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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에서 인디밴드 공연을 무료로 본다! 신촌 박스퀘어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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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9일 오후 5시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윤혜숙
5월 19일 오후 5시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윤혜숙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라고 절규하듯 외치는 시구(詩句)가 있다. 윤동주 시인이 쓴 <사랑스런 추억>의 마지막 행이다.
이곳에 오면 윤동주 시인의 시구를 읊조리곤 한다. 정말이지 이곳의 젊음은 오래오래 남아 있길 바란다.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신촌이다. 젊음이 오래 남아 있기를 바라는 신촌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한때 침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신촌이 젊음을 되찾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촌 박스퀘어가 있다.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바라본 경의중앙선 신촌역. 역 앞 로터리 옆으로 박스퀘어가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바라본 경의중앙선 신촌역. 역 앞 로터리 옆으로 박스퀘어가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라고 하면 “그게 어디에 있지?”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신촌 박스퀘어는 신촌역 맞은 편에 있다. 신촌역은 두 곳이 있다. 신촌역이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은 전철 2호선 신촌역을 떠올린다. 하지만 신촌에는 2호선 신촌역 말고 경의중앙선 신촌역도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서 문산역 방향으로 운행하는 경의중앙선이 경유하는 곳으로, 서울역 다음이 신촌역이다.

그 신촌역 앞에 커다란 로터리가 있다. 로터리와 나란히 신촌 박스퀘어가 자리잡고 있다. 신촌 박스퀘어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연세대학교가, 동쪽으로 이화여자대학교가 있다.
신촌 박스퀘어는 컨테이너 건물 3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가운데 옥외 테라스가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는 컨테이너 건물 3개가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가운데 옥외 테라스가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는 육안으로 봐도 여느 건축물과는 다르다. 커다란 컨테이너가 삼각형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컨테이너 가운데 개방된 옥외공간이 있고 테이블이 놓여 있다.

신촌 박스퀘어는 이화여자대학교 앞 무분별한 거리 가게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상생협력 모델로, 쇼핑몰이자 식당가가 운집해 있다. 여러 자영업자 상인들이 신촌 박스퀘어에 입점해 있다. 공모를 통해 역량 있는 '청년창업가'를 양성하여 청년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지역상인과 청년창업가의 상생협력을 통한 상인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신촌 박스퀘어는 외관에서 보는 것처럼 내부도 간결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신촌 박스퀘어 3층에 루프탑이 있어서 인디밴드 공연 등이 열린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 3층에 루프탑이 있어서 인디밴드 공연 등이 열린다. ⓒ윤혜숙

그동안 신촌 박스퀘어를 지나치기만 했다. 이번에 그곳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주말 늦은 오후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공연이 열렸다. 신촌 박스퀘어에 발을 들여놓으니 흡사 전통시장 상점가와 먹거리 장터를 절묘하게 섞어 놓은 것 같았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가니 3층 루프탑이 나온다. 루프탑 공간의 절반은 실내, 절반은 테라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의 작은 음악회를 찾아온 관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의 작은 음악회를 찾아온 관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윤혜숙

실내 무대에서는 공연에 앞서 총연습으로 분주했다. 그런데 아직 관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곧 사라졌다. 5시가 되자 3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에 청년들이 줄을 지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오늘의 작은 음악회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이다.
첫 번째로 출연한 희끄무레밴드는 여성 보컬이 자작곡 <출항>을 불렀다. ⓒ윤혜숙
첫 번째로 출연한 희끄무레밴드는 여성 보컬이 자작곡 <출항>을 불렀다. ⓒ윤혜숙

오늘의 작은 음악회 공연은 희끄무레밴드, 다정한밴드, 프롬비밴드 순으로 출연했다. 각 밴드가 4, 5곡을 준비해서 불렀다.

대중에게 친숙한 밴드는 아니다. 밴드가 선곡했던 곡들도 대부분 최신곡이 많아서 중년층인 기자의 귀에 친숙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밴드의 음악 실력은 거의 수준급이었다.

특히 보컬을 맡은 구성원의 가창력은 청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로 응원했다. 특히 마지막 곡을 부를 때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연신 “앙코르”를 외쳐대기도 했다.
두 번째로 출연한 다정한밴드는 주로 경쾌하고 신나는 곡을 불러서 분위기를 복돋웠다. ⓒ윤혜숙
두 번째로 출연한 다정한밴드는 주로 경쾌하고 신나는 곡을 불러서 분위기를 복돋웠다. ⓒ윤혜숙

3개의 밴드가 여러 곡을 준비해서 불렀지만 그중 기자의 귓가를 맴도는 곡이 있다. 희끄무레밴드는 보이지 않는 미래의 불안함을 위로하고자 만든 곡이라며 <출항>을 불렀다. 다정한밴드는 세션을 담당한 구성원들 각자를 소개하며 <써니(Sunny)>를 불렀다.

