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해맞이 명소 망월봉의 새해 첫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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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가 서울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불안과 지난날의 후회가 아닌 새해의 정기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새해맞이 명소를 찾고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밝아오는 해를 바라보며, 두 손 가득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원하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각자 출발점은 달라도 같은 마음으로 해맞이를 하는 사람들에게서 해맞이 외의 희망을 읽는다.

망월봉 새해맞이 가는 길, 호롱불이 어두운 길을 밝히고 있다

망월봉 새해맞이 가는 길, 호롱불이 어두운 길을 밝히고 있다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 나는 서울의 새해 맞기 좋은 명소 19곳 중에서 송파구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에 위치한 망월봉에서 새해를 맞았다. 두툼한 외투에 목도리를 휘감아 무장을 하고 해맞이 하러가는 길, 희망을 품어서일까 어둠과 추위 따위는 문제되지 않았다. 곰말다리(곰말: 꿈 마을의 옛말로 1986년 3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교각 명칭 제정 시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복구하기 위하여 ‘곰말다리’라 부르기로 하였다)를 지나 망월봉에 오르자 길게 펼쳐진 호롱불이 어둠을 밝히며 걸음을 재촉했다.

망월봉에 다다르자 부녀회에서 준비한 따끈한 전통차로 추위를 녹였다. 행사가 하나 둘 진행되면서 어둠이 거치고, 날이 서서히 밝아오자 어느새 모인 사람들로 주변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과 이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사람들이 해맞이를 찾는 건지도 모르겠다.

소원지 작성

소원지 작성

해 뜨는 시간을 몇 분여 앞둔 긴장된 순간, 사람들을 뚫고 마이크를 건네는 사회자가 있었다. 소원을 큰소리로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한 60대 여성분께서 “우리 아들 장가 좀 가게 해주세요. 아들이 참 착한데, 아직 결혼을 못 했어요. 엄마 소원이니 올해는 제발 장가 좀 가라 아들아~”라는 소원을 말한 뒤, 또 다른 60대 남성분이 “큰 딸이 아직 시집을 못 갔어요. 이번 참에 시집 좀 가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재치 있는 사회자는 두 사람의 결혼이 성사됐다고 큰 소리로 알렸고, 사람들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뒤이어 회사 수출업무가 잘 되게 해달라는 중년의 남성과 대학에 가게 해달라는 재수생의 소원이 이어졌다.

망월봉에 솟은 새해

망월봉에 솟은 새해

8시 5분! 해가 살며시 솟았다. 하지만 잔뜩 낀 구름으로 인해 빨갛게 타오르는 해의 모습을 보진 못했으나 사람들은 그 가슴 벅찬 순간을 환호하며 카메라에 담았다. 우리는 각자의 희망으로 떠오르는 해에게 소원을 빌었다. 매일 뜨는 해이지만 새해의 해가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이날은 망월봉 뿐 아니라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도 희망의 물결이 일어났을 것이다.

부녀회에서 준비한 떡국

부녀회에서 준비한 떡국

이제 떡국 먹을 일만 남았다. 두어 시간을 서있었으니 추위에 온 몸이 꽁꽁 얼었다. 부녀회에서 준비한 떡국을 먹으러 망월봉을 내려오는 길에 한 고등학생 아들과 어머니의 대화가 웃음을 자아냈다.

“아들아, 떡국 먹고 가자. 넌 세 그릇 먹어라. 나이 세 살 더 먹어서 철 좀 들게.”
“싫어. 난 안 먹을 테니까 엄마 혼자서 세 그릇 다 드세요. 그럼 우리 엄마 나이가 얼만가.”

새해맞이는 이처럼 웃음과 감동이 있다. 따뜻한 떡국을 나누는 일, 새해 소망의 간절함을 띄우는 일, 덕담을 건네며 희망을 점치는 일들 말이다.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다는 건 어쩌면 산고의 고통에서 출산의 기쁨으로 이어지는 날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서울에서 사는 기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다음해에도 볼 수 있는 새해맞이를 꼽을 것이다.

몽촌토성 산책로

몽촌토성 산책로

이대로 집에 가는 것이 아쉽다면, 몽촌토성 산책로에 올라 2,000년 전 한성백제시대의 기상을 느끼며, 새해맞이의 백미를 장식하는 것은 어떨까! 몽촌토성은 사적 제297호로 남한산에서 뻗어 내려온 낮은 자연 구릉의 끝 부분에 쌓은 일종의 산성이다. 성벽의 전체 길이는 2,285m이고, 높이는 6~40m로 지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성벽 바깥쪽에 목책이 있으며, 동쪽·북쪽·서쪽으로는 성내천이 토성을 감싸고돌아 성 주위를 둘러 싼 해자 역할을 한다.

성벽 바깥 동북쪽 작은 구릉에는 둘레 270m 정도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나무로 세운 보루가 있다. 이곳 토성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백제 유적과 유물 등이 발견되었다. 성을 따라 꾸며진 약 2,340m의 산책로는 길이 가파르지 않아서 산책하기에 좋다. 코스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토끼와 꿩, 청솔모 등은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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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 명소 망월봉의 새해 첫날 풍경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방윤희 생산일 2016-01-04
관리번호 D000002475741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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