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지난 2023년 1월,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정책 개발에 착수했다. ‘고립’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로,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를 말한다.

서울시 결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 비율은 4.5%로 추정되며,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약 13만 명으로 추산됐기 때문이다. 이를 전국 청년 비율로 확대하면, 고립·은둔청년은 약 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서울시는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 5월,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청년의 니즈에 따라 사각지대 없이 천천히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집 밖을 나와 세상 속으로’의 발돋움을 돕고 있다. 2024년에는 고립·은둔청년에게 더 촘촘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전국 최초, 고립·은둔청년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설립했다. ☞ [관련 기사] 고립·은둔청년 세상 밖으로! 전국 최초 전담센터 개관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9월 12일, 서울청년기지개센터가 개관식을 열고 힘차게 출발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고립·은둔청년을 도울지, 서울청년기지개센터를 방문하여 최남이 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 서울청년기지개센터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고립·은둔청년 발굴부터 사회 진입을 위한 단계를 원스톱(One-Stop)으로 전담하는 서울시 기관입니다. 심리 상담 및 자조 모임을 지원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진출을 돕고 있어요. 서울시 고립·운둔청년 정책을 진행하는 컨트롤타워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대학로에 있습니다. 대학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고립·은둔청년을 대상으로 하니까, 물리적 거리감과 심리적 거리감을 고려해야 했어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 소요된다면 방문을 망설이는데, 고립·은둔청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서울의 중심에 있으면서 한 시간 이내로 갈 수 있는 곳, 그리고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곳을 선택했습니다.

‘대학로’라는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학로는 젊음을 상징하는 거리인데요, 대학로에서 청춘을 즐기는 청년을 보면서 고립·은둔청년이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만 서울청년기지개센터가 대학로 번화가에서는 안쪽에 있는데요, 고립·은둔청년 중에서 사람이 많은 번화가를 두려워하는 사례도 있어서 배려했습니다.

Q. 센터 이름에 ‘기지개’가 들어갑니다. 어떤 뜻이 있나요?
A. 고립·은둔청년을 명시해서 이름을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부는 고립·은둔청년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낙인을 찍어 버리기도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고립·은둔청년 전담기관이라는 명칭도 있지만, 오랜 고립 생활로 인해 움츠러든 청년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기지개’를 펴는 것처럼, 기지개를 펴고 사회로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센터 이름을 짓는 과정도 청년들에게 의견 조사를 해서 그 뜻을 반영했습니다.

Q. 개관한 서울청년기지개센터 공간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A. 공간을 구성할 때도 고립·은둔청년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친구 집에 놀러 온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안전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같은 의견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1층 활동 공간을 ‘친구 집’처럼 꾸몄습니다. 큰 방과 작은 방, 주방, 책방처럼 집 구조와 비슷하게 설계했습니다. 먼저, 주방은 요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공간으로, 컵라면과 시리얼 등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스낵바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고립·은둔청년은 집에 있더라도 끼니를 자주 거르기도 하는데요, 고립·은둔청년이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많은 기업의 후원해 주면 좋겠습니다.

내 방은 휴식과 ‘쉼’의 공간입니다. 1인실 4개와 온돌방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고립·은둔청년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 ‘공황’이 올 수 있고,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면 쉬고 싶어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 고립·은둔청년을 위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죠.
큰 방에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신체적인 활동이 떨어지는 고립·은둔청년의 특성을 고려해서, 요가 등 체력 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Q. 고립·은둔청년의 마음을 얻기가 참 힘들 것 같아요. 어떻게 라포(rapport)를 형성하나요?
A. 서울청년기지개센터 매니저들이 고립·은둔청년에게 끊임없이 연락하고 안부를 묻고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관심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립·은둔청년도 있습니다. 관심을 요구하는 청년과 너무 많은 관심은 부담스러워 하는 청년이 공존해요. 그레서 상담을 통해 고립·은둔청년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올해 800명의 고립·은둔청년을 돕는 것이 목표였는데, 9월 기준 1,000명 넘게 돕고 있어요.

Q. 고립·은둔청년을 위해 어떠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요?
A. 고립·은둔청년의 범위는 넓고 세분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고립·은둔청년을 유형별로 나눠 약 50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운영했던 프로그램 중 만족도와 효과성이 높았던 프로그램과 함께, 매월 고립·은둔청년이 하고 싶은 활동을 조사해서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은둔 고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안무서운 회사’라고 아시나요? 고립·은둔청년 당사자들이 세운, 고립·은둔청년을 돕고자 만든 회사로, 안무서운 회사와 함께 은둔 고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둔 고수는 말 그대로 ‘은둔 경험’도 스펙이라고 말합니다. 이 경험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감춰야 할 과거가 아닌 당당한 스펙이라는 것이죠. 이러한 민간단체와 함께 은둔 고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고립·은둔청년이 또 다른 고립·은둔청년을 돕는, 멘토가 될 수 있는 활동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청년의 마음은 고립·은둔청년이 가장 잘 알 수 있을 테니까요.

Q. 청년들은 어떤 활동을 가장 즐거워 하나요?
A. 노쇼(No-Show)가 적고,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문화 관람, 요리예요. 고립·은둔청년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노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경험이 부족했던 청년들에게는 경험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아동, 청소년 시기에 문화생활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즐기지 못했던 고립·은둔청년에게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요리 프로그램은 식습관이나 영양 상태가 망가진 고립·은둔청년이 많기에 필요합니다.

Q. 고립·은둔청년의 사회 진출을 위한 지원은 무엇이 있나요?
A. 서울청년기지개센터는 다양한 서울시의 청년정책을 고립·은둔청년과 이어주는 ‘사다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서울시의 정책을 바로 이용하기에는 부담되거나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요. 서울청년기지개센터에서 사회 진출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서울취업사관학교, 서울일자리센터, 기술교육원과 같은 다른 청년지원기관과 연계합니다. 이용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청년에게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고립·은둔청년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가 많기 때문에 청년 친화적 사회적 기업과 청년 센터, 지역 복지관 등 ‘안전한 공간’에서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해요. 예를 들어 실수했을 때 다그치지 않고,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코칭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에 연계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넓혀 가도록 하고 있어요.

고립·은둔청년을 돕는 관계자로서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이 참 좋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정책에 따라 고립·은둔청년 등 취약 청년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정원 치료, 반려식물, 클라이밍, 한강 수상 스포츠 등에 고립·은둔청년이 참여함으로써 경험적 근거를 늘려 주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청년에게는 ‘기회의 확대’로 정책들이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셈이죠.

Q. 고립·은둔청년을 위해 메시지를 전한다면?
A. 고립·은둔청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서울청년기지개센터입니다. 우리가 고립·은둔청년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꼭 전달하고 싶어요.

'가도 좋을까?'라고 망설이는 고립·은둔청년도 있을 거예요. 언제든지 방문했으면 좋겠어요. 아무런 생각 없이 찾아도 돼요. 소소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만화책과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도 있어요. 언제든지 방문하면 놀거리와 프로그램이 많고, 스낵바에서 먹거리도 즐길 수 있으니까, 조금만 걸으면 손 내밀어 줄 사람은 많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요.

고립·은둔청년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와 자립을 위한 서울청년기지개센터. 보건복지부의 ‘2023 고립·은둔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청년 중 80%는 사회로 나오고 싶다고 응답했지만, 응답자의 50%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립·은둔청년으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립·은둔청년의 물음에 서울시가 서울청년기지개센터로 응답했다.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서울청년기지개센터가 고립·은둔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잘 수행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