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전 현재와 미래가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미래는 더 확장돼 저와 같은 버추얼아티스트도 많아질 거고요”

‘서울디자인 2024’의 홍보대사인 나이비스가 답했다. 밝고 생기 있는 나이비스의 답변에 희망이 보였다. 10월 17일 저녁 18시 30분, 서울 DDP 어울림광장에서는 ‘서울디자인 2024’ 개막식이 열렸다. 낮부터 오래 기다린 만큼 기대도 컸다. 서울의 미래를 AI와 함께 구축해가듯 서울시장과 나이비스와의 대화는 꽤 인상적이었다. 이어 나이비스의 공연이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공연은 단순한 미디어 쇼가 아닌 레이저와 빛 등 4D로 구현됐고 DDP 외벽에 송출해 좀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주변을 에워싸고 사진을 찍으며 공연을 즐겼다. ☞ [관련 기사] 국내 최대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2024' DDP가 들썩!

선선한 가을, 국내 최고의 디자인 축제 ‘서울디자인 2024’가 10월 17일부터 27일까지 DDP에서 열린다. 축제는 ‘내일을 상상하다(Imagine Tomorrow)’라는 주제로 AI가 미래 사람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과 함께 우리에게 일어날 변화에 관해 흥미로운 상상을 제시하고, 미래 디자인에 관한 방향성을 제안한다.

‘서울디자인 2024’는 DDP와 서울시 일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데, 어떤 점에 주목하고 어떻게 보면 좋을지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봤다.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서울디자인 2024’의 변모에 있다. 어느덧 13년 차에 접어든 행사는 그동안 문화적 관점에서 진행했다면, 앞으로 디자인 산업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런던 디자인 페스터벌처럼 서울의 디자인 트렌드를 전 세계적으로 발신하는 ‘디자인 위크’ 성격의 글로벌 마이스(Mice) 행사이다. 행사장 및 참가 디자이너, 기업수를 대폭 늘리며 해외 유명 마켓 전시회와 교류전 등을 운영한다.

한마디로 ‘서울디자인 2024’는 우리의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산업 측면에서 성장하기 위한 행사다. 즉, 올해는 디자인 축제를 넘어 기업과 디자인 산업 기반의 MICE(마이스) 박람회로 확대되는 원년이다. 앞으로 이탈리아 살로네디 모빌레, 프랑스의 메종앤오브제와 같은 산업박람회 중심의 박람회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론칭 제품들과 주제 컨퍼런스를 통해 담론을 제시하며 디자인 트렌드를 예측, 선도할 계획이다. '서울디자인 위크' 확대는 앞서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디자인산업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전략에도 포함돼 있다.

‘서울디자인 2024’를 관람할 때, 4가지 포인트를 알아두자. 인류와 함께 진화할 미래의 AI 아키텍처, 기업 중심의 디자인 MICE 산업전, 기업 콜라보를 통한 다양한 실험 및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눈여겨 보자. 특히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300여 개의 신제품이 이번 행사에 전시돼 기대가 된다. 이 제품들은 학생들과 디자이너, 기업이 함께 해 상품화된 결과다.

무엇보다 행사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건 '서울디자인 2024' 홍보대사인 '나이비스(naevis)'다. '나이비스(naevis)'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첫 버추얼 아티스트다. 그는 걸그룹 에스파의 세계관 속 조력자로 지난 6월 에스파의 단독 콘서트에 깜짝 등장한 바 있으며 9월 데뷔곡 'Done'을 발표했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이 행사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 이 질문에 서울 DDP 차강희 대표는“시민들은 행사에서 앞으로 생활 변화를 체감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상, 산업적 유용성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디자인 2024’의 내용은 크게 '전시'와 '콘퍼런스', '시민 이벤트'로 나눌 수 있다. 전시는 주제전시 및 파빌리온과 기업 팝업, 대학전시 등이며, 콘퍼런스를 통해서는 여러 분야를 대표하는 연사들과 함께 디자인 트렌드를 예측해 본다.

실내 아트홀 1, 2관에서 보는 전시와 콘퍼런스는 티켓이 필요하나, 야외 부스 등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또 이벤트를 통해 매일 30분을 선정해 입장권을 제공하니, 서울디자인2024 인스타그램을 참고해 최신 소식을 알아보자.

주제전시 ‘Light Architecture(라이트 아키텍처)’는 아트홀 2관에서 열린다. 빛으로 표현된 첨단 기술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9분 동안 펼쳐지는 작품에서는 AI가 인류에게 빛인지 어둠인지 되물으며 관객들을 이끈다. 깜깜한 공간, 바닥에 빛이 모이고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스크린 구조물에는 다양한 영상이 흐른다. 무려 30개가 넘는 장비들이 조화를 이뤄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시를 보는 동안 AI에 관한 양면성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아트홀 2관에서 열리는 주제전시 ‘Light Architecture(라이트 아키텍처)’에 관해 강이연 작가는 “관객들이 거대한 DDP 공간 안에서 자신을 하나의 데이터 조각이라고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가능한 다양한 위치에서 감상하시길 추천하는데요. 공간마다 음향이나 영상도 다르게 체감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려는 의도는 AI기술이 아니다. 챗GTP3가 출시된 후 명령(인풋)을 통해 누구나 결과물(아웃풋)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가 2019년 당시 가능했던 모든 AI 모델을 도식화한 ‘뉴럴 네트워크 동물원’을 통해 큰 영감을 받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DDP 개관 10주년인 만큼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고. 10개월에 걸쳐 작품을 제작하며 가장 고민한 건, 2024년 현재 대중과 AI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였다.

