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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랑] 서로의 '곁'이 되는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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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콩 한쪽도 나눠 먹듯이 반찬을 나눈다

우리동네청년회 2030 반찬모임 ‘반쪽’은 월 1회, 평균 10명의 봉사자 청년들이 모여 반찬을 만들고 주위 독거 어르신들에게 배달한다. 반찬(飯饌, side dish)이란 본디 밥에 곁들여 먹는 모든 음식을 통칭한다. 그리고 거들어준다는 의미인 ‘곁들다’의 ‘곁’은 가까이에서 보살펴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을 뜻하니, ‘반쪽’ 모임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동네청년회>라는 청년모임에서 분화된 봉사모임이 ‘반쪽’이에요.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 라는 뜻에서 ‘반찬’을 나눠 먹는다는 의미로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반쪽’의 팀장 강명우 씨는 모임의 꾸준한 지속이 가능했던 까닭에 대해 ‘재미’와 ‘보람’을 이야기했다. 처음 <우리동네청년회>에서 뜻이 있는 또래 세 명이 모여 ‘반쪽’을 만들었고, 점점 사람들이 모여 현재는 월 1회, 평균 10명이 모여 반찬을 만든다. 이들은 마포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연남동조, 망원동조, 성산동조 등 3개의 조를 나누어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반찬 봉사 외에도 위안부 피해 할머님 댁을 찾아뵙고 말동무를 하거나 나라의 크고 작은 일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우리 마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실제로 <우마프>에 참여하며 홍보 효과를 얻어 새로운 봉사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셋만 모여도 마을이 된다

모든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의 전제는 ‘같은 뜻을 가진 셋이 모여’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소 인원 셋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마을에서의 활동 제안을 하면, 그것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인정받는다. 시에서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거창한 아이템이 필요할 것 같지만 활동은 꼭 학술적일 필요도 없고, 생업을 포기할 만큼의 희생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게, 그렇지만 나 혼자의 편의가 아니라 ‘우리’의 편의를 위해 뛰는 순간 그 신 나는 마음은 이른바 ‘마을성’으로 탈바꿈한다. ‘반쪽’ 이야말로 바로 이런 또래 집단의 즐거움을 십분 활용한 ‘즐거운 봉사’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또래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떨고, 그러는 와중에 즐겁게 반찬을 만들고, 곧이어 천방지축 망아지가 되어 동네 할머니 품에 안겨 놀다 오는 셈이다.

초기에는 여의도에 ‘생생해물촌’ 공간을 이용해 봉사 준비를 해오다가 현재는 홍대에 위치한 ‘상상언저리’ 카페로 옮겨왔다. 장도 직접 만드는 것은 물론 배달도 손수 한다. 작은 모임이지만 정기적으로 회의도 진행한다. 회의 내용은 주로 그달 배달할 반찬을 정하는 것이다. 보통은 제철 재료를 활용해 반찬을 만드는 데 월별 회의를 통해 테마가 정해지기도 한다.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를 토핑한 멸치볶음, 매콤 달콤한 고추장양념진미채, 그리고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낸 양념간장을 직접 재워 만들어야 하는 장아찌나 콩을 불려서 만드는 고소한 콩자반같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반찬도 능숙하게 뚝딱, 만들어 냈다. 봄을 맞아 싱싱한 나물들을 무치기도 하고 만두를 직접 빚기도 한다니 주부 9단 부럽지 않은 솜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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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삶에 ‘곁’들다

“보통은 할아버지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오는데 이날따라 뒷집 할아버지 지인 분이 놀러 오셔서 의도치 않았던 그 두 분의 만담(?)을 듣다 왔습니다. 놀러 오셨던 할아버님은 약주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됐어요. 저희가 찾아뵙는 할아버님은 술을 안 드시거든요. 그날도 계속 막걸리를 사달라고 하시며 티격태격하셨습니다. 어르신 건강이 걱정입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들렀던 할머님 댁에서는 그 동네에 거주하시는 다른 어려운 분들의 사정을 듣게 되었어요. 이혼 가정,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가정 등 사정이 어려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분들은 많은데 적절한 도움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대접하러 갔는데 늘 대접받고 오게 되는 시골 할머니 댁 같다고 해야 하나? 어떤 할머님은 저희가 오는 날이면 누룽지나 떡을 준비해 놓으시거나 양념 통닭 같은 것을 시키시고 기다려주실 때도 있어요. 손주들 먹여야 한다고.”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냥 단순히 더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봉사를 할 때 동 주민센터에서 도움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저희가 모르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여건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더 많은 반찬을 나누고 싶습니다.”

어르신들과 행복을 나누고자 하는 청년이라면 ‘반쪽’으로 가보자. ‘세대 간의 화해’ 같은 거창한 슬로건으로 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아직 가진 게 없어 베풀 것이 없다고 지레 주눅들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저 믿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너와 나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서로의 ‘곁’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출처 : 서울사랑 (글_조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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