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그곳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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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중심지에서 서울의 대표 문화 중심지로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알싸한 이국의 향기가 코끝에 걸리는 이태원은 다양한 세계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 안의 작은 문화 용광로다.
이태원은 조선시대, 남대문을 지나 한양에 들어가기 전 거쳐야 했던 곳으로 역사적으로도 외국인들이 정보를 공유하던 곳이다. 또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미군 사령부가 인근인 용산에 주둔했고, 이로 인해 이태원에 외국 문화가 쉽게 전파되면서 ‘한국 속의 작은 외국’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때 불미스러운 사건들과 정서적 이질감으로 내국인들이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게 여겼던 이태원이 3~4년 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리를 정비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하면서 유행의 선도자들이 찾는 핫 스폿(hot spot)이자, 다양한 정서와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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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들이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하게 여겼던 이태원이3~4년 전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리를 정비하고 말끔한 모습으로 단장하면서 유행의 선도자들이 찾는 핫 스폿(hot spot)이자, 다양한 정서와 문화가 공존하는 서울의 대표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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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거리, 다양한 색채가 공존하는 곳
여러 문화가 공존해서인지 이태원은 거리를 따라 다양한 풍경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해밀톤 쇼핑센터 뒤편에 위치한 세계음식거리다. 정통성 있는 외국 음식점들이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골목으로 과거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한식당들이 자리 잡았던 곳이다. 이 거리에 10여 년 전부터 인도, 중동 음식을 중심으로 벨기에, 중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들어서더니 지금은 남아프리카 요리에서부터 불가리아 요리까지 맛볼 수 있는 명소가 됐다.녹사평역 부근에 형성되기 시작한 ‘로데오거리’도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과거 외국인들이 주로 찾던가죽 제품과 의류 매장이 있던 곳에 최근에는 젊은층을 공략한 의류와 패션 소품 상점들이 늘어나며 이태원의 패션중심거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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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건물과 한강진역 사잇길은 갤러리카페나 고급 레스토랑들이 생기면서 젊은 여성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2010년 꼼데가르송 대형 매장이 생기면서 ‘꼼데거리’란 이름이 붙여진 이곳에는 최근 명품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며 이태원의 새로운 쇼핑 스폿으로 각광받고 있다. 10여 년 전 형성돼 꾸준히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앤티크가구거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거리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직수입한 제품들을 상인들이 직접 꼼꼼히 검사해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내 앤티크 가구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소하고 사랑스러운 이태원의 속살, 골목길
이태원역을 부근으로 한 이른바 이태원의 ‘번화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실핏줄처럼 얽힌 골목에 주택들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개중에 고급 주택들이 간간이 눈에 띄지만, 그 흔한 아파트를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티로폼 화분에 제각각 담긴 식물이나 제멋대로 얽힌 전깃줄, 낡은 시멘트 계단은 그 자체로 이태원 풍경을 이룬다. 과거 다양한 인종, 동성애자, 먹고 마시는 문화밖에 없었던 이 골목길에 이런저런 디자이너 숍이나 공방, 대안문화 공간들이 들어서면서 ‘이태원 골목 정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혹자들은 진짜 이태원의 맨얼굴을 보려면 더 작고 더 높은 ‘골목길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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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트렌디한 골목, 경리단길
최근 이태원에서 가장 핫한 거리는 경리단길이다. 경리단길은 녹사평역에서 경리단까지, 그리고 경리단에서 하얏트호텔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태원과 한남동이 화려하고 세련된 공간이라면, 그 옆으로 비켜서 있는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트렌디한 게 매력이다. 이태원과 마찬가지로 이국적인 음식이 가득한 이곳은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주택가와 함께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골목 구석구석에서 찾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경리단길은 ‘맥주 순례길’이라고도 불리는데, 사람들이 골목 입구에 서서 맥주를 마시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수제 맥주의 시초이자 맥주 만들기 클래스도 운영하는 ‘맥파이’, 백두산·한라산·남산 등 한국의 산 이름을 딴 맥주를 판매하는 ‘크래프트웍스 탭하우스’, 캐나다 ‘미션 스프링스 브루 컴퍼니’의 6가지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더 스프링스 탭하우스’ 등은 대표적인 순례길 코스다. 수제 맥줏집들은 점차 인기를 끌면서 곳곳에 분점까지 내어 대한민국 맥주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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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반의 스폿, 이태원 소방서 뒷골목
이태원 소방서 뒷골목에는 다양한 이반의 스폿들이 모여 있다. 게이클럽, 트렌스젠더바, 아프리카와 중동, 파키스탄 등 제3세계의 레스토랑 그리고 화려한 이태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이모골목’이 있다. 이 골목의 정식 명칭은 이화골목, 과거 이화시장 자리였던 곳이다. 지방 소도시의 먹자골목을 연상케 하는 이 골목에는 이모들이 운영하는 11개의 작은 선술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각 가게의 이모들은 길게는 40년, 짧게는 25년 동안 이 골목에서 영업을 해왔다. 11개의 식당에는 각각 다른 간판이 붙어 있다. 하지만 단골들은 모두 자신의 단골집을 ‘이모네’라고 부른다. 그래서 각기 다른 단골을 두고 있는 친구들끼리 이 골목에서 약속을 잡을 경우 어느 이모네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혼선을 겪는 경우도 있다.

사람 사는 냄새, 청춘의 열정이 느껴지는 우사단길
이태원 이슬람 중앙성원 앞부터 한남동 도깨비시장까지의 골목길은 우사단길이다. 터번을 둘러쓴 여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건물들 사이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 꽤 매력적이다. 어떤 이는 이곳을 두고 ‘시간이 멈춰버린 마을’이라 말한다. 1980년대 세워진 이발소, 전파상, 담배 가게 등이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로 카페, 작업실, 스튜디오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멈춰 있던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괴테의 말이 떠오르는 우사단길은 지금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기에 아주 좋은, 에너지가 끓는 거리다. 이 길에서는 매달 마지막 토요일, ‘계단장’이라는 이름의 벼룩시장이 선다. 계단장을 추진하고 진행하는 이들은 ‘우사단단’이라는 이름의 단체로, 동네에 거주하는 청년과 예술가들로 구성돼 있다. 마을 주민이자 다양한 ‘생계 전선’에 종사하는 예술가들로 구성된 멤버들이 직접 제작한 상품들로 채운 좌판은 볼거리 가득한 만물상 같다.
낮은 담벼락, 사뿐사뿐한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가벼운 공기의 냄새가 흐르는 낡은 골목길과 화려한 패션과 음식, 문화의 다양함이 공존하고, 서로 다른 개성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거리이자 서울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유의 거리 이태원. 시간의 추억과 흐름이 한동네에서 보여지는 신기한, 때론 모순투성이인 이태원의 골목길에서 올가을 이태원 프리덤을 외쳐보자.





글 이연주(자유기고가) 사진 이서연(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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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번호 D0000028036901 등록일 2016-11-15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