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엽떡 말고 신떡, 신당동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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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가득한 떡볶이골목

요즘 친구들은 줄임말에 익숙하다. 신당동 떡볶이골목도 줄여서 ‘신떡’이라고 부른다. 신당동은 분식집의 혁명이었다. 분식집은 청춘들의 무대였다. 옛날에 갈 데가 어디있었겠는가. 요즘도 ‘신떡’에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오는데, 대부분 옛 추억을 찾아서 오는 경우다. ‘신떡’은 떡볶이가 요리가 된 첫 번째 사례였다. 떡볶이는 원래 좌판 음식이었다. 커다란 철판이나 번철에 고추장 넣은 떡을 볶고 끓이면 이쑤시개나 포크를 들고 찍어 먹었다. 서서 먹는 음식이었고, 1인분씩 접시에 담아 팔기 시작한 건 1970년대 들어서였을 것이다. 가장 싸게 그리고 간편하게 먹는 음식이었다.

떡볶이의 탄생에는 몇 가지 의의가 있다. 첫째는 탄수화물이다. 배를 불릴 수 있었다. 밀가루가 미국으로부터 싸게 공급되고 원조를 받으면서 떡볶이는 수제비, 칼국수,빵, 소면과 함께 대표적 간이 음식이 되었다. 특히 값이 제일 쌌다. 본디 떡볶이는 고급 음식이었고, 부의 상징이었다. 설에 떡국을 끓여 먹고 남은 떡으로 소고기와 버섯, 간장을 넣어 만들어 먹는 명절 후 처리 음식이었으니까. ‘궁중 떡볶이’가 바로 이런 떡볶이를 뜻한다. 설도 아닌데 떡을 뽑아 떡볶이를 해 먹을 수 있는 특권은 궁중과 일부 부유층 정도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당동의 자랑, 떡볶이타운

‘신떡’ 골목은 그리 길지 않다. 중구청 자료집에 따르면 1970년대 최대 번성기(이때가 떡볶이의 전성기이기도 했다)에는 이 골목에 40여 개의 떡볶이집이 있었다. 허름한 골목 안 누추한 가게에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차서 떡볶이를 흡입했다. 현재는 10여 개 미만의 가게가 영업 중이다.

작고 아담한 가게부터 초대형 가게까지 다양하다. 이 골목의 원조는 잘 알다시피 마복림 할머니가 창업한 ‘마복림떡볶이’다. 그는 한 고추장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등장해 “며느리도 몰러”라는 카피를 대히트시켰다. 이 카피가 마복림 할머니가 진짜 한 말인지, 광고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마 할머니는 며느리도 모르게 비밀의 소스를 만들었다고 하니까. 2011년까지 장수하다가 숙환으로 별세했는데, 그 전에 며느리들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그래서 현재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젠 며느리도 알아요!”

마 할머니는 처음엔 좌판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신당동떡볶이의 상징인 ‘즉석 떡볶이’가 탄생하기 전이었다. 좌판의 분위기는 위에 묘사한 대로 서서 먹거나 간이 의자에 앉아서 먹는 식이었다. 현재는 옆 가게를 터서 대형화되었는데, 예전에는 20명이 겨우 들어갈 크기였다. 번철에서 만든 떡볶이를 그릇에 담아내는 방식이었으나, 마할머니의 아이디어로 즉석 떡볶이 방식으로 변화했다. 탁자별로 손님이 즉석에서 냄비에 끓여 먹는 방식을 도입했다고나 할까. 떡볶이가 완제품의 간식에서 ‘요리’로 진화한 셈이다. 직접 끓여 먹는 방식과 이른바 ‘사리’라고 부르는 추가 고명의 선택 등이 떡볶이를 요리로 발전시켰다.

“원래는 떡볶이만 만들어서 먹었다고 해요. 그러다 점차 어묵도 들어가고, 여러 가지 사리가 들어가기 시작한 거죠.” 마 할머니의 3대손인 박은순 씨의 설명이다. 핵심은 라면과 튀긴 만두다. 라면은 초기에는 사리로 사용될 수 없었다. 당시 라면은 상당히 비쌌기 때문이다. 라면 사리는 1980년대 들어 대중화된 것으로 보인다. 햄과 소시지 등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최근의 경향이다.

신당동 떡볶이가 지금처럼 변모한 데는 연료의 보급이라는 영향도 있다. 연탄이 주 연료였다가 프로판가스의 도입으로 탁자별로 간편하게 불판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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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자별로 손님이 즉석에서 냄비에 끓여 먹는 방식을 도입했다고나 할까.
떡볶이가 간식에서 ‘요리’로 진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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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허기를 채워준 떡볶이의 인기

“삑삑~ 삐익.” 골목에 들어서자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호루라기 소리다. 골목에 적발된 학생들이 몰려나왔다. 학교별로 줄을 세웠다. 신당동은 서울 동부 지역에 속했고,나는 서부 지역 학교에 다녀 소수 부족처럼 몇 되지 않았다. ‘교외지도’라는 완장을 찬 선생님들이 골목을 찾은 것이다. 그때는 학교 밖에서 분식집이나 제과점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 곳은 대개 미팅 장소였고, 당연히 풍기문란(?)을 유발한다고 하여 학생과 선생님들이 순찰을 돌았다. 피 끓는 청춘들이 하지 말란다고 안 할 리가 있나.

