길이 더욱 계절과 어울린다.
사색의 길 곳곳에는 우리 현대사에서 큰 획을 그었던 이들의 연대기를 새긴 연보비가 세워져 있다. 학창 시절 외우려고 부단히 애썼던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등의 시비도 있어 오랜만에 풋풋했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다.
과거를 떠올리며 나무 사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앞에 한강의 풍경이 펼쳐진다. 사색의 길을 걷는 동안 조금은 무거워진 마음이 강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조금 더 걸으면 북한산과 도봉산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어, 자연의 정기를 그대로 받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만나는 고구려의 흔적
사색의 길을 걷다보면 정상으로 향하는 보루길을 만날 수있다.
흙길을 따라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망우산 정상 능선엔 고구려의 옛 보루터가 남아 있다. 아차산과 용마산을 잇는 보루 시설은 그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원래의 형태와 규모를 찾기가 어렵지만 무너진 석축 일부와 주변에서 발견된 토기 조각 등을 미루어 고구려가 한성백제를 장악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망우산 정상 보루까지 흙길을 따라 걸으며 삼국시대에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던 역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망우산 보루길은 옛 한양의 외사산 능선을 탐방하며 고구려의 발자취까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울창한 나무와 한강,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정상에서 현대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망우산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세상을 등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3보루와 2보루를 거쳐 용마공원 방향으로 내려왔다. 반나절, 짧은 시간이지만 망우산을 둘러보며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트레킹을 즐기고 싶다면 정상으로 향하는 보루길을, 숲길의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사색의 길을 걸으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가을에 어울리는 선택일 것 같다.
글 정윤희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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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정보
원본시스템 | 서울사랑 | 제공부서 | 시민소통담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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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 한해아 | 생산일 | 2016-07-19 |
관리번호 | D0000028036916 | 분류 | 기타 |
이용조건 | 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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