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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커피의 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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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찾는다. 하루에도 여러 잔,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커피.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이지만,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많다. 내가 주로 마시는 커피의 원산지는 어디이며, 수많은 커피 전문점의 조제 과정 또한 굳이 알려하지 않았다. 쓰면 뱉고, 달면 삼키고 식의 단순무식 마인드로 지금껏 커피를 좋아한 건 아닌가. 세계 최강,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를 2주간 다녀온 공정무역활동가. 그녀가 들려준 우리가 몰랐던 커피의 진하고도 깊은 이야기.

18일간 12번의 비행, 콜롬비아 커피 농장을 둘러보다

지난 3월호를 통해 '공정무역과 카카오, 그리고 초콜릿'에 관해서 이미 음식남녀에 소개된 바 있는 아름다운커피의 한수정 팀장. 이번엔 콜롬비아 커피를 가지고 음식남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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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활동가이자 '그린빈 바이어'이기도 한 그녀는 아름다운커피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네팔에서 '생산자 조직화 및 비즈니스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18일간 열 두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콜롬비아 커피 농장을 샅샅이 훑어보고 온 그녀의 보따리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지난 4월 9일, 경복궁역과 바로 연결된 아름다운커피 경복궁점엔 15명의 음식남녀가 저마다의 기대를 안고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부터 평소 공정무역에 관심 많은 이들, 회사원, 공정여행가, NGO 단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까지 직업과 사는 곳마저 다양한 음식남녀들. 한수정 팀장이 콜롬비아에서 공수해온 커피를 음미하며, 두 시간여 동안 향기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쉽게 헤어나질 못했다. 참고로 콜롬비아 커피는 좋은 산미가 특징이다. 이는 매우 높은 고산지대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토양에서 자란 커피이기 때문. 아울러 콜롬비아는 케냐처럼 1년에 두 번 수확을 하는 곳으로도 유명. 이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콜롬비아 커피 문화 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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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활동가로서, 또 커피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보름 넘게 둘러본 콜롬비아 커피산업은 그녀로서도 참으로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일. 커피의 생육과 가공, 병해충 극복의 노력, 다양한 기능들이 조화로운 커피생산자협의회(FNC)등은 아름다운커피와 공정무역으로 거래하는 생산파트너들의 지향점으로 생각해도 좋을 만큼, 상상력 넘치는 현장이었다고 했다.

"2008년부터 아름다운커피에서 공정무역활동가로 일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네팔 주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네팔커피는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이다 보니, 커피자체로는 볼 것이 많지 않은 편이예요. 반면 콜롬비아 커피는 최강이죠. 콜롬비아의 커피농장과 커피산업을 둘러보는 일은 제게도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50여 년간의 내전과, 아직도 평화교섭이 마무리 되지 않아, 외국인 여행자의 신분으로 가고 싶은 곳을 모두 다 갈 수는 없었어요. 주변에서 자꾸 위험하다고 말려서~."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음 씨앗을 뿌린 것이 커피 농작의 시작이라 알려진 콜롬비아 커피. 전통적으로 브라질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아라비카 커피 생산국으로 알려져 왔고, 이런 물량을 바탕으로 한 협상력 덕분에 규모의 경제로 운영되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선택을 받곤 한다. 게다가 콜롬비아 서쪽의 안데스 산맥 서부와 중앙 구릉에 있는 18개의 도시 지역을 포함한 6곳의 농경지로 이뤄진 콜롬비아 커피 문화 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아름답고 독창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의 그 뒷이야기

18일간 둘러본 콜롬비아 커피산업을 사진과 함께 음식남녀들에게 자세하고 유쾌하게 풀어내준 한수정 팀장. 콜롬비아 커피를 나눠 마시며, 약 두 시간동안 그곳의 깊숙한 커피 이야기를 둘려준 그녀는 이후엔 음식남녀들의 다양한 질문을 받곤, 꽤 장황하고 친절하게 답을 잇는 모습이었다. 그중 음식남녀들의 최고의 관심사인, 공정무역에 관한 질문은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름다운 사람들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리한 처지에 놓여있는 저개발국가의 생산자들에게 시장에서 정당한 몫을 얻고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정무역. 생산자들이 국제 무역을 통해서 스스로의 삶과 지역사회를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데, 아름다운커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정무역 단체라 할 수 있다.

"아름다운커피는 소외된 생산자들이 무역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익이 아니라 사람과 삶의 지속과 발전이 거래의 이유가 되는 비즈니스를 꿈꾸지요. 그리고 우리와 같이 더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과 연결하고 연대하며, 함께 세상을 바꾸는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꿉니다."

공정무역 전문재단 아름다운커피의 한수정 팀장. 대학에서 사회과학과 경영을 공부한 이후엔 공정무역활동가로서 농촌사회, 무역불균형, 협동조합, 현금작물, 리더십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12년부터는 저개발국가 생산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농업개방 위기 앞의 저개발국 농민과 선진국의 윤리적 소비자를 연결하는 상생과 호혜의 공동체 구축에 힘쓰고 있다.

