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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그래,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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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요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했다.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은 노인의 정의는 물론,
노년의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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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복합문화체육센터에서 검도를 수련 중인 시니어 검도 클럽 회원들.

내년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평균수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제10회 경험생명표에 따르면 국민 평균수명이 남성은 86.3세, 여성은 90.7세로 지난 경험생명표보다 각각 2.8세, 2.2세 늘었다.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하고 활동적인 중장년층이 오프라인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여가·소비 활동을 즐기며 능동적으로 생활하는 통상 50세 이상 인구를 칭한다. 버니스 뉴가튼 미국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말한데서 시작된 용어다. 미국에서는 이 젊은 노인들을 ‘액티브 시니어’라고 불렀고, 일본에서는 ‘영 올드’를 줄여 ‘욜드(YOLD) 세대’라고 불렀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지난 2020년 ‘세계경제 대전망’에서 “젊은 노인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 액티브 시니어가 소비재·서비스·금융시장을 주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와튼 스쿨의 마우로 기옌 교수도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 “60세 이상이 전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들이 중요한 변화의 축을 담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이미 이들에 의한 사회 변화는 조용히, 그러나 깊숙이 시작되고 있다.

자녀·손주보다 내 삶이 더 중요해진 최초의 노인 세대

과거 노인들은 은퇴 후 집에 머물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황혼의 삶을 선택했다. 하지만 늘 새로운 삶을 개척해온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이 된 액티브 시니어는 소극적인 노년을 맞이하던 실버 세대와 달리 건강한 자기 계발에 투자하며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노인’이라 뭉뚱그려 칭해온 노년층과 차별화된다.

무엇보다 이들은 ‘미래지향적’이다. 기존 노년층과는 아예 삶의 방향성이 다르다. 노년기를 ‘자아실현기’로 인식하는 까닭이다. 이들은 계획적이고 적극적인 노후를 설계한다. 가치관도 달라졌다. 실속과 합리를 추구한다. 삶의 태도와 소비관도 사뭇 다르다. 여유를 즐기고 다양한 취미를 가지며, 자식이 아닌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한다. 지난해 포커스미디어와 한국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한 액티브 시니어 아파트 입주민 조사에 따르면 시니어 2명 중 1명이 ‘자녀·손주보다 내 삶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티브 시니어는 누구보다 당당히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사회 활동을 이어간다. 은퇴 이후에도 활발히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은 분명 우리가 아는 박제된 이미지의 노인과 다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초 발표한 ‘한국 노인의 삶과 인식 변화: 노인실태조사 심층분석’ 보고서를 통해 “노인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으로 간주하고 그에 따른 정책 수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생 2막 설계 플랫폼 ‘베테랑 소사이어티’를 운영하는 이두희 대표는 최근 한 온라인 강의에서 “과거 은퇴자들이 휴식을 취하며 노후를 보냈다면 이제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채롭게 분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주변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알고 싶어 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니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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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카페 커피정원에서 주문을 받고 있는 시니어들.

‘액티브’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연령대는 55~69세

몇 년 전 은퇴한 오구석 씨는 186cm의 큰 키를 앞세워 2년 전 액티브 시니어 모델을 뽑는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 더 그레이스>에 참가했다. “모델을 하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시니어가 되어 모델 대회에 참가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는 그는 대회 참가가 자신감을 충전하는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고 말한다. “대회를 통해 멋진 시니어를 많이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덕분에 동기부여가 되었고, 노년을 더 멋지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3년 전 그만둔 검도를 다시 시작한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기 위해 조만간 승단에 도전할 것이라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시니어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에서 꿈을 이룬 액티브 시니어도 있다. 평생 영어 강사로 활동해온 박선희 씨는 지난해 은퇴를 앞두고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은퇴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건강식 실천하기, 카페 운영하기, 동호회 가입하기, 정원이 있는 집 짓기 등이 목록에 올랐다. 올해 초 인터넷 검색을 통해 성북시니어클럽을 알게 된 그는 시니어클럽의 지원으로 버킷 리스트에 적은 꿈을 모두 이뤘다. “일주일에 이틀은 장위동의 시니어 카페 커피정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카페 모임 자체가 동아리처럼 운영되고 있어 일과 취미, 인간관계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에요. 이곳에 출근하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져요.” 시간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를 모두 얻은 노년이야말로 자아실현을 위한 최적기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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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시니어클럽의 ‘요리노리’ 쿠킹 체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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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검도를 다시 시작한 시니어 모델 오구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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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효과는 물론 자세 교정 효과도 탁월한 시니어 검도.

