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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울] 한강의 선물 ‘소유한다는 것과 공유한다는 것’_이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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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선물 ‘소유한다는 것과 공유한다는 것'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 사진은 우리 삶 속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 그리고 시간의 한계성 속에서 중요한 순간을 어느 때라도 쉽게 담을 수 있게 하는 사진. 이 사진이라는 도구는 하나의 감각이 되어 우리와 이어져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러한 폭발적인 사진의 인기 요인은 인간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욕망을 채우고, 또 안정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시간과 공간은 흐르는 순간 속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일 뿐이지 그것의 실체는 알 수 없습니다. 흐르는 시공간을 프레임으로 캡처하여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사진의 기능은 마치 우리가 경험한 소중한 순간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또 영원할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게 됩니다. 이러한 환상이지만 사실이 되어버린 이미지에 대해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러한 ‘이미지적 사실’은 우리에게 개별적 소중한 순간을 기억하고 느끼게 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어떤 중요한 대상에 대한 관계성의 불안을 줄여주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사진은 점점 삶의 일부이자 소유의 한 부분이 되어 우리에게 만족과 안정감을 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을 넘어서는 사진의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나친 소유와 과시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입니다. 언론에서 다뤄진 것처럼, 금강송을 찍기 위해 다른 금강송을 베어버렸다거나 자신이 찍은 식물을 다른 사람들이 찍지 못하게 없애버렸다는 등의 행동들이 위의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욕망의 선이 우리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선을 넘는다면, 그것은 대상의 존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상을 투쟁하여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동물의 세계와 같이 되는 것입니다. 거기에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강한 욕망이 결합한다면, 자신이 바라본 세계만이 참 세계라고 주장하면서 그 안의 세계 안에서 닫힌 자신을 바라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지나가는 한강의 순간을 놓칠까 봐 또는 소유하지 못할까 봐 늘 불안했습니다. 마치 내 프레임 속으로 끊임없이 그림들을 획득하려는 하나의 이미지 헌터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한강보다 내가 경험하고 느낀 한강이 더 중요했고 그것을 이미지화시키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습니다. 당시 저에게 한강은 나를 표현하는 대상으로서의 한강이었을 뿐 우리들의 한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조그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강과 결합된 내가 아니라 한강 자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마치 아이가 ‘어, 부모가 나와 같지 않네.’라고 느끼는 분리와 발달의 중요한 단계처럼 한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저 멀리서 흐르는 한강은 그냥 당연히 흐르는 한강이 아니라 저 산에서 한 방울씩 흐르는 수없이 많은 물방울의 집합체였습니다. 또한 내가 경험한 서울 속의 한강은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할머니가 삶의 한 부분으로 함께한 한강이었습니다. 이런 한강은 역사 속 우리 삶의 배설물들을 견디면서 우리에게 생명의 물을 주는 그런 어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한강은 우리에게 당연한 듯 그러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든 그렇지 않든 언제나 변하지 않는 장소에서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제공합니다. 또 한강은 우리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작가로서 제가 한강에서 배운 것은 이것입니다.

 
제가 한강이 준 선물로 만든 ‘이미지적 사실’의 감동을 누군가에게 보여줬을 때 그것은 사람들의 경험들과 결합하여 또 다른 이미지, 한강을 만들어냅니다. 고된 삶의 순환 과정 속에서 제 사진을 보고 한강이 좋아졌다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저에게 다른 어떤 말보다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유했을 때의 즐거움보다 ‘공유’했을때의 행복을 알게 해준 것, 이것이 한강이 저에게 준 가장큰 선물이었습니다.



이현권 : 현재 정신과 전문의, 국제정신분석가 교육 과정 중에 있으며,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한강을 걷다.','1년'이란 주제로 개인전 4회를 열었다. 예술과 인간, 사회와 인간과의 관계를 무의식적 언어로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 · 사진 이현권(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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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울] 한강의 선물 ‘소유한다는 것과 공유한다는 것’_이현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92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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