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삶을 배우는 마을시장, 정릉시장의 ‘개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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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서울 착한 경제 (51) 정겨운 개울가에 마을장을 열고 즐기는 사람들

버들치 노니는 개울가엔 해오라기가 둥지를 틀고, 그 위론 정까지 덤으로 사고파는 시장이 가로지르는 곳, 이처럼 서울에선 이미 사라졌을 것만 같은 풍경을 간직한 곳이 있다. 정릉천이 있는 정릉시장으로, 삶을 즐기며 배울 수 있는 마을 시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특히,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개울장’이 열려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다. 지난 6월 25일, 개울장이 열리는 정릉시장에서 가족과 삶이 있는 공간, 마을 시장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개울이 있어 모두가 즐거운 마을시장, 개울장

개울장과 개울놀이터가 함께 있는 특별한 곳을 찾았다

개울장과 개울놀이터가 함께 있는 특별한 곳을 찾았다

고기잡이에 나선 아이들 뒤로, 한무리의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더위를 날리고 있다. 개울장 ‘개울 놀이터’는 흙공을 만들어 개울에 던지거나, 고무보트를 타며 물놀이에 빠진 아이들로 즐겁다. 청수교 다리 밑 ‘미테극장’에선 때때로 거리 공연이 펼쳐지고, 천변을 따라 늘어선 개울장엔 갖가지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베 같은 책은 2천 원이고 나머진 천원이에요. 제가 어릴 적 읽던 책인데, 이렇게 사가시니까 기분이 좋아요.”

김유진 양은 근처에 산다는데, 개울장에 몇 번 구경 왔다 이렇게 엄마와 함께 셀러로 참가하게 되었다 한다. 이처럼 개울장 내 주민참여 벼룩시장인 ‘팔장’을 구경하다 보면, ‘나도 한 번 참가해볼까?’하는 충동을 불러온다. 결국, 참가로 이어지게 되는데,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물건을 사고팔며 작은 경제를 경험하고 자원순환과 나눔 문화 배울 좋은 기회가 된다.

개울장 내 주민 참여 벼룩시장인 팔장

개울장 내 주민 참여 벼룩시장인 팔장

“여기 있는 카드 지갑은 매번 나올 때마다 손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개선한 거예요. 3번 참가했는데 3번 업그레이드 한 거죠.”

강희승 씨는 냄비 손잡이 세트, 지갑, 가방 등 파우치 종류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모두 아내가 손수 만든 수제품이라고 한다.

“첨가물 없이 순수 과일이랑 꿀을 넣어 만든 거라서 생각보다 달지 않고요. 수제잼 같은 경우도 설탕 많이 넣지 않고 만들었어요. 유통기한이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드시는 분들 건강을 생각해서 덜 달면서도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핸드메이드 용품들과 먹거리를 파는 개울장내 손장

핸드메이드 용품들과 먹거리를 파는 개울장내 손장

김태선 씨는 수제청, 수제잼과 함께 에이드, 브라우니 등을 직접 만들어 나왔다. 개울장에는 ‘팔장’도 있지만, 이처럼 수공예 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생활용품이나 먹거리를 만날 수 있는 ‘손장’도 있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이나 마을 기업 등의 사회적 가치를 담은 생산품을 만날 수 있는 ‘알림장’, 텃밭에서 가꾼 것을 판매하는 ‘소쿠리장’, 칼갈이 등 생활용품을 수리해주는 ‘수리장’이 선보이기도 한다.

김태선 씨는 수제청과 수제잼, 에이드 브라우니 등을 직접 만들어왔다

김태선 씨는 수제청과 수제잼, 에이드 브라우니 등을 직접 만들어왔다

“동네 주민이라 자주 구경 왔었는데, 이번에 한 번 참가하게 됐어요. 이 동네서 오래 살았는데, 시장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개울장이 생기고 나서 젊은 사람들, 아이들이 많이 찾아요. 활기차달까 분위기도 좋아졌고요.”

유명이 씨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꽃을 팔고 있었는데, 이곳 개울장은 유명이 씨의 얘기처럼 여느 시장에 비해 지역 주민 특히 가족 단위 주민들의 참여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 2015년 조사 결과, 개울장 참가자 중 지역 주민의 비율이 60%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이 씨는 꽃을 포장해 팔고 있다.

유명이 씨는 꽃을 포장해 팔고 있다.

마을 시장은 삶을 배우고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학교

“학교에서 자원순환에 대해 수업하고, 모둠별로 계획을 세워 참가했어요. 판매 물품도 모으고, 가격도 정하고, 역할도 나눠서 참가했는데, 막상 물건을 팔아보니 너무 어려워요.”

