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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식] 서울역 고가 재활용에 대한 제언,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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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과 2012년 정밀안전진단조사 당시부터 매년 2회 이상의 현장 점검과 자문회의를 거치면서 기술자로서 현재까지 지켜본 서울역 고가는 수많은 외국 관광객이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초라한 모습이었고, 지치고 아파하는 불치병 환자의 모습이었다. 2012년초 서울역 고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하면서 조속한 철거 또는 용도 변경의 당위성을 느꼈다. 필자는 이에 대한 고민과 기술적인 설득력 부족의 아쉬움을 서울역 고가 교량의 ‘잔존수명이 2~3년 남았다.’라는 표현으로 정밀안전진단 보고서에 언급했다.


정밀안전진단 보고서를 통해 특별한 주목을 받고자 함도,어떠한 극적인 효과를 주기위한 것도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최소한 몇 년 내에 철거를 하거나, 철거라는 결론이 부담된다면 차도로써 기능을 상실한 현상태에 적합한 하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권고한 것이었다. 차도의 기능 및 안전성의 이유 외에 보수비용만으로 매년 5~6억 원씩 투입되고 거의 4~7년 주기로 이미 보수된 부위에 대한 재보수를 비롯하여 수십억원의 보수예산이 소요되는 여건을 감안한 결과였던 것이다. 1960~70년대 시공된 청계 고가, 문래 고가뿐만 아니라 최근의 아현 고가를 비롯하여 서울시에서 철거된 다수 고가 교량의 일생을 보아온 기술자로서 서울역 고가의 현수준은 이전에 철거된 고가 교량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을 머리가 아닌 눈과 가슴으로 경험해온 터라 차도로써의 사용 중지는 당연한 조치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역 고가는 1970년에 준공되어 압축 성장시대에 교통물류의 중요한 축으로 그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화 과정을 거치면서 차도의 기능을 점차 잃었다. 이후 2006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친 정밀안전진단에서 차도로써의 기능이 회복될 수 없는 D등급 판정을 받았다. 매년 보수하고, 매달 2회 이상 점검 관리하여도 시설물의 상태는 악화되어 갔다.


서울역 고가 본선의 바닥판은 2014년 말을 기준으로 4분의 3이 교체되었으나 일일 교통량이 46,000대 가 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노후된 상태라 교체된 바닥판도 다시 손상되는 면적이 3분의 2에 육박하는 실정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의 연구보고서로만 접했던 ‘40년 경과 후 교량의 급격한 노후화 과정에는 어떠한 보수로도 노후화를 막을 수 없다(George E. Ramey, 1997)’는 사실이 실감난다.


교량과 같은 구조물이 노후되어 그 기능이 상실될 우려가 있으면 보강 조치를 한다. 필자는 사전적인 의미가 아닌 기술자로서 제안할 수 있는 보강 조치는 ‘현재 상태 수준에 맞는 하중만을 지탱하도록 그 용도를 변경하여 하중을 줄여주는 것’도 보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조치는 이미 1998년 중 차량제한, 2009년 버스통행제한으로 시행된바 있다. 그나마 아직까지 차도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이러한 하중제한 조치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철거가 아니라면 차도가 아닌 보도로 써의 서울역 고가에 대한 용도 변경 계획에 대해 구조기술자로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구조기술자는 디자인 분야에서 계획하는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기하학적으로 그려진 모든 그림을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배제한다면 모든 그림은 실제 형상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역 고가의 재활용 계획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서울역 고가는 새로운 구조를 형상화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미 형상화되어있고 그것도 거의 철거 직전 상태의 구조물을 재활용한다는 것인데,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새로운 구조물이 탄생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울역 고가의 가장 취약한 부위인 바닥판을 교체하고, 취약한 하부 시설물을 일부 보수·보강하여 내진성능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재활용 해야한다. 이를 통해 현 상태에서 소요되는 매년 5~6억 원의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나, 향후 40년 이상의 수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들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청계 고가와 아현 고가 등의 사례에서 충분히 경험한바 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아현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유지관리할 경우 비용이 80억원이었고,매년 4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어야 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보수나 보강을 아무리 철저하게 해도 초기 시공 수준의 품질과 성능은 회복할 수 없고, 상태의 호전보다는 일시적으로 좋아지거나 잠시 현상태를 유지시켜주기 위한 처방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서울역 고가를 재활용하는 방안으로 상부 및 하부 구조 전면 보수·보강을 시행한 후에도 지속적인 부분보수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것이다.


박훈규
서울시 건설안전자문단 자문위원, 한국철도공사 건설기술자문위원과 국토교통과 학기술진흥원 평가 및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한국건설품질연구원 기술 이사를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종합시설안전 대표이사로 있다.


글 박훈규(서울시 건설안전자문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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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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