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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한 ‘내손내집’ 가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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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먹고 자고 생활하는 의식주 공간에서
학교, 카페, 사무실, 영화관을 겸한 복합 생활공간으로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수 하는 집수리와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북유럽 콘셉트로 꾸며 마치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다이닝 공간.

스스로 꾸민 집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서울의 가을 하늘만큼 파란 대문의 집을 만날 수 있다. 2년 전 이 집에 반해 아예 집을 사서 눌러앉은 이정옥 씨가 꾸민 보금자리다. “쓸 만한 건 놔두고 나머지는 전부 바꿨어요. 지인들을 불러 셀프로 인테리어를 했죠. 이 집이야말로 제게는 또 하나의 ‘덕분에’ 챌린지예요.”

10년 동안 비어 있어 주방 천장이 내려앉고 먼지만 가득하던 집을 그녀는 멋진 다용도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일곱 겹으로 덕지덕지 붙어 있던 벽지를 뜯어내는가 하면, 너무 낡아 못 쓰게 된 복층 연결 계단을 공간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는 목조 계단으로 바꿨다. 1층의 오른쪽 방은 와인 잔을 비치한 세련된 주방 공간으로, 왼쪽 방은 서재 겸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네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로 꾸몄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좁은 목조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은 채광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깥으로 향한 2층의 쪽문을 열면 이정옥 씨가 ‘비밀 공간’이라 부르는 작은 발코니가 나타난다. 이웃한 지붕, 하늘과 맞닿은 공간이자, 집 안에서도 동네를 유람하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을 선사하는 곳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했기에 제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원하는 스타일로 꾸밀 수 있었어요. 무거운 페인트 통을 들고 성북동 언덕길을 오르느라 땀깨나 흘렸지만 그만큼 보람 있었죠. 스스로 꾸민 집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낡은 창틀을 분리해 발코니에서 페인트칠을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는 이정옥 씨.

원래의 낡은 대문은 새로운 컬러와 레터링을 입고 지금의 파란 대문으로 탄생했다.

내일의 집을 위한 오늘의 집 꾸미기

길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 더불어 길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각자의 공간에 머무는 시간 또한 길어지면서 ‘셀프 인테리어’가 주목받고 있다. 외부 사람을 부르기에도 수월치 않고, 점차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조명을 바꿔 달거나 화분으로 창가나 베란다를 단장하려는 소소한 움직임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수유동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는 김은환 씨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된 틈을 활용해 체육관 인테리어 공사를 다시 했다. 그의 주도하에 3명의 코치가 3주간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목조 벽으로 세련되게 인테리어를 해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공사를 하려고 보니 인건비만 1500만원에 달했어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체육관을 폐쇄한 날도 부쩍 많은데 너무 부담스러운 금액이었죠. 철거부터 잡다한 일은 모두 저희가 직접 했습니다. 덕분에 비용을 많이 절감했어요.”

손수 가구와 소품을 만들려는 시민들을 위한 은평물품공유센터의 목공 수업 현장.

TV부터 앱까지, 지금은 셀프 인테리어 정보 시대

셀프 인테리어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랜선 집들이’ 프로그램도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손수 공간을 꾸미려는 사람들의 요구는 점차 타일, 목공 같은 전문 영역을 향하고 있다.

서울시 은평물품공유센터에는 요즘 공구를 대여하려는 시민이 부쩍 늘었다. 센터 1층에 일반 생활 공구부터 드릴, 예초기 같은 전동 공구에 이르기까지 120종의 다양한 공구를 비치하고 있어 시민들이 일시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굳이 구입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만큼 빌려 쓸 수 있도록 대여해준다. 센터 3층에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목공 기술 교육 환경을 갖추고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목공 수업을 진행한다. 목공, 집수리 기술부터 수납 정리와 같은 생활 문화 지식까지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는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소그룹의 목공 수업을 진행하는 진재성 강사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찾는다. 협탁부터 흔들의자까지 나무의 향과 결을 느끼며 필요한 가구를 손수 만들다 보면 나만의 가구는 물론, 정서 안정 효과와 힐링 효과까지 얻는다”고 말한다. 하나씩 손수 만든 물건과 내가 가꾼 공간이 정서까지 차곡차곡 채워주는 것이다.

