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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서울 기행] 학술·법조·문화가 어우러진 도시, 서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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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크다. 우선 25개 서울 자치구 중 면적이 가장 크다. 45.3km2로 서울시 전체 면적 605.5km2의 7.5%나 된다. 자치구가 커서 그런지 포진한 시설들도 대부분 매머드 급이다.



서초구 순례는 아무래도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예전 동대문고속버스터미널이 수용 한계에 이르자 1977년 3월 1일을 기해 이곳으로 터미널을 옮겨 경부 지역은 물론 호남, 영동, 충청 등 각처를 오가는 고속버스의 기종점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물론 전국 최대의 고속버스 터미널인 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노후화되자 터미널 일대는 을씨년스러운 풍경 일색이 되어버렸다. 재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것이다. 2005년 8월, 호남선을 수용할 센트럴시티터미널과 영동선 대합실, 화물 집하장을 준공해 참신한 터미널로 재탄생했다. 특히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센트럴시티터미널 사이에 신세계백화점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자리해 쇼핑과 숙식까지 할 수 있는 편리한 21세기형 터미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과 7호선, 9호선이 교차하는 고속터미널역을 나와 서울 성모병원을 지나서 길 건너 서울지방조달청을 지나치면 거대한 건물 단지를 만나게 된다. 바로 국립중앙도서관이다.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 15일 지금의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자리에 개관한 국립도서관은 장서 수용 한계로 1974년 12월 남산 어린이회관(현 서울과학관 남산 분관)으로 옮겼다가, 1988년 5월 반포동으로 신축 이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국내 최대 장서 자랑하는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은 부지 면적 14만2천233m², 연면적 3만4천773m²에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이고 국립디지털도서관은 연면적 3만8천14m²에 지상 3층, 지하 5층 규모다. 2013년 8월 31일 기준으로 국내 서적 629만6천74권, 외국 서적 113만9천140권, 비도서 147만9천14권, 고서 27만2천920권 등 총 918만7천148권을 소장하고 있어 국립중앙도서관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자랑한다. 장서 중에는 국보 제148-2호인 <십칠사찬고금통요(十七史纂古今通要)> 1책을 비롯해 보물 9종 39책(38책+1괄), 서울시 유형문화재 15종 48책, 등록문화재 17종 62책 등 귀중한 자료도 다수 있다.


도서관이라고 해서 도서 관련 업무만 하는 게 아니다. 지난달 15일엔 ‘도서관에서 시작하는 한반도 문화 통일’을 주제로 도서관 개관 68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디지털도서관 소회의실에선 주 1회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이곳엔 디지털도서관 외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도서관, 그리고 북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북한자료센터도 있다.



문예 향기 그윽한 학술원과 예술원


국립중앙도서관을 나와 몽마르트공원을 바라보며 오른쪽으로 가면 단아한 건물이 나온다. 바로 대한민국 학술원과 예술원이다. 이름만으로도 권위가 느껴지는 학술원과 예술원은 우리나라 학술과 예술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학술원(원장 박영식)은 학술 발전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인문·사회과학·자연과학 부문의 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1952년 제정된 문화보호법에 따라 1954년 3월 25일 초대 학술원 회원 50명을 선출하고 같은 해 7월 17일 개원했다. 1988년 12월 31일 대한민국학술원법이 제정되면서 정원이 150명으로 늘었고 지원도 확대됐다. 주요 활동은 학술 진흥에 관한 정책 자문과 건의, 학술 연구와 지원, 국내외 학술 교류와 학술 행사 개최, 대한민국학술원상 수여, 기타 학술 진흥에 관한 사항 등이다. 매년 국내외 학자들을 초청해 국제 학술 강연회를 열고 학술원 논문집, 학술원 회보, 학술 총람, 국제 학술 강연 논문집, 영문 요람, 학술 연구 생활 회고록, 한국학 연구 입문 등의 학술 도서를 발간하고 있다.


연임이 가능한 임기 4년의 명예직으로 정년 퇴임한 학자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따금 현역 학자도 선임된다. 6개 분과로 구성되는 인문사회과학부회와 5개 분과로 구성되는 자연과학부회의 ‘최고 석학’이라는 것 자체가 더없는 영예 아닌가.


