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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지하철 혼잡도를 낮춰라! 운행횟수·편성량수 늘리기 어렵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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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71) 승객 밀도 낮추려면 '공간확장형 열차' 도입 검토 필요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개통 50주년 맞이하는 서울지하철 ©서울교통공사
개통 50주년 맞이하는 서울지하철 ©서울교통공사

8월 15일은 서울에 지하철이 도입된 지 딱 50년이 되는 날이다. 사람 나이로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 '하늘의 명(뜻)을 알았다'는 것으로 공자의 논어에서 나오는 말이다. 40대까지는 자신의 경험과 주관으로 살아왔다면 50세가 되어서는 하늘의 이치와 만물의 원리를 알게 되고, 객관과 보편의 세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그만큼 인간이 성숙했음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서울지하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라는 찬사를 받으며 서울시의 경쟁력 강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교통편의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은 물론이다. 지하철이 없었다면 지상의 도로는 진작 마비되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출퇴근 시간에 발생하는 혼잡이다. 사람들이 비슷한 시간에 한꺼번에 움직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혼잡은 지하철 이용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지하철의 혼잡을 근본부터 해결하려면 수송력을 늘려야 한다. 지하철의 수송력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증편(增編)’과 ‘증결(增結)’이다. 증편은 운행횟수를 늘리는 것(예: 1시간에 10회 운행을 15회로)이고, 증결은 편성량수를 늘리는 것(예: 1대에 6칸을 8칸으로)이다. ☞ [관련 기사] 지하철 칸수는 왜 노선마다 다를까?
이전 추진 중인 4호선 창동차량기지 항공사진 ©서울시
이전 추진 중인 4호선 창동차량기지 항공사진 ©서울시

문제는 증편과 증결이 힘들거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증편과 증결 모두 차량을 늘려야 한다. 차량을 늘리면 차량기지도 그만큼 커져야 하는데, 알다시피 있던 차량기지까지 옮기라고 하는 상황(예: 4호선 창동차량기지)이니 새 차량기지를 구하기 쉬울 리가 없다. ☞ [관련 기사] 드디어 이전되는 창동 차량기지

게다가 증편은 기관사까지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인건비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기관사는 '철도차량 운전면허'라는 전문자격을 갖춘 고급인력이다. 그리고 증결을 할 때는 역 시설도 그에 맞춰 길이가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승강장 길이가 이미 전동차 길이와 똑같다면 증결도 못한다. 굳이 늘린다면 지하에서 추가로 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는 엄청난 대공사이다.

이렇듯 혼잡도를 낮추기 위해 차량 칸을 늘리거나 운행횟수를 늘린다는 건,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 [관련 기사] 콩나물 버스·지하철은 이제 그만! 대중교통 혼잡 줄이는 해법
지하철의 혼잡 ©서울교통공사
지하철의 혼잡 ©서울교통공사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의 인구가 줄고, 운임 인상은 물가 상승보다 크게 억제되어 있고, 고령화로 인해 무임수송 대상도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과거처럼 풍족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 즉 마른 수건도 쥐어 짤 정도로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때 주목되는 것이 밀도라는 개념이다. 지하철에서 혼잡을 느끼는 이유는 승객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승객 밀도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승객 밀도 = 승차 인원(명) / 바닥 면적(㎡)

승객의 밀도를 낮추면 혼잡한 느낌을 줄일 수가 있다. 옆 승객과 덜 부대끼기 때문이다. 밀도를 낮추려면 분자인 승차 인원을 줄이거나, 분모인 바닥 면적을 키워야 하는데, 지하철을 타려는 승객 수를 줄일 수는 없으니, 바닥 면적을 넓혀야 한다.
승객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9호선 전동차 객실 모습 ©한우진
승객밀도가 높기로 유명한 9호선 전동차 객실 모습 ©한우진

그런데 전동차의 크기는 표준화(서울지하철 기준 1칸: 길이 19.5m, 폭 3.12m) 되어 있기 때문에 바닥 면적을 물리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전동차 벽면의 두께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전동차 한 칸의 바닥면적은 60.8㎡(18.4평) 수준이다.