(왼쪽부터) 은평물품공유센터 내 목공장에서 가구를 만드는 시민.
집수리나 가구 제작에 필요한 공구를 대여해주는 공구대여소.

진재성

은평물품공유센터 목공 강사

“많은 분이 목공을 배우기 위해 은평물품공유센터의 목공장을 찾습니다. 1~2회만 꼼꼼히 배우시면 협탁은 물론 사방탁자 같은 간단한 인테리어 소가구를 스스로 만들 수 있거든요. 요즘은 가정주부도 많이 신청합니다. 흔히 목공은 여자분들이 하기에 힘이 부쳐 어려울 것 같다는 편견이 있지만, 오히려 섬세함, 감성, 상상력이 뛰어나 더 개성 있는 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색다른 가구를 완성하는 만큼 만족도도 높지요.”

SNS 속 셀프 인테리어 자랑하기

연수희 @sugee.yeon

저희는 온 가족이 힘을 모아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벽지를 떼어내고, 낡은 타일도 손수 교체해 더욱 애착 가는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이어진 @honey._.erjin

8개월의 재택근무는 제 발길을 페인트 매장으로 이끌었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좀 엉성해도 분위기 전환 효과는 확실하네요.

장희재 @he._.ej

코로나19 시대의 집순이는 타일을 붙이고 손 놓았던 타일 줄눈 작업을 드디어 끝냈습니다. 깨끗해진 타일 벽면에서 인생 사진을 찍고 있어요.

뉴노멀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는 DIY 홈 퍼니싱

길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바뀐 주거 정책도 셀프 인테리어 열풍을 불러온 요인이다. 전세의 경우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게 법이 바뀐 까닭에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좀 더 예쁘게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계속 살아야 한다면, 집을 옮길 수 없다면 좀 더 잘 꾸며서 공간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반영된 현상이다. 외출도 줄어들고 재택근무까지 증가하는 요즘 상황에서 셀프 인테리어는 일시적으로 스쳐가는 유행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패턴을 고려하면 적은 비용으로 주거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셀프 인테리어야말로 최고의 재테크일 것이다.

“집수리, 인테리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낡은 것을 하나씩 고치고, 가구 배치만 살짝 바꿔도 충분히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드릴을 들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집수리 아카데미 함승호 강사의 말이다.

집은 이제 단순히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주거의 개념을 넘어 사무실이자 휴식 공간, 트레이닝 공간 등을 겸하는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나만의 공간. 그 속에서 활기를 찾고 삶을 꾸리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려는 셀프 인테리어는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끌 전망이다.

알아두면 좋을 서울시 집수리 & 인테리어 정보

집수리 아카데미

단열부터 타일, 전기 공사까지 집수리의 주요 공정에 관한 분야별 이론 교육과 공구 사용법 등 다양한 실습 교육을 통해 스스로 집수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과정. 온라인에서 교육을 신청할 수 있으며, 기초 집수리 과목 이론 수업과 현장 실습을 함께 진행한다.

홈페이지 jibsuri.seoul.go.kr → 내가 하는 집수리 → 집수리 아카데미 → 교육 신청하기

서울시 집수리닷컴 공구대여소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스스로 집수리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각종 공구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시민은 누구나 지정된 공구대여소에서 전동 드릴 등 각종 생활 공구를 3일간 대여할 수 있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여가 가능하다.

홈페이지 jibsuri.seoul.go.kr → 내가 하는 집수리 → 공구대여소 검색하기


은평물품공유센터

간편한 온라인 신청으로 인테리어나 집수리에 필요한 210여 점의 다양한 물품 대여부터 집수리에 필요한 수업, 강의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복합 공유 문화센터. 최고의 셀프 집수리 수업 환경과 목공 기술 교육 환경을 갖추고 체계적인 인테리어 관련 수업을 운영한다.

위치 은평구 연서로34길 11-1
문의 02-358-0606
홈페이지 www.epshare.org

임지영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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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렌드]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한 ‘내손내집’ 가꾸기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0-10-30
관리번호 D000004974556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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