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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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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태극기 아래에서

백운대 정상 태극기 아래에서

"백운대 정상에서 뭐 보셨어요?" 하산하던 등산객에게 기자가 물었다. "태극기 아래에서 인증샷 찍고 내려왔어요" 이른 새벽 천안을 출발했다는 지건남 씨와 일행이 무척 기뻐하며 대답했다. 멀리서 왔는데 백운대의 더 많은 볼거리를 알뜰히 보고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백운대를 여러 번 올랐던 기자도 처음에는 마찬가지였다. 최근까지 백운대의 숨겨진 이야기를 모르고 그저 정상에 올라 사진만 찍고 내려왔었다. '누군가 백운대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준다면 좋겠는데...' 아쉬웠던 과거를 떠올리며 백운대를 찾는 탐방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해보려 한다.

일단 북한산 백운대가 서울의 산 중 최고봉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흰 구름을 허리에 두르고 솟은 바위'라는 뜻의 백운대(白雲臺). 836.5m 높이의 정상에 올라서면 굽이쳐 흐르는 한강과 서울의 도심, 경기 북부지역이 눈 아래 펼쳐지고 크고 작은 산들이 자태를 뽐낸다. 과히 최고봉다운 경관이다. 언젠가 당신도 서울의 최고봉인 백운대에 오른다면 이것만은 꼭 챙겨보고 하산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모습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 모습

첫 번째 볼거리

백운대 꼭대기의 경사진 바위 위에는 '나무울타리'가 있고, 그 안에는 총 69자의 한자(해서체)가 새겨져 있다. 바로 '3.1운동 암각문'이다. 독립운동가 정재용(鄭在鎔, 1886~1976, 건국훈장 서훈) 선생이 3.1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후세에 길이 남기고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 새긴 것이다. 가로 1.2m, 세로 3m 크기의 암반 네 귀퉁이에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 글자로 각을 잡았고, 그 위에 "독립선언문은 기미년 2월 10일 육당 최남선이 썼고, 3월 1일 파고다공원에서 정재용이 독립선언만세를 이끌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민족혼을 말살하려고 우리나라 명산(名山) 꼭대기마다 쇠말뚝을 박던 일제강점기에 이런 항일기념물을 새겼다니 놀랍다.

3.1운동암각문과 울타리(좌), 통일서원 비석 모습(우)

3.1운동암각문과 울타리(좌), 통일서원 비석 모습(우)

두 번째 볼거리

'암각문'을 둘러보고 10여 걸음 내려오면 왼편에 '통일서원 비석(碑石)'이 서있다. 한국산악회에서 3.1운동의 정신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기원을 담아 1975년 8월 15일 세운 것이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조국강산, 겨레도 나라도 하나, 여기에 피와 사랑으로 한 덩이 되어 우리 손으로 통일을 이루리라' 애국선열들이 3.1운동으로 독립을 쟁취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통일을 이루겠다는 역사적 소명을 담은 비석이다.

세 번째 볼거리

백운대 맨 꼭대기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어 있다. 사시사철 위풍당당하게 펄럭이는 태극기는 우리민족의 표상이며 힘차게 약진하는 대한민국이다. 미국 워싱턴의 알링턴국립묘지에 '꺼지지 않은 불(Eternal Flame)'이 있다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최고봉 백운대에는 '영원히 펄럭이는 태극기'가 있다. 북한산국립공원 시설담당관은 '백운대의 태극기가 북한산에 게양된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백운대 정상에는 태극기와의 기념사진(인증샷)을 찍기 위한 긴 줄이 생겨난다.

탐방객이 `알터`를 가리키고 있다(빗물이 고여있어 신비롭다)

탐방객이 `알터`를 가리키고 있다(빗물이 고여있어 신비롭다)

네 번째 볼거리

인증샷을 마쳤다면 국기게양대 아래의 '알터'를 찾아보자. 수많은 탐방객이 백운대 정상을 오르지만 '알터'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직경 1m, 깊이는 20cm 크기의 알 모양이다. 이 험준한 바위산 꼭대기에 여성의 음부를 상징하는 '알터'를 파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사람이 팠다고 보기에는 그 형상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늘이 우리민족에게 내려준 귀한 선물이란 생각을 들게 한다. 삼국시대부터 국운융성을 위해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天祭壇)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왼쪽 앞쪽 봉우리가 노적봉이다

왼쪽 앞쪽 봉우리가 노적봉이다

다섯 번째 볼거리

정상의 쉼터에서 시선을 들어 동서남북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준봉(峻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진 이가 오래 산다'는 '논어'의 의미를 담은 인수봉(仁壽峰, 810.5m)이 백운대 동쪽에 개선장군처럼 버티고 서있다. 남성의 성기를 닮은 우뚝 솟은 기상(氣像)만큼은 과히 으뜸가는 기암절벽(奇岩絶壁)이다. 기록상 인수봉 최초의 등반인은 1926년 한국인 임무(林茂)와 영국인 아처(Archer) 일행이라 한다.

시선을 남쪽으로 이동하면 만경대(萬景臺, 799.5m, 일명 국망봉)에 이른다. 인수봉이 남성미를 자랑한다면, 만경대에서는 섬세한 여성미가 느껴진다. 시선을 서쪽으로 더 옮겨가면 노적봉(露積峰, 718m)이 보인다. 백운대 북쪽으로는 '염초봉과 숨은벽 암릉'이 백운대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를 통칭하여 삼각산(三角山)으로 불렀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모습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모습

드디어 북한산에도 봄꽃의 만개가 시작되어 많은 시민들이 산을 찾게 되었다. 그런데 봄철 산행에는 안전사고의 발생위험이 어느 계절보다 높다. 백운대처럼 가파른 암반코스는 더더욱 위험해 서두르지 말고 여유롭게 탐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례대로 줄지어 서로서로 양보하는 탐방문화가 절실한 시기다. 올 봄 백운대를 찾을 산우(山友)들에게 이 기사가 소중한 산행정보가 되었으면 좋겠다.

■ 백운대 산행 시 참고 사항
①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 자세한 정보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 사이트 : bukhan.knps.or.kr
? 대표전화 : 031-828-8000
② 백운대 정상 탐방코스
? 우이동코스(3,9km,120분) : 우이분소-하루재-백운대피소-백운대 정상
? 북한산성코스(3.7km,170분) : 산성탐방지원센터-대서문-보리사-백운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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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최용수 생산일 2015-04-10
관리번호 D000002197736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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