프롬비밴드는 남성과 여성 보컬이 번갈아 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 중에 애청곡인 <밤하늘의 별을>을 부를 때는 나도 나지막하게 따라 불렀다.
마지막 프롬비밴드는 여성 보컬과 남성 보컬이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윤혜숙
마지막 프롬비밴드는 여성 보컬과 남성 보컬이 번갈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윤혜숙

주관객이 청년층이었던 작은 음악회에 참석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관람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청년 관객은 저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어서 공연 장면을 녹화하면서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무대의 보컬이 열창하는 것에 맞춰서 팔을 흔들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보컬을 맡은 구성원이 노래 한 곡을 부른 뒤 곡을 소개할 때면 관객들의 환호성으로 공연장에 활력이 넘쳐났다.
작은 음악회를 관람하기 위해 루프탑을 방문한 외국인 관객들도 즐거워했다. ⓒ윤혜숙
작은 음악회를 관람하기 위해 루프탑을 방문한 외국인 관객들도 즐거워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프롬비밴드의 리더를 맡았던 윤그루 씨(33세)를 만나서 인터뷰했다. 그는 10년 전부터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에 밴드를 결성해서 연습하고 공연해 봤다고 한다.

Q. 조금 전 공연을 했죠. 공연을 마친 소감은요?
A. 솔로로 공연하다가 이번에 밴드를 결성해서 공연해 봤어요. 솔로와는 달리 팀원들 간에 역할 분담이 되어서 공연의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밴드 공연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Q.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201p에서 주관하는 밴드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아무리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도 개인이 밴드를 결성해서 공연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프로젝트가 있어서 공연할 수 있었던 거죠.
신촌 박스퀘어 내 쇼핑몰과 식당가가 있어서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 내 쇼핑몰과 식당가가 있어서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윤혜숙

Q. 청년 예술가를 위해서 서대문구나 서울시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요?
A. 서대문구에서 신촌이나 홍대에 거리공연 형태의 공연을 자주 마련해 주고 있어요. 이번엔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에서 공연하게 되었는데요, 저희 같은 예술가에겐 공연할 기회가 많아지는 게 가장 바라는 점입니다. 서대문구청에서 201p와 협업해서 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연할 무대까지 마련해 주셔서 오늘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어요.

가수로 활동하지 않아도 한 번쯤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할 기회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201p’는 일반인에게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대문구와 함께 이번 공연을 기획한 201p는 음악 콘텐츠를 기획하는 청년 벤처기업이다. 음악 활동을 원하는 사람을 모아 밴드를 결성해서 무대에서 공연하게 해 준다. 작은 음악회도 그렇게 열린 공연이다.
신촌 박스퀘어는 전통시장 상점가와 먹거리 장터를 섞어 놓은 듯한 공간이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는 전통시장 상점가와 먹거리 장터를 섞어 놓은 듯한 공간이다. ⓒ윤혜숙

최나영 씨(28세)는 다정한밴드 구성원의 지인으로 이곳에 초대받아서 왔다.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은 개방된 공간인데요, 이곳에 편안하게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았고, 공연하는 밴드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게 즐거웠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외국인의 반응도 들어 봤다. 가이드와 함께 공연장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최고입니다. 아담한 루프탑 공간이 공연장인 것도, 공연하는 밴드도 신선했어요."라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들은 서울시 곳곳을 관광하면서 구석구석 라이브 공연을 구경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오늘의 공연도 SNS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신촌 박스퀘어 2층에서 바라본 테라스의 풍경이 이국적이다. ⓒ윤혜숙
신촌 박스퀘어 2층에서 바라본 테라스의 풍경이 이국적이다. ⓒ윤혜숙

201p는 올해 3월 신촌 박스퀘어에 입점했으며 이번 작은 음악회는 서대문구와 준비한 첫 기획공연이다. 공연 소식을 알고 이곳에 온 관객들은 무료로 공연을 즐겼다.

길거리 공연처럼 관객들은 자유롭게 앉아서 음식이나 음료를 먹고 마실 수도 있었다. 201p는 6월 8일과 22일 오후 5시~9시에도 신촌 박스퀘어 루프탑 작은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인디밴드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신촌 박스퀘어의 루프탑에 모여든 청년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옥외 테라스에 앉아서 식사하는 청년들은 신나는 공연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는 등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젊음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이곳 신촌에 오면 신촌 박스퀘어도 있고, 길거리 공연을 만나듯 루프탑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신촌 박스퀘어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5
○ 교통 : 경의중앙선 신촌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분, 지하철 2호선 이대역 1번 출구에서 도보 7분
누리집
인스타그램
○ 문의 : 02-3140-8028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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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에서 인디밴드 공연을 무료로 본다! 신촌 박스퀘어 작은 음악회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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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4-05-29
관리번호 D000005087667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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