이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좌석의 존재이다. 좌석은 바닥 면적을 넓게 차지하는데, 정작 사람은 1명만 태울 수 있다. 심지어 좌석은 순수한 좌석 바닥 투영 면적뿐만 아니라, 등판과 사람이 발을 내놓고 있는 무릎 부분의 면적까지 차지한다. 하지만 좌석이 없는 맨바닥은 동일한 좌석면적에 1명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좌석 승객 1인이 차지하는 면적은 입석 승객 1인보다 많다 ©오영석(한국철도학회)
좌석 승객 1인이 차지하는 면적은 입석 승객 1인보다 많다 ©오영석(한국철도학회)

즉 앞서 소개한 '밀도=인원/면적' 공식에서, 분모인 면적에 ‘좌석을 고려한 실효(effective) 면적’을 써야 한다. 실효바닥면적은 좌석이 없을수록 커진다. 따라서 좌석이 적을수록 밀도가 낮아지고 전동차 내부가 덜 혼잡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렇게 의자가 차지하는 면적을 줄여 차내 밀도를 낮추는 방법은, 철도차량에서 전통적으로 쓰고 있다. 예를 들어 무궁화호는 고속버스처럼 진행방향 쪽을 보는 의자만 있는데 이러면 입석 승객들은 양쪽 의자 사이 복도에만 서 있어야 한다. 복도 공간은 매우 좁기 때문에 무궁화호에 입석객이 있으면 차내가 매우 혼잡해진다. 입석승객들이 카페칸(4호차)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페칸은 의자가 적어 실효바닥면적이 넓기 때문이다. 무궁화호 객차 자체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인 바닥 면적이 넓어진 것이다.
전동차 내부의 크로스시트와 롱시트 비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우진
전동차 내부의 크로스시트와 롱시트 비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우진

우리나라 지하철 전동차에 양옆으로 길쭉하게 마주보는 형태의 롱시트(long seat)가 설치된 것도 그런 이유다. 외국 지하철 전동차에는 앞뒤로 마주보는 크로스시트(cross seat)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실효바닥면적이 좁아져 혼잡에 취약하다. 앉아가는 사람은 좋지만, 서 있는 사람은 좁은 면적에 집중되어 남들과 더욱 부대끼며 이동해야 한다. 혼잡을 더 심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은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여 지하철에 모두 롱시트를 설치했다.
일부 좌석을 들어내고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사례 ©한우진
일부 좌석을 들어내고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사례 ©한우진

하지만 이제 롱시트 설치만으로 혼잡도 개선이 안 되고 있고, 경제 사정상 증편과 증결도 어렵다. 그래서 전동차의 실효바닥면적을 추가로 높이기 위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이 바로 ‘공간확장형 열차’라는 개념이다.

이는 현행 좌석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다. 공간확장형 열차에서는 동일한 바닥면적을 좌석객 대신 입석객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차내 승객밀도를 낮출 수 있다. 도로교통으로 치면 나 홀로 자가용 대신 카풀(carpool)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승객 1인이 도로를 적게 차지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동차의 좌석을 줄이는 정도는 단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전동차 한 칸에는 일반석(6~7인석) 6개와 교통약자석(3인석) 4개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에 일반석 4개를 줄인다. 이 방식은 실효바닥면적 증가 효과는 제일 적지만, 같은 칸 안에서 입석과 좌석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현재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된 전동차 칸에서는 이미 실현되어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일반석 6개 중 4개를 줄이는 방식 ©서울시
일반석 6개 중 4개를 줄이는 방식 ©서울시

두 번째는 양끝의 교통약자석 4개만 두고, 일반석은 모두 없애는 방식이다. 이미 4호선과 7호선 일부 전동차에서 시행 중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바닥면적은 동일하지만 실효바닥면적이 넓어져서 차내 승객밀도가 낮아진다. 특히 좌석의 존재 때문에 공간이 줄어들어 그동안 전동차 내로 들어오기 힘들었던 의료용 스쿠터나 전동휠체어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일반석을 줄이고 교통약자석만 남기는 방식(7호선 시범운행) ©서울교통공사
일반석을 줄이고 교통약자석만 남기는 방식(7호선 시범운행) ©서울교통공사

마지막은 접이식 의자를 쓰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출퇴근 시간에는 의자를 접어 실효바닥면적을 높이고, 낮이나 새벽, 심야에는 의자를 내려 더 많은 승객이 앉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절충적인 방법이다. 더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지만, 접이식 의자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것이 흠이다.