전시장인 DDP의 독특함에도 주목해 보자. 작가는 공간을 변주하기보다 공간에 빛을 활용해 변화를 주었다. 지금까지 DDP에서 볼 수 없었던 천장 구조물을 설치했으며, 그만큼 안전과 장비 등 공을 많이 들였다고. 또 전시는 방향에 따라 그곳에서만 들리는 소리와 빛이 있다. 한발 멀리 떨어져 보거나, 2층, 또는 전시 내부로 들어가서 감상해보자. 각각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시를 통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AI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될지 모르겠다. 더불어 정보가 넘쳐 나는 요즘 우리가 바라보고 서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트홀 1관에서는 'DDP디자인론칭페어' 등 다양한 디자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반적으로 젊은 디자이너들이 가진 훌륭한 능력을 기업의 역량과 협업을 통해 세계로 향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두었다. 크게 주제관, 기업관, 특별관 등 4가지로 구성돼 있다.

대학생들부터 영디자이너(디자인론칭페어), 중소기업(스케일-업 프로젝트) 및 지속가능기업(그린칩스 페스티벌), 디자인 강소기업(중소기업 산업디자인 개발지원사업)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영 디자이너와 디자인 강소기업, 디자인학과 대학생들이 합작한 전시들에 주목해보자. 산업적인 제품들이지만 산책하듯 볼 수 있게 꾸며 재밌게 볼 수 있다.

“저희가 만든 세이플룬(조형물)은 밀집 사고를 예방하고 있어요. 귀여운 토끼처럼 보이지만, 인파가 몰리면 색상이 변하며 위험을 알리는데요. CCTV 위쪽에 설치해 밀집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요.” 박경리 학생(경희대 시각디자인·4학년)이 말했다.

반대편 부스인 플레이모빌 카페 또한 재밌어 보인다. 이곳에서 이벤트에 참여해 보자. 참여자가 카메라 앞에서 표정을 지으면 AI가 분석해 사진을 찍어주고 알맞은 메시지를 준다. 미션을 마치면 작은 플레이모빌 피규어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함께 열리고 있는 ‘2024 서울디자인산업페스타’의 제품도 찬찬히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마지막 전시인 특별관에 주목하면 좋겠다. '2024 디자인론칭페어'를 기획한 김종완 작가는 "이 전시가 디자이너의 압박감을 AI로 풀었다"라며 관람을 추천했다. 작은 전시지만, 무형의 가치를 믿으며 힘들게 일하는 디자이너들의 노고가 녹아 있는 모습에 초점을 두고 보면 좋겠다.

기업전시 및 팝업전시, 기업 파빌리온 등은 DDP 어울림광장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대문역사공원역 1번 출구에서 나와 바로 마주하는 그 광장이다.

행사에 체험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빠지면 섭섭하다. '서울디자인 2024'는 스탬프 이벤트는 물론 버스킹 공연, 마술쇼가 준비돼 있으며 '2024 UD데이'가 진행돼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 체험 및 영화를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페레로 아시아 리미티드 한국지점으로 이벤트를 통해 인생네컷 및 누텔라 시식 등도 가능하다. 타파웨어에서는 선착순 이벤트로 작은 타파웨어, 타올쿤에서는 타올 컵받침을 제공했다. 업사이클 기반 브랜드 레코드에선 자투리 원단으로 나만의 팔찌를 만들거나 비건 커피&젤라또 브랜드 푸롤리에서 AI 협동 로봇이 제조하는 커피를 볼 수 있다.

주말만 진행하는 이벤트도 꽤 있다. 뮤지컬 알라딘의 전시와 팝업 행사가 기다리고 있으며, 해치 와펜으로 네임택, 해치 AR 포토 카드 등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안내데스크에서 리플렛을 보고 여기저기서 펼쳐지는 행사에 참여해보길 추천한다.

이외에도 서울디자인마켓에서 ESG, 푸드, 소품 등(아트홀 2관)을 만나볼 수 있으며 아시아패키지 디자인 전시(이간수문 전시관) 서울 도심 속 260여 곳의 핫플레이스와 함께 즐겨봐도 좋겠다.

‘서울디자인 2024’는 현재 뜨거운 화두인 AI와 인류의 미래를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행사를 통해 하루하루 발전하는 AI와 인류의 공존을 깊이 생각해보고 가늠해보면 좋겠다. 또 앞으로 ‘서울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며 산업, 경제면에서 우리나라 디자인 미래가 확장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신진 디자이너들의 판로가 돼 디자인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체험, 진로 및 취·창업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