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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경] 바람 한 칸, 사람 한 칸 더불어 살아가는 곳 '남산골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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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문이 열리면, 남산골 한옥마을도 커다란 대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새벽 공기가 먼저 첫발을 내딛고, 곧이어 산책 나온 사람들도 문턱을 넘는다.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계절은 낯빛이 선명하다. 전통 가옥이 문을 열기 전부터 평상에 나와 짚을 꼬는 노인의 눈에도 선명한 계절의 변화가 비친다. “요새는 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해서 좋아.” 이 좋은 계절 함께 즐겨 보자고, 노인은 작은 새에게도 자리를 내준다.

태양의 눈빛이 머리끝에 와 닿으면, 어른들은 시원한 그늘에 먼저 눈이 간다. 그러나 어른들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정원을 뛰어다닌다. 어린 생명들의 호기심은 더위도 어찌할 수 없다.

남산골 한옥마을 한쪽에 자리한 서울 1000년 타임캡슐. 서울시 수도 600년인 1994년에 만들어졌으니, 이제 스무 살. 전통 가옥에 비하면 한없이 어린 나이다. 한낮의 열기에 스무 살 청년의 얼굴이 달아오른 줄도 모르고, 의심 없이 손을 대는 사람들. 깜짝 놀라 손을 떼고 달아난다.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꺾이고, 땅 위에는 다시 사람의 발걸음이 줄을 잇는다. 새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부터, 새로운 인연을 꿈꾸며 먼 나라로 발걸음을 한 사람들까지. 저마다 딛고 선 땅의 양분을 받아, 얼굴에 꽃이 핀다.

도시의 사람들이 오늘을 정리하는 시간. “수고했어. 오늘도”란 말 대신, 저 멀리 산 끝자락도, 처마 끝도 붉은 미소만을 남긴다.

천우각 아래, 달빛을 기다리는 듯 풀벌레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진다. 눈을 감자니 곧 모습을 드러낼 달빛을 못 볼까 아쉽고, 눈을 뜨자니 소리를 놓칠까 아쉽다. 그 무엇도 놓칠 수 없어 아쉬운 밤이다.





글 이성미 사진 남승준(AZA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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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풍경] 바람 한 칸, 사람 한 칸 더불어 살아가는 곳 '남산골 한옥마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서울사랑 제공부서 시민소통담당관
작성자(책임자) 한해아 생산일 2016-07-19
관리번호 D000002803689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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