원래 의자같이 많은 사람들이 쓰는 기구는 단순한 것이 최고다. 복잡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고장도 잘 나고 유지보수 부담도 커진다. 특히 전동 기능까지 추가되어 승무원이 원격으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의자는 웬만큼 튼튼하게 만들지 않으면 고장 나기 십상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튼튼하게 만들자면 그만큼 더 비싸진다.
싱가포르 지하철의 접이식 좌석 ©서울시
싱가포르 지하철의 접이식 좌석 ©서울시

현재 서울시는 위와 같은 열차 개선을 검토 중이며, 그 대상은 지하철 9호선이다. 9호선이 서울지하철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9호선은 그동안 꾸준한 증편과 증결을 해왔는데 이제 한계에 도달한 상태이다.

현재 9호선은 아침에 1시간당 20회의 열차가 운행 중이다. 평균 3분에 한대씩 운행된다는 것인데 9호선 같은 중전철(重電鐵)에서는 거의 최대 한도이다. 이 이상 열차를 투입하면, 앞차가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사이 뒤차가 역에 들어가기 못하고 대기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시간에 열차 20대가 운행되는 9호선 마곡나루역 시각표 ©서울시메트로9호선
1시간에 열차 20대가 운행되는 9호선 마곡나루역 시각표 ©서울시메트로9호선

또한 9호선은 초기 4량에서 현재 모든 열차를 6량으로 늘린 상태다. 그리고 이 이상은 늘릴 수가 없다. 9호선 삼전역부터 동쪽에 있는 역들은 승강장 길이가 6량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다.
9호선 수송력 증대의 어려움
수송력 증대 방법 증편(增編) 증결(增結)
의미 열차운행횟수를 늘림 차량편성량수를 늘림
예시 1시간 운행횟수 20회 → 25회 1대 6칸 → 8칸
차량 차량을 추가 도입해야 함
차량기지 기존 차량기지 면적 넓히거나,
새 차량기지 건설 필요
현행 차량기지 유치선, 검수고 등의
길이를 늘려야 함
9호선에서 어려운 이유 이미 최대한도에 가깝게 운행 중으로,
더 이상 넣으면 후속열차 신호대기 발생.
기관사 추가 고용 필요 → 인건비 증가
승강장 길이가 6량인 역들이 있어서
추가 공사가 필요함

그래서 더 이상 증편과 증결이 힘든 9호선의 혼잡도를 빠른 시간 안에 조금이라도 낮추고자, 실효바닥면적을 높여 차내 승객밀도를 줄이는 공간확장형 열차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9호선은 6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 2칸에 공간확장형 열차 도입을 검토중이다.

특히 이 정책은 교통약자와 짐이 많은 승객에게도 도움이 된다. 김포공항 및 공항철도와 연결되어 있는 9호선은 여행용 캐리어와 같은 큰 짐을 들고 타는 승객이 많다. 이들은 그동안 객실 내에 짐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곤란했는데, 좌석이 줄어들면서 바닥 공간이 많아지면 편리해질 것이다.
의료용 스쿠터. 공간확장형 열차를 도입하면 교통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국소비자원
의료용 스쿠터. 공간확장형 열차를 도입하면 교통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국소비자원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은 휠체어(의료용 스쿠터)이다. 승강편의시설이 완비된 지하철은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었으나, 9호선은 높은 혼잡 때문에 사실상 타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었다. 차내의 승객들도 휠체어를 위해 비켜주고 싶어도 좌석 쪽이 좁아서 비켜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공간확장형 열차 도입으로 차내 공간이 넉넉해지면 무엇보다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들이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공간확장형 전동차에서는 객실 의자를 없앰과 동시에 손잡이(36개)와 지지대(30개), 벽면에 걸터앉을 수 있는 엉덩이 받이(범시트, bum seat)(12개)를 추가로 설치(7호선 시범운행 기준)한다. 의자만 달랑 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간확장형 열차도입여부 설문조사 안내포스터 ©서울시메트로9호선
공간확장형 열차도입여부 설문조사 안내포스터 ©서울시메트로9호선

현재 서울시는 위에서 소개한, 실효바닥면적 증가를 통해 승객 밀도를 낮출 수 있는 ‘공간확장형 열차’ 도입 검토를 위하여 시민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 설문조사는 서울시 엠보팅을 통해 7월 25일까지 참여할 수 있다. 지하철의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족한 자원을 갖고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한 힘든 노력인 만큼 시민들의 많은 의견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오영석, <전동차 입석승객 산정에 대한 고찰>, 한국철도학회 추계학술대회(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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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지하철 혼잡도를 낮춰라! 운행횟수·편성량수 늘리기 어렵다면?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한우진 생산일 2024-07-23
관리번호 D000005128779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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