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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광화문 연가’를 따라 ‘정동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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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이야기를 낳고, 이야기는 다시 노래가 된다. 장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노래의 사연이 덧 입혀지고, 그 장소는 그저 지나치는 길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로 각인된다. 가장 많은 대중음악에서 노래한 도시, 서울. 노래가 만들어 낸 서울의 이미지를 만나보는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첫 번째 서울의 노래와 장소는 ‘광화문 연가’와 ‘정동길’이다.

이별의 길에서 연인의 길로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 옆길로 들어서면, 무채색의 딱딱한 도시를 잠시나마 잊게 하는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예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차보다 사람을 먼저 품어주는 넉넉함이 있고, 절로 걸음을 늦추게 되는 고즈넉함이 있다. 덕수궁 돌담 길이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이유다.
1988년 발표된 작곡가 이영훈의 ‘광화문 연가’는 아직 많은 것들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정동길을 낭만적인 가사로 그린다. 음악분수대를 중심으로 10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킨 빨간 벽돌의 정동교회와 서울시청 별관부터 미 대사관저를 마주하며 덕수궁을 감싼 돌담길의 풍경은 곡이 풍기는 서정적 정서와 닮아 있다. 그리고 그 풍경이 만나는 자리에는 지금 작곡가 이영훈을 기리는 노래비가 자그마하게 놓여 있다. 정동길에 노래를 입힌 ‘광화문 연가’ 작곡가를 위한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세월의 자취
덕수궁 돌담길로 시작되는 정동길은 정동제일교회 앞 로터리부터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진다. 정동길은 붉은 벽돌로 지은 근대 건축물을 여태껏 품은 근대문화유산 1번지이기도 하다. 길이 오래된 만큼 곳곳에서 사적지와 기념비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한문 옆길부터 시작되는 길에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정동극장이 문화의 향취를 전하고, 빨간 벽돌의 정동교회가 이국적 풍취를 더한다.
정동교회는 1887년 10월 미국 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에 의해 세워진 베델예배당이 그 시작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건물이자 최초의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항일 활동의 거점으로 이곳에서 독립선언문이 비밀리에 등사되었고, 독립협회의 중추가 된 청년 모임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유관순 열사가 일본 헌병에 붙잡히기 전에 파이프오르간 뒤에 숨어 있었던 역사적인 현장이기도 하다. 현재 100년 이상 정동길을 지켜온 교회 앞 뜰에는 아펜젤러와 한국인 최초의 담임 목사였던 최병헌 목사의 흉상이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과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서울의 타임캡슐
정동극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덕수궁의 연회행사 공간이었던 중명전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2층 벽돌 건물인 중명전은 원래 고종황제의 도서관으로 지어졌지만 1907년 고종이 헤이그에 밀사를 파견한 현장이자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일제에 의해 박탈당한을사늑약이 맺어진 비극의 장소가 됐다.
정동길의 끝인 경향신문사 근처에 다다르면 아담한 공원과 함께 이국적인 새하얀 탑이 눈에 들어온다. 1896년 아관파천의 역사가 담겨 있는 러시아 공사관의 망루다. 그 당시 기록에 의하면 높은 탑과 화려한 정문으로 매우 이채로운 건물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새하얀 망루만 남아 있는 상태다. 러시아 공관 외에도 이곳 정동에는 서구 열강의 공관과 종교단체가 모여 있었고, 당시 외교관들의 사교모임인 외교구락부도 있었다. 19세기의 정동길은 지금 정부종합청사와 대사관,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광화문 사거리와 같은 의미를 가졌던 것이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한 정동길은 반대편 경향신문사 쪽 길에서 끝나게 된다. 지도상으로 보면 대한문과 경향신문사, 광화문 네거리가 꼭지점을 이루는 삼각형 모양이 된다. 그 삼각형 안에 우리나라의 근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번화한 광화문 사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지만 웅숭깊은 곳에 깊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광화문 연가’의 가사 그대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추억을 되짚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광화문 연가’의 작곡가인 고 이영훈 씨는 생전에 정동길을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정동길을 사랑하고 노래로 남긴 이는 그 한 사람만이 아니다. 원로 작사가 정두수 씨가 1961년 한밤중에 이 거리를 산책한 후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가사를 일기장에 남겼고, 이것이 2년 뒤 가수 진송남 씨를 통해 노래로 발표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글 권내리 사진 이규철(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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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광화문 연가’를 따라 ‘정동길’을 걷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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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79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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