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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지금 더 각별해진 배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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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디선가 내려받은 흑백사진 한 장이 있다. 아마도 서울시 역사 자료실이나 어느 언론사의 사진 같다. 한 남자가 2단으로 쌓은 양은 쟁반을 어깨에 올리고, 한 손에는 양은 주전자까지 겨우 들고 어느 빌딩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이다. 그는 위태로워 보이지만, 어떻게든 물건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빌딩을 나오는 장면으로 보아 주문받아 배달한 점심 식사의 빈 그릇을 회수하는 중인 듯하다.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살던 동네에 맛있는 피자집이 있었다(이탈리아는 동네의 명물 피자집이 어디든 있다. 마치 우리네 밥집처럼). 이 나라는 배달이 없었다. 피자를 집에서 먹고 싶으면 가게에 와서 주문을 하고 기다려서 가지고 가야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는 포장 테이크아웃인 셈이다. 배달에 대한 개념이 없던 이 나라도 이젠 모바일로 피자니 뭐니 하는 음식 배달이 가능해진 모양이다. 정말 모바일은 무섭다.

퀵퀵, 슬로, 배달의 추억

어릴 적 배달의 기억이 있다. 검은 짐 자전거다. 커다랗고 힘세 보이는. 중국집 배달도 당연히 자전거였다. 오토바이가 등장하면서 배달 권역이 넓어졌다. 짜장면이 더 쫄깃해진 건 오토바이의 등장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원래 짜장면은 붇게 마련이다. 오토바이가 생기니 더 먼곳까지 가게 되었다. 오토바이의 속도가 권역의 넓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걸 줄이기 위해 면 반죽 시 첨가제를 더 많이 넣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 짜장면은 좋게 말하면 쫄깃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질겨졌다. 면 색깔이 노랗게 변했는데, 이것이 바로 첨가제의 영향이다. 첨가제는 열을 가하면 노랗게 변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 짜장면 배달은 두 가지 장면에서 특이했다. 하나는 위에 말한 짐 자전거의 사용이었다. 뒤에 배달 통을 하나 싣고, 한 손에는 또 다른 배달 통을 들었다. 그리고 외손으로 운전했다. 랩이 나오기 전까지는 양은 주전자가 필요했다. 위에 필자가 말한 배달 장면 사진에도 나오는. 그건물 주전자일 수도 있지만, 짬뽕이나 우동 국물을 담은 것일 수도 있었다. 꽁꽁 싸매면 국물이 새어 나오지 않는 신박한 랩이라는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그릇에 국물을 담으면 쏟기 십상이었다. 그렇다 보니 양은 주전자가 안성맞춤이었다. 한 손은 배달 통을, 다른 한 손은 자전거 핸들을 잡았으니 양은 주전자를 들 손이 없을 터. 그래서 핸들에 걸었다. 그게 서너 개나 되어 늙은 호박이 주렁주렁 달린 것처럼 보였다. 기막힌 장면이었다.

서울의 어느 냉면집에 가면 아주 재미있는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냉면 배달을 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를 그림으로 구성한 것이다. 냉면 이야기를 할 때 빠지지 않는 일화다. 그게 실제 있던 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냉면과 배달 음식을 좋아했다는 뜻이다. 인천 냉면이 서울로 왔다는 설도 있고, 그 반대의 설도 있다. 그 거리(40km, 약 100리 길이다)를 자전거로 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그림에도 자전거가 등장한다.

월북해서 한동안 한국에서는 잊혔던 천재 소설가 박태원을 아는지. 그는 서울 다옥정(지금의 다동, 무교동 일대)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그의 소설 <천변 풍경>은 광통교를 중심으로 청계천 변에 사는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고도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는 설렁탕을 배달해 먹고는 요금을 제때 주지 않아 다투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시절의 주요 배달 음식은 중국집의 짜장면과 우동, 볶음밥을 비롯해 분식집이나 일반 밥집의 냉면과 설렁탕, 떡국, 장국밥, 해장국 등이었다. 설렁탕은 오랫동안 양반들이 먹지 않는 음식이었다. 상민들이 드나들어 불결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북촌 양반들도 탕을 배달해서 먹었다. 맛있으니까.

배달은 편리한 방법이다.
요즘처럼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빛나는 방식이다.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음식을 즐길 수도 있고, 무엇보다 편리하다.