이제 예술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예술원(회장 김정욱)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원로 예술인을 우대하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954년 학술원과 함께 설립된 대한민국 예술의 대표 기관으로 예술 진흥에 관한 자문 또는 건의 등 필요한 사업을 수행한다. 회원은 회원 총회에서 선임하며(임기 4년), 회원 자격은 예술의 창작·진흥에 현저한 공로가 있는 대한민국 원로 예술인이어야 한다. 학술원과 예술원은 매년 9월 각각 학술원상과 예술원상을 시상한다.


여기가 파리야? 서울이야?


권위가 철철 넘치는 두 기관을 나와 동광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갑자기 상큼한 분위기의 거리가 나타난다. 이름 하여 ‘서래마을 카페 거리’.
방배중학교에서 사평대로에 이르는 약 500m는 그야말로 프랑스 파리의 한 곳을 옮겨놓은 듯한 이색 공간이다. 노천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고 프랑스 음식점과 와인 바도 즐비하다. 이곳은 무엇보다 서울프랑스학교가 유명하다. 그래서 등하교 시간엔 엄마들로 북적인다. 한국 아이도 더러 있다. 한 석학급 학자가 미모의 큐레이터와 자주 찾았다는 이탈리아 식당도 하나 있다. 나도 준단골쯤 된다. 서래마을을 흔히 ‘서울 속 파리’라고 한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거주 프랑스인 중 절반 정도가 서래마을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래 마을 빌라촌에 프랑스 사람들이 하나 둘 입주하기 시작해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서래마을 구경을 끝냈다면, 동광로를 따라 다시 내려온다. 양쪽으로 넓은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옛 정보사령부 터를 가꿔 만든 서리풀공원이다. 서리풀공원은 산책하기가 좋다. 2012년 ‘서울의 걷기 좋은 길’ 10선에도 뽑혔다.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에서 시작해 서래공원-서리골공원-누에다리-누에조각상-몽마르트 공원-서리풀공원-방배역을 거치는 코스다. 정겨운 이와 함께하는 산책이라면 몽마르트공원에서 대충 서래마을 카페 거리로 빠져도 상관없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완고한 자세로 서서


서리풀공원을 지나며 왼쪽을 보니 보기에도 위압적인 초대형 건물 두 동이 나그네를 압도한다. 앞 건물은 사법부의 본산 대법원이고, 뒤 건물은 검찰의 본산 대검찰청이다. 그중 대검찰청 건물은 얼마 전까지도 수장의 사퇴를 놓고 연일 관심의 초점으로 뉴스에 자주 등장하던 곳이다. 반포대로 건너엔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 기관 중 중구 서소문동에 있던 서울법원청사(서울고법·지법)와 서울검찰청사(서울고검·지검)는 1989년에, 역시 서소문동에 있던 대법원청사와 대검찰청사는 1995년에 서초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법원과 검찰청을 중심으로 주변에 자연스럽게 변호사 사무실이 들어서면서 ‘서초동 법조 타운 시대’가 열렸다.


송사를 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가 통용되지 않는, 올바른 판결이 나오는 세상을 잠시 생각하며 서울교육대학교를 지난다. 이 일대 곱창집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역이 지역이라 그런가? 값이 착하지 못한 게 흠이다.


이제 딱딱한 법률 공부는 뒤로하고 예술의 향기를 듬뿍 느끼러 가자. 억지로 ‘예술의전당’이라는 부제를 붙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11번 버스를 타면 ‘진짜’ 예술의전당에 데려다준다.



‘Hall of Art’가 더 어울리는 곳, 예술의전당


‘Seoul Art Center’라는 영문 이름이 별로 맘에 들지 않지만, 아무튼 예술의전당은 전당이다. 우선 크고 작은 전시가 연중 끊이지 않고 열린다. 대표 전시장인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대영박물관전>, <바티칸 박물관전> 등 기획 전시 외에도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11월만 해도 <마리오 테스티노전>(10월 19일~11월 30일)을 필두로 <2013 목우국제구상미술제>(7~13일), <함 섭 한지 작품전>(9~17일), <제3회 FIBER ART FAIR>(16~20일), <기산 정명희전>(23일~12월 1일) 등이 열린다.


