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지난 주말 강남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후 지인들과 인근 카페에 들렀다. 커피 주문을 키오스크로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계산대 앞쪽에 어르신 두 분이 계셨다. 멀뚱한 표정으로 한참을 기다리더니 다시 우리 곁 테이블로 오셨다. 어르신에게 “왜 그냥 오셨어요?”라고 말을 건네자 직원이 앞서 주문 받은 커피를 제공하고 난 뒤 주문 처리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듣고 자리로 돌아왔다고 했다. 어르신은 “내 앞에는 주문한 사람이 없었는데"라며 혼잣말을 삼켰다.

그 카페는 키오스크(kiosk)를 활용한 무인 주문 시스템을 설치한 곳이다. 주문이 밀렸는지 연신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호출하고 있었고 2명의 직원 손놀림이 정신없어 보였다. 키오스크란 디지털 기기가 어르신들에게는 편리함보다 오히려 새로운 장벽이 된 셈이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요즘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기기가 많아질수록 더 큰 불편을 느끼는 디지털 문맹자도 늘어난다. 이에 어르신과 같은 디지털 문맹자를 위해 서울시는 작년 12월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를 개관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서남센터’를, 다른 하나는 은평구 구산동에 ‘서북센터’를 열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일까?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를 찾아가 봤다. ☞ [관련 기사] 열차 예매, 키오스크 사용 걱정 끝!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개관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거리인데, 꾸불꾸불 대림동중앙시장 골목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내비게이션 활용이 쉽지 않은 어르신들인데, 중간중간 이정표라도 붙어 있었으면 싶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는 약 250평(825㎡) 규모로 지상 3층에 있었다. 교육용 키오스크 2대, 스크린 파크 골프 2식, 로봇 커피머신 1식, AI 바둑로봇 2대, 크리에이터 영상 촬영 장비 및 전용 촬영실 1식, 무인 사진관 1대, 해피테이블 3대, 레이저 각인기 1대, 3D 체형진단 분석기 등 디지털 기기들과 강의실 2개가 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는 크게 ？상담존 ？러닝존 ？체험존 3개 존(zone)으로 나뉜다. 요즘 일상에서 만나는 디지털 기기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직접 체험하며 시민들과 어울렸다.

먼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문자 등록부터 했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이용자의 필수 과정이다. 일상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을 만났다. '상담존'에서는 중간중간 사용의 어려움을 직원들과의 1대 1 상담으로 해결할 수 있다. 키오스크·태블릿PC·해피테이블·파크 골프·체형 진단기·무인 사진관·스마트 미러 등 장비의 활용법을 배운다. 배운 내용은 숙달될 때까지 자유롭게 복습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열차표 예매, 음식 주문, 택시 부르기, 온라인 정보 찾기 등 생활 서비스 분야는 물론 헬스케어, 온라인 송금 및 통장 관리, 병원 예약까지도 체험할 수 있다.

“전문상담사(직원)들이 1대 1 지도를 해주시니 무엇보다 마음 편하게 배울 수 있다"라며 "이제는 열차표 예매 부탁을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키오스크에서 열차표 예매를 배운 어르신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러닝존’에서는 기초적인 디지털 기기 교육부터 문화·여가·취미생활에 이르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초교육’은 기본적인 디지털 용어 학습부터 키오스크 사용법 등 시니어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웹툰·레이저 각인·전자책 만들기 등 MZ세대에도 뒤처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디지털 예술가’ 프로그램, 줌(ZOOM)이나 구글 미트(Meet)를 이용하는 ‘디지털로 일하기’, 영상편집·챗GPT 등의 디지털 전문가 과정이 포함된 ‘심화교육’ 등 과정이 다양하다.
스마트 시니어들을 위한 취미와 헬스케어, 여가 및 문화 프로그램 운영은 인기 교육 강좌 중 하나다.

‘체험존’은 누구나 신기술 디지털 기기들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스크린 파크골프, 키오스크, 3D 체형 분석, 스마트 미러, 엑서하트(운동기구), 무인 사진관 등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디지털 기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일종의 ‘장노년 놀이터’이다.

‘체험존’은 스크린 파크골프와 같은 ‘예약 체험존’과 현장에서 참여 가능한 ‘상시 체험존’으로 나뉜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가 오픈하고 매주 2~3회 찾아온다는 한 어르신은 "AI 바둑로봇 덕분에 실력이 부쩍 늘었어요. 바둑 친구들이 내 바둑 실력 향상에 놀라는 걸요"라며 자랑하셨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에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22일까지 '가족사진 대회', '우등생 선발전', '디지털 체험기기 신기록 경신' 3개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앞으로도 이벤트는 계속된다. 바코드를 찍고 커피를 선택하면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윙크하며 건네주는 음료는 색다른 맛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줄 알면 이곳의 10여 가지 음료는 모두 무료이다.

넓고 여유로운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하면 좋을 것 같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디지털 기기 사용을 체험하다 보면 어느새 능숙한 사용자가 될 것이다.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서남센터는 일요일 제외하고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강의도 듣고 운동도 하고 바둑도 두고 하다 보면, 어디를 가든 디지털 기기 조작이 어렵진 않게 될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영등포구 서남센터와 은평구 서북센터 외에 4개소를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 한다. 자치구 및 민간이 함께하는 거버넌스에 중점을 두어 장노년들의 필요함을 채워주는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가 되길 기대한다. 다만 가성비 높은 센터는 오롯이 시민들의 이용 여하에 있음도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체험존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