고대부중 2학년 친구들

고대부중 2학년 친구들

고대부중 2학년 한보금, 박보현 양은 에너지교실 에코스쿨 수업과 연계해 개울장 청소년 셀러로 참가했다고 한다. 초중고 및 서경대, 국민대 학생들이 다니는 통학로이기도 한 정릉시장은 학생들의 다양한 참여도 돋보인다. 단순하게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청소년도 있지만, 수업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고교자유학년제 오디세이학교 아이들은 정릉시장 상인 자서전 프로젝트를, 국민대 학생들은 기업가 정신 프로젝트를 하기도 하고, 디자인팀을 꾸려 간판이나 상징물 개선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릉시장은 마을과 학교가 만나는 삶의 배움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의 시대다 하며 한목소리로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마을 시장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듯싶다.

“어렸을 때 봉숭아 물 들이던 게 생각나서 추억으로 개울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개울장은 중학생까지 아이들이 많이 오거든요. 정말 활기차고, 뭔가를 판매한다기 보다는 서로 소통하는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

서경대 캐스터즈 (위 오른쪽이 이진우 씨)

서경대 캐스터즈 (위 오른쪽이 이진우 씨)

이진우 씨는 서경대학교 학교 홍보 활동을 하는 캐스터즈 일원으로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학교 캐릭터 판박이도 해주고 캐릭터 풍선도 나눠주고 있었다. 정릉천 개울 가운데 있는 개울섬에선 정릉종합사회복지관, 지역 도서관 등 지역 단체에서 준비한 전통놀이, 우산 꾸미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과거 염색공장 있던 자리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천연염색 체험도 진행한다.

“학교 엄마들이 얘기해줘서 왔어요. 머리핀이랑 아이 장난감 같은 것도 사고, 아이가 원해서 이렇게 체험도 하는데, 주변에 이런 곳이 있으니 좋네요.”

우산 꾸미기에 열중하고 있는 정서하 양도, 어머니도 동네에 개울장이 있어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김나영 양(왼쪽)은 동생과 함께 쿠키 꾸미기를 했다

김나영 양(왼쪽)은 동생과 함께 쿠키 꾸미기를 했다

“쿠키에 크림을 발라 꾸몄는데, 그냥 먹어버리긴 아깝기도 하고, 먹고 싶기도 하고 그래요.”

김나영 양도 동네에 살고 있다는데, 쿠키 꾸미기, 봉숭아 물들이기 등 여러 체험을 하며 재미있었다고 한다.

길장, 개울장과 정릉시장의 하모니

지난 25일 열린 개울장에서는 정릉시장 상인팀이 참가하는 길장도 열렸다. 처음이라 10여 팀 정도만 참가했지만, 먹거리 품평회를 거쳐 엄선된 간편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홍보 삼아 참가했는데, 괜찮은 거 같아요. 무엇보다 외부 상인이 아닌, 동네 상인들이 나와 파는 거라 더 좋네요.”

길에서 열리는 길장

길에서 열리는 길장

먹거리곱창 최홍래 씨는 오돌뼈주먹밥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아 인기였다. 길장은 주로 골목 안쪽 상가 상인들이 참가했는데, 자신의 가게 앞을 선뜻 내준 중앙길 상가 상인들의 넉넉한 마음 덕에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다. 이처럼 길장은 그동안 길 안쪽 상가 상인들이 느끼던 홍보 필요성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울장은 2014년 9월 시작된 이래 총 29회 개최하였으며, 총 3,200여 팀이 판매자로 나섰다. 1회 평균 110여 팀이 참가했다는 얘긴데, 올해 3월 첫 장의 경우 250팀이 신청했다.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는 시장인 만큼, 방문객 수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참가자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불만도 클 듯싶었는데,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대신 자리를 지켜주는 ‘대신맨’, 셀러들을 위한 정릉시장 먹거리 배달서비스 ‘배달장’도 운영하는데, 이처럼 참가자들의 고충을 찾아 해결하려는 운영 방식이 만족도를 높인 비결인 듯싶다.

이처럼 개울장은 정릉시장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청년들이 찾고, 가족들이 함께하며 상인들과 정을 나누는 마을 마당으로, 삶의 학교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번 주 토요일엔 개울장이 열리는 정릉시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개울에서 뛰노는 아이들과 셀러로 나선 청소년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청년들, 손맛 나는 물품을 직접 만들어온 이웃 주민들을 만나며 덤으로 정을 나누는 마을 장터의 면면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개울장 참가 방법이나 개최 안내는 개울장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GmarketG)나 정릉시장 블로그 (blog.naver.com/jnmarket)를 참고하면 된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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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배우는 마을시장, 정릉시장의 ‘개울장’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콘텐츠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이현정 생산일 2016-07-05
관리번호 D0000026657830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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