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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공감하는 '수어특별시', 서울에 15년차 수어전문교육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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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계포털인 KOSIS에 의하면 2024년 4월 기준 전국 등록 장애인 수는 264만 8,424명이다. 이 중 서울은 39만 997명으로 경기도 58만 3,78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장애’는 지체, 시각, 청각, 언어, 지적, 뇌병변, 자폐성, 정신,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등으로 세분화되는데, 그중에서도 서울에선 '지체 > 청각> 시각' 장애인의 비율이 높다.

현재 서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의사소통 장벽을 낮추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던 차, 마침 국내 최초로 개원 후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이 있다고 하여 이곳을 찾아 관계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입구.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면 된다. ⓒ박지영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입구.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면 된다. ⓒ박지영

Q.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은 어떤 곳인지 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은 2009년 4월 서울시의 ‘장애인 행복도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생겼습니다. 2007년부터 장애인 관련 법령이 개정 및 시행되었고, 그때부터 단순 복지 측면을 넘어 인권 신장 등 장애인에 대한 정책 사업이 확대되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등록 청각 장애인분들이 42만 4,146명(2007~2020, 보건복지부)인데, 서울시민들이 수어를 많이 배우면 청각 장애인들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고 결과적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한 여러 좋은 사회적 효과들을 기대할 수 있으니, 그런 취지로 수어 교육 사업이 출발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여기서 배출된 수강생과 수어 통역사가 어느 정도일까요.
A.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은 한국 수어 통역사를 많이 양성·배출하고, 많은 분들이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두 가지를 주요 목표로 운영합니다.
교육 과정은 기본부터 심화까지 6단계인데, 통역사가 된 이후 전문 과정도 있습니다. 그 과정들을 마친 분들이 연 9만 명 이상이고, 그 중 배출된 통역사가 356명이죠. 전국적으로 1,000명이 조금 넘는데, 이 중 30% 정도의 인원이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 서울시와 함께 작업한 서울특별시 수어 지하철역명 단행본 ⓒ박지영
    서울시와 함께 작업한 서울특별시 수어 지하철역명 단행본 ⓒ박지영
  • 모든 역명이 설명과 함께 수어로 수록되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모든 역명이 설명과 함께 수어로 수록되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 서울시와 함께 작업한 서울특별시 수어 지하철역명 단행본 ⓒ박지영
  • 모든 역명이 설명과 함께 수어로 수록되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서 사용하는 직접 만든 단계별 수어 교재들 ⓒ박지영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서 사용하는 직접 만든 단계별 수어 교재들 ⓒ박지영

Q . 일반 학원에서 수어를 배우려고 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여긴 수강료가 정말 싸더라고요.
A. 서울시 지원을 받고 있어 가능한 겁니다. 저희는 위탁사업 형태로 운영 중이니 시 지원이 없다면 많은 분들에게 수어를 보급하긴 어렵습니다.
2016년에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 및 시행돼서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서울시에 수어 교육에 대한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게 했는데, 그 업무를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서 위임받다 보니 교육 과정 구성도 더 내실을 갖췄습니다.

Q. 국내 최초 및 최대 규모인데, 사무실 규모도 아담하고 직원 수도 많지는 않네요.
A. 상근 직원 5명에, 과목별 전문 강사님들이 계십니다. 대부분 이곳 설립 이전부터 강의를 하던 베테랑 강사님들이시고,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이 설립된 지 좀 되다 보니 여기서 배우셔서 강사로 오는 분도 계세요.
수어를 가르치는 곳들은 좀 되지만 상시로 기초부터 고급 레벨까지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는 기관은 드물어요. 나사렛대학교, 총신대학교 등 학사 과정이 있는 곳들 외에는요.
  • 개방형 사무실 형태의 서울수어전문교육원 내부 ⓒ박지영
    개방형 사무실 형태의 서울수어전문교육원 내부 ⓒ박지영
  • 15주년을 맞아 수강생들이 남긴 메모들 ⓒ박지영
    15주년을 맞아 수강생들이 남긴 메모들 ⓒ박지영
  • 곳곳에 한글과 수어가 병기된 안내문이 있다. ⓒ박지영
    곳곳에 한글과 수어가 병기된 안내문이 있다. ⓒ박지영
  • 개방형 사무실 형태의 서울수어전문교육원 내부 ⓒ박지영
  • 15주년을 맞아 수강생들이 남긴 메모들 ⓒ박지영
  • 곳곳에 한글과 수어가 병기된 안내문이 있다. ⓒ박지영