한가람디자인미술관과 서울서예박물관에서도 만만치 않은 전시회가 열리곤 한다. 지난해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선 <고흐>전이, 서예 박물관에선 <다산 전시회>가 각각 열려 한동안 관객들의 발길이 잦았다. 지금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선 <피카소의 절대미>가 전시되고 있다. 공연은 또 어떤가! 콘서트홀·자유소극장·CJ토월극장·IBK챔버홀·리사이틀홀에서 연일 연극, 발레, 연주회 등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오페라하우스. 휠체어석 29석을 포함해 총 2천552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는 그야말로 세계 수준의 오페라극장이다. 


예술의전당은 교통편은 좀 불편하지만 자리 하나는 참 잘 잡았다. 바로 이웃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와 국립국악원, 국립예술단 공연 연습장이 함께 우면산 끝자락에 들어서 거대한 단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술적 환경은 일대를 변모시켜놓았다. 예술의전당 앞 교차로 삼거리 인근에는 유독 악기점이 많다. 예전엔 종로에 악기점이 많았는데, 예술의전당 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악기점 또한 이곳에서 새로운 상가를 이룬 것이다.



국정원 등 공공 기관 많은 자치구


서초구는 법조 기관 말고도 공공 기관이 많기로 손꼽히는 자치구다. 우선 내곡동에 대한민국 국가 정보 수집의 총본산인 국가정보원이 있다. ‘自由와 眞理를 향한 無名의 獻身’이라는 원훈을 지닌 그곳에 두 번 갈 기회가 있었다. 한번은 권총 사격도 했다. 젊은 시절엔 이 기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적도 있지만 정보는 국력이고,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국가 안위가 위협을 받기 때문에 국정원의 존재는 소중하다. 정치적 문제에 연루되지 않는 독립 기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우면산 자락에는 서울시교육연수원, 서울시인재개발원, 서울시소방학교가 있는가 하면 서초구청 근처엔 외교센터와 외교사료관도 자리하고 있다. 우면산 뒤편 양재동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우면동) 등이 있다.


우면동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2011년 여름 이곳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형촌마을 120세대 중 60세대가 흘러내린 토사 때문에 고립됐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지난여름 한 방송의 뉴스를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복구라고 해놓은 게 폭우가 내리면 다시 떠내려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돼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었다. 그런 일이 없어야 진짜 선진국 아닌가.


곳곳에 녹지 공간 포진한 녹색 도시


그래도 서초구는 복 받은 자치구다. 서울시 자치구 중 공원을 포함한 고만고만한 녹지가 꽤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앞에 순례한 공원이나 녹지 말고도 서초구청 뒤 말죽거리공원(그래놓고 보니 <말죽거리 잔혹사>의 김부선이 생각나네), 양재시민의숲, 방배3동에 있는 매봉재산, 방배2동의 새우촌공원, 서리풀공원 끝자락의 효령대군(세종 둘째 형님) 묘, 헌인릉 인근의 내곡동 일대 역시 맑은 산소와 테르펜 등 피톤치드를 내뿜는 서초의 허파다.


참, 녹지와 관련해 중요한 것 한 가지가 빠졌다. 바로 대모산-구룡산 능선 등산 코스다. 일원터널에서 시작해 불국사 → 대모산 정상(293m)- 구룡산 정상(306m)-구룡약수터로 이어지는 3.5km는 철을 가리지 않고 종주하는 이들로 붐비는 인기 트레킹 코스다.


재계 1·2위 회사 사옥이 자리한 곳


이제 서초구 순례를 끝낼 때가 됐다. 그런데 그냥 끝내면 섭하지 아니한가. 이곳엔 재계 순위 1위인 삼성전자의 서초사옥이 강남역 근방에, 재계 순위 2위인 현대·기아차 사옥이 양재동에 각각 진을 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업 브랜드 순위를 매기는 인터브랜드가 9월 30일 발표한 순위에서 8위를 차지해 국내 기업 최초로 톱 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43위, 기아차도 68위에 랭크됐다. 서점과 보험으로 유명한 강남교보타워도 신논현역 코너에 있다.






글 윤재석(언론인) 사진 나영완 일러스트 문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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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75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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