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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아주 오래된 서울,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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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목 : 삼청동 시 내용 : 난 낯설은 의자에 앉아서 난 낯설은 거리를 보면서 난 낯설은 소식을 듣고서 난 낯설은 생각을 하면서 난 낯설은 바람이 지나가 버린 곳에 살아 조금도 변하지는 않았어 아직도 난 그대가 보내 준 마음, 소식 듣고 싶어 이런 내맘 아는지 때론 쉴 곳을 잃어가도 넘어질 듯이 지쳐가도 아무 말 없이 걸어가리 그대 있는 곳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 작사, 작곡, 노래 루시드 폴- QR코드를 찍어보세요. 노래 듣기로 연결됩니다.- 모든 것은 변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는데 하물며 길이나 건물 따위가 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오래된 것을 '철거' 하고 '새것'을 세우는 일이 난무하는 시대지만 아직까지 시간이 누적된 풍경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 있다. 60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마을, 삼청동이다.


삼청동은 늙은 마을이다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삼청동은 늙은 마을이다. 600여 년의 시간 동안 삼청동은 경복궁과 창덕궁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봤고, 청와대가 지어질 때도 세월을 관조하는 노인처럼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고층 빌딩들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칠 때도 고요히, 낮은 곳에서 서울의 변화를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삼청동’이라고 부르는 곳은 사실 삼청동 주변 일대를 의미한다. 경복궁의 광화문을 중심으로 오른편 일대를 삼청동이라 부르는데, 거기에는 옛날 사간원들이 살았던 사간동부터 안국동, 소격동, 재동, 계동, 화동, 팔판동, 가회동까지 여러 마을들이 몰려 있다. 삼청동은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6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삼청동은 여전히 자세가 낮다. 고도제한과 같은 까다로운 규제와 가까이 가기엔 왠지 꺼림칙한 것들이 가로막고 있었던 탓이다.

정독도서관은 1977년 개관하여 오랜 세울 삼청동의 길목을 지키고 있다.


광화문 혹은 안동십자각 앞 출판문화회관과 갤러리현대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됐지만 대부분 거기까지 가곤 끝이었다. 어쩌다 그 위쪽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기무사 앞에서 숨을 죽였다.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총검 든 경비병 앞을 지날 때면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하지만 빨리 걸었다. 그런 다음 청와대 앞길과 국무총리 공관 앞에서 다시 숨을 죽여야 했다. 그런 탓에 삼청동은 1990년대까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광화문에서 차로 5분, 걸어도 15분 거리밖에 안 되는 곳인데도 평일 낮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한적했다. 서울 전역이 재개발 열기에 휩쓸려 있는 동안에도 이곳만은 세월이 비껴간 듯 고요했고, 그 덕에 아직까지 이곳엔 오래되고 낮은 한옥들이 옛 모습으로 남아 있다.

노래 : '난 낯설은 의자에 앉아서 난 낯설은 거리를 보면서 난 낯설은 소식을 듣고서 난 낯설은 생각을 하면서', 사진 왼쪽 : 삼청동 골목에서 만난 부엉이 박물관. 간판에 그려진 부엉이가 골목을 지나는 이들을 큰 눈으로 바라본다. 사진 오른쪽 :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삼청동 카페


변한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워진다는 것이다
도심 속 섬 같던 이곳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인사동 집값이 오르자 화랑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이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사동과 삼청동을 잇는 문화지구가 만들어졌다. 개발제한과 한옥보존지구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됐던 게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청와대 앞길 개방과 국군기무사 이전 또한 이 변화에 기름을 부었다. 화랑이 들어서면서 어느샌가 예술을 하는 사람,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삼청동 길목으로 찾아들었다. 들고 나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세탁소, 철물점, 분식집이 있던 거리엔 못 보던 카페가 생기고, 예술을 꿈꾸는 젊은 새 이웃도 생겼다.

