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청소년 시절, 난 아무것도 몰랐다. 생리가 언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할 것을 몰랐을 때의 무지는 한껏 몸을 움츠리게 했다. 어른이 되면서 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한 지 오래다. 성교육은 언제부터 하면 좋고, 성관계 시 알아야 할 것과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등을 말이다. 이는 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극단적으로 자극하는 무분별한 매체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이 성북구에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성교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곳,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다.

지난 4월, 성북구로 이전 개관한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는 전국 최초의 통합성문화센터다. 장애·비장애, 아동·청소년 누구나 차별 없이 성교육을 받고, 주체적으로 성적권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토론, 체험, 놀이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체험관, 그 현장을 찾아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는 지하철 4호선 길음역 7번 출구로 나와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다. 도로변을 걷다가 ‘서울성북 미디어문화마루’의 압도적인 건물이 보인다면 바로 찾은 거다. 그 건물 지하 1층의 물빛수영장을 지나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 성교육 체험관이 나온다. 안지영 팀장 소개로 체험관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1관은 ‘모두여기 모여방’과 ‘톡톡라운지’로 조성됐다. 이곳은 신체놀이와 워크숍 활동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다. 장애청소년동아리 톡톡 멤버들과 마을 주민들이 마음을 담아 함께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에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마을을 꿈꾸며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2관인 ‘문을 열어방’은 탄생과 성장, 사회문화를 체험하고 토론하는 비밀의 공간이다. 특히 ‘두근두근 하늘방’은 다양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공간으로, 온통 화사한 하늘빛이 눈길을 끈다. 욕실 콘셉트의 거울 수납장을 열면 속옷이나 생리용품들이 놓여 있다. 내 몸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지, 사춘기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하는지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관에 자리한 ‘신비한 보라방’에서는 임신과 탄생, 육아에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자궁 안에서 손톱만 한 크기로 만들어진 태아의 실물 크기와 마지막 달 엄마와 만나기 전의 모습도 모형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임신부 인형의 배를 만지면 태동과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는데, 매우 리얼하다. 또한 태어난 후, 실제 무게인 아기 인형을 안고 어린 자신에게 한마디해 보거나 자궁방으로 조성한 곳에서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를 기억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기꺼이 디테일하고 신비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시끌벅적 하얀방’은 10대 청소년의 성문화를 맘껏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청소년 친구, 이성 친구 등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교육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3관은 미디어 효과를 통한 성교육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신나는 초록방’은 퀴즈를 풀거나 카드를 찾아 방탈출처럼 나올 수 있게 꾸며져 한껏 놀면서 배울 수 있다. ‘재미있는 노랑방’은 댓글로 드러나는 성폭력에 대해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다. 운동을 하는 여성의 모습에 ‘못 생겼어’, ‘완전 별로인데’ 등의 댓글이 달렸고, 그 아래 상처받은 여자에게 하고 싶은 댓글을 적도록 했는데, 성폭력이 폭력적인 언어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갔던 ‘반짝이는 까만방’은 교육을 마무리하며 나를 돌아보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의 이야기가 있는 다양한 방들은 어른이 보기에도 신기하거나 재밌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쉽게 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었다.

모든 공간을 둘러본 후 김보람 센터장을 만나 궁금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 프로그램은 어떻게 신청할 수 있나요?
A. 저희는 4명 이상이면 그룹으로 보고 그룹 신청을 받습니다. 개별적으로 그룹 구성이 안 되는 분들은 아이의 연령대랑 주제에 맞게 모집을 따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 또 여름방학 특강으로 '열린 체험관'이 열리는데, 저희 홍보 채널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누리집, 카카오 채널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는 통합성문화센터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A.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는 2015년도에 '중랑청소년성문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소했을 당시부터 '통합성문화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시작했어요. 장애와 비장애 아이들이 같이 수업을 받는 프로그램도 있고, 장애 학생들이 교실에서 무리 없이 어우러져 교육 받을 수 있도록 차별화한 활동지를 쓰는 등 장애·비장애·아동·청소년 모두를 위한 '통합' 성교육 프로그램과 캠페인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도 하고, 방송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과 결혼을 쉽게 접하는 환경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선에서 느끼는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A. 아이들의 성에 대한 궁금증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아이들이 정보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서는 그 궁금함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거나 표현하는 문화들이 좀 더 생겼다고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받길 원하고, 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온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지 확인하길 원하기도 하지요.

Q. 성교육 전문 기관에서 청소년 성교육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뭔가요?
A. 자신의 발달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이고요. 그걸 기반으로 이제 존중을 배워가는 거죠. 성폭력 예방의 가장 기본은 자기 스스로를 긍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미디어 같은 데에서 불편한 성에 관련된 정보를 받았을 때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그 안에서 왜 무엇이 잘못됐고, 나는 어떻게 해야 안전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내 삶이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Q. 가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성교육, 사실 양육자들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는데요. 작은 꿀팁 부탁 드립니다.
A. 아이들이 성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은 부모님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1 더하기 1을 물어봤는데, 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이때 가장 사실적으로 대답해 주시는 게 좋은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같은 경우는 같이 답을 찾아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정보라는 것은 정확한 게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결국에 아이들은 이제 음지에서 찾기 시작하거든요. 이걸 양지로 끌어주는 게 바로 양육자들의 역할이에요.

성문화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연애’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배우고 싶어 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잘 다스리고 어떻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면, 관계의 시작과 마무리 역시 더 지혜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별 살인이나 스토킹이 문제가 되는 사회 속, 관계의 올바른 소통을 알려주는 곳, 시립성북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는 그 어려운 걸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