■ Mini column
콜롬비아, 공정무역활동가의 세계 최강 커피생산국 방문기
- 한수정 (아름다운커피 생산자파트너십팀장, 소셜임팩트그룹장)

커피농장 전경 ⓒ아름다운커피(좌), 커피농장 전경 ⓒ아름다운커피(우)

커피농장 전경(좌), 커피농장 전경(우)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가보고 싶은 커피 생산국들이 있다. 아라비카 커피시장의 가격을 결정할 만큼 엄청난 생산량을 자랑하는 브라질, 커피의 기원으로 알려진 에티오피아, 네팔이나 라오스처럼 커피가 자랄 것 같지 않은 아시아의 국가들까지, 전 세계에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커피의 나라들이 존재한다.

이 많은 나라 중에서도 '후안발데스(Juan Valdez)'로 그려지는 콜롬비아는, '세계 최강의 커피 생산국'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브랜드와 생산시스템, 그리고 국가정책이 정비되어 있다. 공정무역을 하면서 둘러봤던 여러 산지들과는 비교될 수 없는 조직력과 이를 통해 이루어낸 거대한 시스템은 농민과 국가의 관계, 민주주의 등의 키워드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리베리아 아시엔다 ⓒ아름다운커피

리베리아 아시엔다


세계 3위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을 자랑하는 콜롬비아 커피역사는 17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민시대의 유산이기는 해도, 천혜의 자연조건과 깨끗한 물, 고산의 강렬한 태양빛은 커피를 콜롬비아의 국부로 만들어 주었다. 당시 유명 커피산지 중 하나였던 쿤디나마르카의 리베리아 대농장(Hacienda)은 독립적인 화폐 사용을 검토할 정도였다고하니, 커피가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력을 가늠할 만하다.
1960년대 들어 중남미 각 지역의 커피생산량을 조절하고자 형성된 커피협정은 1998년 미국의 탈퇴로 유명무실화 됐다. 이어 생산량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커피가격은 폭락과 급등을 반복했다. 커피에 절대 의존하던 중남미 국가들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고,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일대에서는 '기아상태의 아이들이 속출해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세상에 전해졌다.
콜롬비아도 이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콜롬비아가 그나마 가격 폭락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1927년 창립된 '커피생산자협의회(FNC)'라는 농민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강력한 협의회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콜롬비아 FNC는 커피협정을 통해 자국의 커피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동안, FNC 내부에 꾸준한 자본을 축적했다. '커피위기'로 다른 나라 농민들이 국제 커피시장 가격의 3~40%를 받을 동안, 콜롬비아 농민들은 약 95%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FNC가 농민들의 커피를 '제 값'에 수매해 줬기 때문이다.
FNC 회원카드를 보여주는 파이안느 씨 ⓒ아름다운커피(좌), 동조합 초입의 분류별 가격표 ⓒ아름다운커피(우)

FNC 회원카드를 보여주는 파이안느 씨(좌), 동조합 초입의 분류별 가격표 (우)


이런 모범적인 정책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콜롬비아 방문 때 만난 마니살레스 협동조합의 사무국장도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농민에게 수매를 한다 하더라도 협동조합이 최대 3개월의 시장가격을 본 후, 가장 좋은 시점에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정책을 강조해 설명해주었다.
FNC는 농민들의 자치적인 조직이면서도 대단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수매를 담당하는 협동조합과 가공/보관 설비, 수출업무를 전담하는 엑스포카페와 알마카페, 세계최상의 동결커피 가공공장인 부엔카페 등이 그것이다. 그 중 7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콜롬비아에 최적화된 품종과 재배기술을 개발하는 세니카페 등은 커피산업이 발달한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세분화된 유기체다.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수프리모는 최상의 커피'라는 인식을 만들어낸 '후안 발데스' 로고는 FNC가 구축한 품질관리시스템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런 단결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대규모 물량'은 일관된 맛을 내려는 세계 각지의 커피프랜차이즈에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거래조건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거래협상의 주도권은 FNC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대형사일로, FNC의 가공능력 ⓒ아름다운커피(좌),동결건조커피를 생산하는 FNC 산하조직-부엔카페 ⓒ아름다운커피(우)

대형사일로, FNC의 가공능력(좌),동결건조커피를 생산하는 FNC 산하조직-부엔카페 (우)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50만 농부가 회원으로 있는 이런 거대조직을 이끈 리더십이 1927년부터 2000년대까지 단 8명이었다는 사실이다. 강력한 리더십과 이를 바탕으로 쌓은 구성원간의 신뢰자원이야말로 콜롬비아 커피산업을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콜롬비아를 방문하는 동안 관찰했던 '스스로 조직화된 농민의 힘'은 공정무역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측면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운커피는 2006년부터 네팔의 협동조합과 공정무역 커피거래를 시작했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개발협력사업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신뢰의 부재, 단결의 부재, 인프라의 부재, 연구시설의 부재 등 한 단계 도약할 수 없는 그들의 현실적인 장벽도 알게 됐다. 2015년 6월부터 네팔에서 본격적인 역할을 시작하려는 '아름다운커피 네팔센터'는 '더 이상 그 나라에 없는 것'을 탓하지 않고, '무언가 좋은 것'을 함께 만들어 보려는 <네팔의 FNC>가 되고자 한다. 파트너와의 신뢰, 농민간의 단결, 협동조합의 가공과 보관 설비 확충, 그리고 커피를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 등을 통해서 말이다. 우리 아름다운커피가 네팔커피센터에 '좋은 것'을 전달할 수 있을까. 역사로부터 배우고, 모범으로부터 배워 내딛는 한발이 설레기만 하다.

출처 : 서울식품안전뉴스(글_김재우, 사진_권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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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내 손안에 서울 생산일 2015-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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