짜장면을 담던 배달 통, 백반을 담는 쟁반

짜장면의 발상지로 알려진 인천의 중화요릿집 ‘공화춘’ 은 현재 짜장면박물관이 되었다. 이곳에 옛날 배달 통이 전시되어 있는데, 나무로 만든 것이다. 내가 목격한 어린 시절의 배달 통도 나무였다. 나무 배달 통에 대한 기억은 이연복 중화요리 셰프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비가 오면 배달 통이 더 무거워져요. 비는 오지, 힘은 들지, 비만 오면 배달꾼들이 애를 먹었어요.” 나무가 물을 먹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도 신소재에 밀려서 이제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구성은 떨어지지만, 더 가볍고 싼 플라스틱이 대체했다. 알루미늄 배달 통은 중국요릿집에서 주로 썼지만, 한식당에서도 필수품이었다. 특히 도시가 팽창하고, 도심과 부도심, 변두리 곳곳에 작은 공장들이 들어선 1970년대 이후에는 매우 중요한 장비였다. 이런 동네는 배달장비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배달 통이고 다른 하나는 쟁반이다. 머리에 똬리를 올리고 이어 나르는 방식이다. 놀랍게도 이 쟁반 방식 배달은 지금도 활발하다. 복잡한 시장통에서 이 ‘쟁반 배달꾼 아주머니’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 언택트 외식을 위한 배달

코로나19는 배달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작은 가게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받아 음식 배달을 하며, 대개는 배달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대행시킨다. 포장도 크게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유효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 음식을 먹는 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19 등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세상은 잘 변하지 않지만, 뜻밖의 일에 금세 변하기도 한다. 배달과 포장의 역사에서 그 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배달은 편리한 방법이다. 요즘처럼 비대면이 일상화된 시대에는 빛나는 방식이다. 남에게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음식을 즐길 수도 있고, 바쁘거나 다른 이유로 식당에 방문할 수 없는 이들에게 편리함을 준다. 그렇게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이점도 있다. 이제 배달과 포장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물론 오랫동안 우리는 ‘배달민족’이었다. 배달 음식은 음식 자체의 가치보다 더 큰 흥분을 동반한다. 우리가 배달을 사랑하는 이유다.

식당에 전화로 주문하고, 직접 찾아가는 고객의 모습.

박찬일

박찬일
1966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노포의 장사법> 등의 책을 쓰며 ‘글 잘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배달 음식, 어디까지 먹어봤니?

레스토랑이 우리 집 식탁으로!
#업그레이드배달음식

#친환경포장재 #맛있는집밥

기차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도시락’이다. 서울역 롯데마트 2층 푸드 코트에 자리한 서울반상은 집밥처럼 깔끔하고 친환경 포장 용기를 사용한 서울식 반상 도시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파인다이닝 출신의 노형석 셰프가 선보이는 직화구이와 건강한 비빔밥으로 구성된 메뉴와 깔끔한 반찬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 정도. 포장 주문도 가능하며, 네이버 스마트 주문은 물론 인스타그램에서도 주문 가능하다.

서울반상

  •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 405 서울역사 내
  • 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휴식 시간 오후 2시~4시)
  • 전화 010-3012-1344
#청담동멋쟁이 #우니맛집

눈으로 먼저 먹고 나서 입으로 먹었을 때 만족감이 더 크다는 일본식 메뉴를 선보이는 곳. 수많은 댓글과 SNS 인증샷이 그 맛과 멋을 보장한다. 2010년부터 10년째 한자리를 지키며 신선하고 맛있는 우니(성게알)를 주재료로 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데, 포장 주문을 해도 모원희 셰프의 뛰어난 솜씨로 완벽한 모양을 유지한다. 배달 음식으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추천.

쇼린

  • 주소 강남구 도산대로81길 18
  • 시간 오후 5시 30분~다음 날 오전 2시
  • 전화 02-512-3100
#감성편의점 #오늘도메뉴개발중

감성 편의점 ‘고잉메리’는 코로나19로 집콕 또는 사무실콕 생활을 하는 요즘, 식사와 장보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봉골레 맛, 국물 떡볶이 맛 등 다양한 라면 메뉴와 든든한 스테이크까지 배달되어 누구나 만족스러운 식사가 가능하다. 또 ‘완조리’ 메뉴뿐 아니라 다양한 밀키트, 요괴라면, 냉동 개념만두, 고잉메리 셀렉트 반찬까지 주문할 수 있어 장보기도 좋다.

고잉메리

  • 주소 중구 을지로 170 을지트윈타워 1층 123호
  • 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주문 마감 오후 9시)
  • 전화 02-3706-7229
#요리연구가의내공 #이태리식당

활발한 방송 활동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요리 연구가 홍신애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10월에는 ‘햄버거’를 주제로 매장 앞에서 드라이브스루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믿고 먹는 그의 요리들은 개별로 주문 가능하며, 인원수에 맞게 코스로도 주문 및 배달이 가능하다.

홍신애솔트 2호점

  • 주소 강남구 학동로 223-9, 1층
  • 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30분 (휴식 시간 오후 2시~5시 30분)
  • 전화 02-545-5606

박찬일 취재 김시웅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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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지금 더 각별해진 배달의 시대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20-09-25
관리번호 D000004094343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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