노래 : '난 낯설은 바람이 지나가 버린 곳에 살아 조금도 변하지는 않았어 아직도 난 그대가 보내준 마음, 소식 듣고 싶어 이런 내 맘 아는지'


정독도서관 사거리에서 삼청동길로 이어지는, 이름도 예쁜 화동(花洞) 골목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삼청동이 팽창하기 시작하고, 북촌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변모하면서 정독도서관부터 풍문여고까지 이어지는 소격동 일대가 카페와 먹자골목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제 정독도서관 앞길은 더는 ‘삼청동 가는 길’이 아닌, ‘목적지’가 됐다.
삼청동의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무한직육면체 큐브처럼 다시 짜 맞춰지고 있다. 이 변화가 조금은 남다른 이유는, 시간을 누적한 삼청동 골목의 공기 때문인지 이곳의 가게들은 무언가를 기억하는 데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변화를 만드는 이들은 한옥과 주택을 자연스럽고 멋스럽게 개조할 줄 알고, 오래된 물건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모아 놓으며, 손님들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펴내기도 한다. 그들은 오래된 마을의 풍경과 사람, 소소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다.


골목살이의 풍경을 보다
삼청동 큰길가에서는 고즈넉한 삼청동이 언제였을까 싶지만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에 들어서면 여전히 고즈넉한 골목살이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동네 안쪽으로 아주 살짝만 들어왔을 뿐인데 정겹게 붙어 지내는 한옥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구비구비 이어지고, 사부작사부작 그 길을 걷노라면 자연스레 긴장의 끈이 풀리면서 발걸음이 느려진다. 키 작은 담장을 따라 목소리는 낮아지고 팽팽한 신경 또한 느슨해진다. 그리고 새삼 ‘삼청동이 변했다.’는 아쉬움이 조금은 잦아든다. 그래서 삼청동 산책은 천천히, 오래오래 하는 게 좋다.
삼청동 한옥마을은 한쪽은 낮고, 다른 편은 키보다 조금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사이사이 난 계단길은 마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걷기에 맞춰 지은 듯 조붓하다. 이 골목에서 만나는 북촌의 한옥은 독특한 양식을 띤다. 낮은 지붕물매, 굴도리, 겹처마, 좁은 주간에 많은 칸수 등 전통 한옥과 비교할 때 비록 온전히 품격을 갖추지는 못했더라도 한옥 본연의 구성과 아름다움이 오롯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대청에 유리문을 달고, 처마에 잇대어 함석 챙을 다는 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해 멋을 냈다.

사진 왼쪽 : 카페 거리 속 독특한 외관의 카페들도 눈에 띈다. 사진 오른쪽 : 아름다운 벽화들도 놓칠 수 없는 삼청동의 볼거리다.

계단길을 따라 계속 위로 오르면 한옥마을을 지그시 굽어볼 수 있는 삼청동 전망대길에 닿는다. 이곳에서 만나는 오래된 기와의 산뜻한 선과 원경에 들어차 있는 마천루의 모습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못지않은 정취를 뽐낸다. 가까이는 삼청동길과 경복궁부터 멀리는 청와대와 인왕산까지 낮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

노래 : '대론 쉴 곳을 잃어가도 넘어질 듯이 지쳐가도 아무 말 없이 거러가리 그대 있는 곳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 사진 : 종로구민의 문화 안식처가 되고 있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숲 속의 쉼이 있다
삼청동 거리의 끝에는 동네 주민들의 안식처인 삼청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월드컵공원이나 올림픽공원 같은 큰 곳은 아니지만 북악산 자락에 위치해 어느 공원보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산책하기 좋은 숲 속 같은 공원이다. 물이 맑고 숲이 맑아 덩달아 사람의 마음까지 맑아진다고 해서 ‘삼청(三淸)’이라고 불린 곳답다.
공원 안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북촌인심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숲속도서관’이 그것이다. 오두막처럼 아담한 규모의 도서관은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해 만든 것으로 안목 좋은 도서관 지기가 골라놓은 멋진 책들로 가득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창틀방에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다. 좋은 원두로 내린 커피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미덕도 지니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신세대의 세련된 감성을 포용하고 있는 곳. 더 이상 변질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곳이면서도 계속 변화하기에 늘 새로운 곳, 삼청동. 마음이 느슨해지고 싶을 때, 묘한 공존의 아우라가 가득한 이 오래된 마을을 걸어보자.





글 이현주(자유기고가) 사진 이서연(AZA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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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그곳을 가다] 아주 오래된 서울, 삼청동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94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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