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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제] 바늘 한 땀으로 더 포근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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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간 한복집을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일과 봉사를 좀더 체계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찾은 마을기업 바늘한땀의 곽경희 대표를 만났다.기업을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성공이나이윤창출보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 이라고 말하는 곽대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가는 그녀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스물다섯 아가씨, 한복집을 차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에 취직했지만 입사한 지 2년 만에 사표를 냈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한복집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손재주가 좋아 바느질을 잘했고 옷 만드는 일이 즐거웠기 때문. 주위 사람들 대부분은 “20대 처녀가 무슨 한복집이냐”고 말렸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고 한복집을 개업했다. 어느덧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한복집은 날로 번창했고, 듬직한 남자와 결혼해 잘생긴 아들도 얻었다. 바쁘게 살던 어느 날, 급성간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실에 환자복을 입은 채로 앉아 있으니 왜 이렇게 돈과 성공을 좇아 살았는지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때, 가족이 없거나 가난한 어르신들의 장례식이 변변한 수의 한 벌 없이 치러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그 길로 수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봉사 활동을 하다 보니 헛헛하던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고, 내 인생을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다른 도전, 마을기업
봉사 활동을 10년 동안 하다 보니 더 생산적이면서 사회에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던 나는 마을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마을기업에 대해 교육도 받으러 다니고공부에 몰입하던 중 서울시의 마을기업 지원사업공고를 봤다. 2013년 봄 나는 배냇저고리 봉사 활동을 함께 한 ‘엄마품속의 천사(미혼모들에게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는봉사활동 모임)’ 사람들을 모아 함께 마을기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나는 30년간의 경험을 녹여내어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사업명, 예상 수익금, 사회 기여도 등 계획서 작성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을기업 인큐베이터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낼 전통 당의 앞치마와 배냇저고리의 상품성과 사업의 사회적 기여도 등을 최대한 반영해사업계획서를 만들었다. 나의 경험과 ‘엄마품속의 천사’ 사람들의 노력이 빛을 발해서였을까. 우리 바늘한땀이 서울시마을기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발품팔아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다
마을기업에 선정된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우리는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천을 새로 주문해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천을 불에 태워도 보고, 옷고름에 천연 염색도 해봤다. 작년 가을에 디자인 구상을 시작한 전통 당의 앞치마는 올 1월이 되어서야 완성되었다. 우리 바늘한땀은 사업을 계속 확장해서 인사동에 ‘made in china’가 적힌 상품이 아니라 한국의 이름을 단 문화 상품을 만들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질의 상품을 통해 어르신들은 일자리를 얻고, 사정이 어려운 이는 후원을 받게 되니 이보다 더 뜻깊은 일이 있을까 싶다. 또 미혼모들에게 배냇저고리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열고, 젊은 학생들에게도 일할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이곳이 미혼모들에게는 교육 장소, 어르신들에게는 소일거리를 할 수 있는 직장, 젊은이들에게는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나는 우리의 바늘 한 땀 한 땀으로 조금 더 넉넉해지는 세상을 희망한다.





글 진정은 사진 이서연(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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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제] 바늘 한 땀으로 더 포근한 세상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82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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