그 시대 한 해 출생아 수가 대략 100만 명 안팎을 헤아렸으니 서울은 학생의 도시였고, 학생들로 복작거렸다.

신당동 떡볶이골목도 마찬가지였다. 갈 곳 없는 청춘들이 교복을 입고 모여서 떡볶이를 먹고, 미팅을 하고, DJ가 틀어주는 서양음악을 해적판으로 들었다. 분식집에 DJ가 있었다고 하면 요즘 세대는 농담인 줄 안다. 그렇다고 레코드로 기술을 보여주는 경우는 없었고, 뛰어난 선곡 능력이나 입심으로 손님을 불러 모았다. 더러 인기 DJ들은 음료나 떡볶이를 손님에게 선물 받기도 했다. 물론 교복 입은 학생들이었다. 분식집 DJ의 원형이 어디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신당동이라는 설과 광화문 설 그리고 영등포 설이 유력했다. 어디가 원조든 신당동은 당시 가장 ‘핫하고 힙’한 동네였다.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10대들이 모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신당동 떡볶이골목의 대인기에는 스포츠도 한몫했다고 중구청은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동대문역사문화공원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자리에는 서울운동장(1985년 동대문운동장으로 개칭)이 있었다. 옥외 수영장을 비롯해 스타디움과 축구장, 야구장 등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이 가능한 지역이었고,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스포츠 시설로 변모했다. 학생운동의 메카이기도 했다. 야구·축구 등의 전국 대회가 벌어졌고, 향토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다. 서울로 몰린 취업 인구가 곧 1세대 이주 서울시민을 구성했다. 이들은 자기 고장을 대표해 전국 대회에 참가한 스포츠 팀을 응원했다.

고교 야구의 대인기는 이런 바탕에서 시작되었다. 중구청자료에 따르면 야구 경기를 보고 난 응원단이 이곳 신당동에 몰려와서 떡볶이를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고 한다.

동대문운동장에서 가깝고, 싼값에 누구나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그들을 불러 모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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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떡볶이의 원조 마복림 할머니의 3대손 박은순 씨와 함께한 박찬일 셰프.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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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떡볶이골목

취향 따라 선택하는 신당동 #즉떡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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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림떡볶이

원조 중의 원조.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먹을수록 당기는 맛으로, 볶음밥은 필수.

  • 전화 02-2232-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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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전문점 들국화

즉석 짜장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하다.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직접 삶아 만든 통팥빙수도 일품.

  • 전화 02-2235-2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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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떡볶이

허리케인 DJ 뮤직 박스가 있는 곳으로, 매운 닭발과 떡볶이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 전화 02-225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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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떡볶이

통통한 새우와 해물이 콩나물과 함께 들어가 개운한 맛이 일품인 해물떡볶이를 추천.

  • 전화 02-2233-0669

지금 최고 인기, 로제떡볶이

<모두의 떡볶이> 저자이자 요리 연구가 홍신애가 알려주는, 맛있는 로제떡볶이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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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2인분 기준) ※ 새우 밑간 양념은 별도

국수떡 150g, 탈각 새우 8마리, 양파 1/4개, 대파 흰 부분 1대, 다진 마늘 1/2큰술, 홀 토마토 250g, 생크림 1컵(200ml), 올리브유 적당량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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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손질한 새우는 다진 마늘 1/2큰술, 올리브유 1큰술, 고춧가루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을 넣어 미리 밑간해둔다.
2.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다진 마늘과 양파, 대파를 넣고 향이 나게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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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②에 ①의 양념한 새우를 넣어 겉면을 익힌다.
4. ③에 홀 토마토와 국수떡을 넣고 토마토를 으깨듯 저으면서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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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운 로제떡볶이를 좋아한다면 기본 떡볶이 양념(설탕 2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3큰술, 고춧가루 1큰술,다진 마늘 1큰술) 1큰술과 육수 1컵을 넣는다.
6. ⑤가 끓기 시작하면 생크림을 넣고 고루 저어 섞은 뒤한 번 더 끓여 완성한다.

※ 식당 방문 시 마스크 착용과 출입자 명단 기입, 손 소독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잊지 마세요.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양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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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박찬일의 서울 맛골목 이야기] 엽떡 말고 신떡, 신당동은 살아 있다! - 문서정보
관리번호 D0000042517986 등록일 2021-05-28
분류 기타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1-05-04
라이선스 CC BY-NC-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