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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둘레길] 서울은 오래 사귈수록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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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둘레길 방송인 수잔 샤키야, 일리야 벨라코프



“회사에서 아차산에 자주 왔는데 둘레길은 처음이에요. 오늘은 일리야 형이랑 같이 오니 더 좋아요.”

5년 전 네팔에서 유학 온 수잔 샤키아는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바이탈 파라슈트라는 낙하산 제조사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가 군자역 근처에 있어서 이날도 둘레길을 걸은 다음 오후에 출근할 계획이라고. 그가 꼬박 ‘형’이라고 부르는 일리야 벨라코프는 나이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서도 수잔의 대선배다.


“벌써 12년째니까 인생의 3분의 1을 한국에서 보낸 셈이에요. 서울은 제 고향이기도 하죠.”
일리야는 러시아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서울에 와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 석사 과정까지 마친 한국통으로, 현재 학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며 통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아차산은 처음이지만 설악산, 지리산, 태백산, 한라산, 오대산 등 국내의 산들을 두루 다녀 보았다고 한다.

“오대산 단풍이 정말 아름답고 좋았어요. 설악산 단풍이랑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가을산 단풍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를 섬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일리야.
오늘은 수잔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산에 왔다며 좋아한다.

세상 모든 산들의 고향, 히말라야의 나라에서 온 수잔은 오히려일리야만큼 다양하게 한국의 산들을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식 등산 문화에 대해서는 일리야보다 훨씬 친근하게 여기는 듯하다. 특히 산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데 대해 비판적인 일리야에게 “형,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가 얼마나 맛있는데.”라고 두둔까지 한다.

“네팔 사람들도 농사일을 하면서 막걸리 비슷한 걸 많이 마셔요. 힘든 일을 할 때 술을 마시면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져요.”

이런 수잔의 생각과 달리 일리야는 술에 대해 단호하다.
“아니야. 사람들이 왜 자꾸 술에 의존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해.”

텔레비전에서 각국을 대표해 열띤 토론을 펼치던 모습 그대로, 일리야와 수잔은 음주 문화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거리낌 없이 나눈다. 마치 둘레길을 걸으며 그들이 출연했던 '비정상회담' 번외 편 방송을 찍는 것 같다.

전날 밤사이 서울에는 소나기가 약간 쏟아졌는데 아차산의 메마른 숲을 적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산길에는 비가 온 흔적이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초록도 지친 초여름 산등성이의 길은 뜨겁다. 두 사람은 고구려정을 거쳐 아차산 4보루까지 능선을 따라 줄곧 걷다가 긴 고랑길로 내려오는데, 바닥을드러낸 계곡에 흙먼지가 폴폴 날릴 지경이다. 아차산을 안방처럼 드나든 수잔은 “여기 물이 많을 때 진짜 시원하고 좋은데….”라며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가뭄이 심한 한국을 걱정하는 수잔. 한편으로는 우기가 시작될 고향생각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수잔은 최근 방송에서 지진으로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한 고국에다녀온 소식을 전하며, 네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한다.
두어 시간 넘게 아차산을 함께 걸은 두 사람에게 둘레길에 대해물었다.

“사실 서울은 관광객들이 첫눈에 반하는 그런 도시는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살면서 숨은 아름다움을 많이 봤어요. 서울은 오래 사귀어봐야 해요. 오늘도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면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일리야의대답이다.
그는 특히 아차산 보루에서 한강과 서울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수잔은 둘레길에서도 도시전체를 생각한다.
“저는 도시에 색다른 여행지를 만드는데 관심이 많은데, 오늘은 아차산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그는 평소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높은 산만 보느라 자신의 고향 카트만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다고도 했다.
아차산을 처음 만난 일리야나 한 동네 주민처럼 친숙했던 수잔.두 사람 모두에게 둘레길은 색다른 이야기가 있는, 짧지만 특별한 여행이었다.

※ 수잔 샤키야와 일리야 벨라코프가 함께 걸은 둘레길 이야기는 라이브서울(tv.seoul.go.kr)에서 동영상으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글 김선미(작가) 사진 나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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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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