장구, 파티 풍선 만들기 등 다양한 시니어 활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실버인형극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재옥 씨는 엄마와 아내로만 보낸 젊은 시절보다 ‘나’로 사는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하고 파티를 준비하다 보니 점점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웃을 일이 많으니 엔도르핀도 더 생성되는 것 같고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어요.

”액티브 시니어의 출현과 성장은 통계가 말해준다. LG경영연구원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의 특징으로 ‘탄탄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나 중심의 선택적 소비’를 제시했다. 연구원은 액티브 시니어의 성향이 가장 두드러지는 연령대를 55~69세로 보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의 성향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55~69세의 인구는 2029년 전체 인구 중 24.7%를 차지해 인구 비중의 정점을 찍는다. 25~39세의 청년과 비교하면 인구 비율이 2022년 기준 1.1배에서 2057년 2.1배까지 꾸준히 성장해 거대한 소비 집단이 될 거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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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 <빨간 모자와 늑대>를 준비 중인 실버인형극단.

전용 수업부터 전문 서비스까지, 지금은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

시니어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대응하는지 연구해온 전 고려대학교 교수 이동우 에이지랩코리아 대표는 65세 은퇴와 사회적 보살핌으로 대표되는 ‘노령 담론’이 낡은 생각이라고 지적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간 중심 기술이 혁신적 시니어 소사이어티와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시니어의 영향력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문화 쪽이다. MZ세대는 물론 그보다 한참 어린 알파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7080 가요 붐과 트로트 열풍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확인된다. 유튜브 시장에서도 50대 이상은 가장 많은 이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의 주요 뉴스 댓글도 50대 이상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업들도 달라진 시니어를 주목하고 이들을 돌봄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고령 세대를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재편하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붐이 일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전문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사들은 5060 세대의 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이미 무한 경쟁에 돌입했고, 대교는 올해 4월 처음으로 시니어를 위한 교육 채널을 론칭했다. 시니어를 겨냥한 주거·식재료, 기타 생활 관련 서비스 등의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과 검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실버 서퍼’가 늘고 로봇과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정보화 기술의 최우선 수혜자도 고령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래전에 작가 코맥 매카시는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미래를 음울하게 바라보는 노인 보안관을 그려냈지만, 2024년 정성문 작가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를 통해 노인의, 노인에 의한, 노인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 가상현실을 그려냈다. 춤추고 여행하고 자기 계발 수업에 참여하는 시니어가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무대가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는 지금, 분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서울, 인생 2막을 설계하다 ‘서울런4050 ’

중장년의 인생 2막 설계를 도와주는 ‘서울런4050’의 수준 높은 강의가 펼쳐진다. 서울런4050 온라인 콘텐츠는 크게 중장년 특화 강좌(유료)와 이직·창업 관련 직업 역량 교육(무료)으로 나뉜다. ‘서울런4050 중장년 특화 과정’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고, 더 오래 일하고 싶은 전환기 중장년을 집중 지원하는 4050 세대 맞춤형 콘텐츠로 구성된다. 강좌는 제2의 직업을 통한 레벨업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직업 전환 콘텐츠’(132개)부터 100세 시대 나만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직업 역량 강화 콘텐츠’(211개), ‘부가 수익 창출 콘텐츠’(83개)까지 다양하다. 수강료는 강좌마다 다르다. 구독제 서비스 메뉴를 클릭하면 인기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1만여 개 강좌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서울런4050 홈페이지  sll.seoul.go.kr
학습지원센터  1599-3665(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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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에 다시 잡은 검이 그리 반가울 수 없습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의지와 정신력만큼은 예전보다 낫다고 느낍니다. 일주일에 세 번 검도를 하면서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니 새로운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올해는 검도승단에도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 오구석 (시니어 검도 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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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인생의 꿈 세 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60세까지 일하고 이후에는 은퇴해서 새로운 삶을 사는 것, 또 하나는 카페를 운영하는 것, 마지막 하나는 꽃을 가꿀 수 있는 주택에서 사는 것. 세 가지 꿈을 모두 이룬 지금, 너무나 행복합니다. 노년은 다 끝난 시기가 아니라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있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 박선희 (시니어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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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이 결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린 후 어딘지 모르게 헛헛하고 소속감 없는 인생을 사는 느낌이었어요. 실버인형극단에 참여하면서 일주일에 한두 번 동료들을 만나 인형극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면서 활기를 되찾았어요.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즐겁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즐겁습니다. 또 아이들을 만나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젊어지는 느낌입니다.”

- 유재옥 (실버인형극단 단원)

임지영 사진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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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그래,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4-07-02
관리번호 D000005114822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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