Q. 청각 장애를 가진 분들을 ‘농인’이라 부르던데요.
A. 청각 장애인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요인으로 소리를 못 듣는 사람으로, 후천적인 경우에는 제1언어가 수어가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중 수어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을 일반적으로 ‘농인’이라 칭합니다. 상대 개념으로 소리를 듣는 분을 ‘청인’이라 부르고요.
농인들에겐 그들의 생활 양식 전체를 이르는 '농문화'가 있고, 한국 농문화 속에서 시각·동작 체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고유 형식의 언어가 이들이 쓰는 일상어인 한국 수어입니다. 한국어와는 언어 양식이나 문법 체계가 다른 언어입니다.

Q. 그럼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수강생은 대부분 농인이신가요?
A. 농인분들 가족 중엔 청인들이 많습니다. 꼭 유전으로 농인이 되는 건 아니라서요. 갑작스럽게 사고나 질병을 겪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중도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그분들도 계시고, 자원봉사를 하거나 통역사가 되기 위해 찾는 청인분들도 계세요. 수강 이유는 아주 다양합니다.

Q. 온라인 강의도 하시던데요.
A. 원래는 100% 대면 수업을 했는데,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온라인 교육을 추가했습니다. 교재도 강의법도 다 온라인에 맞춰 반 년 정도 준비해서 온라인 시스템으로 100% 전환한 수업을 한 1년 정도 운영했고, 해 보니 장점도 많아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 4회 2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퇴근 후 저녁 수업에 오는 분들이나 지방 거주자들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해서요.
코로나를 의미하는 국제 수어들. 표현은 다양하다. ⓒ박지영
코로나를 의미하는 국제 수어들. 표현은 다양하다. ⓒ박지영

Q. 요즘 뉴스나 문화 기관에서도 수어 통역 및 자료를 접할 수 있는데요.
A.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습니다. 2019년에 공공 수어 통역이 시작되었거든요. 코로나19 때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수어 통역 확대도 도움이 되었고요. 덕분에 수어에 대한 관심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공 정보도 제한적이고 QR이나 짧은 동영상으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고, 농문화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아 농인들의 정보 습득에 한계는 있습니다. 특정 영역의 전문 지식을 갖춘 통역사도 드물고요.
농인들 입장에서 제일 좋은 사례는 농인 당사자가 직접 수어로 설명을 하는 겁니다. 수어는 손 모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까지 다 의미를 지니고 있거든요.

Q. 그럼 사회적으로 우선 보강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A. 생활 통역입니다. 계약, 재판, 법률, 병원(의료), 교육, 경찰서 등 생활 현장에서의 전문 통역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이런 부분들은 각 지역 관련 센터에서 신청을 받아 임의적으로 통역사를 배정합니다, 일회성으로.
그러다 보니 연속성을 가진 생활 분야에선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신뢰의 문제, 정보 소통의 문제 등 민감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재판이라고 하면 1심, 2심, 3심에서 계속 통역사가 바뀌는 거예요. 농인 입장에선 주변 이야기를 직접 듣고 판단할 수 없고, 통역사는 사건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투입되니 이중고에 처하게 되죠. 2017년에 발생한 행복팀 사건은 농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 사기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잘 알려진 사건입니다. 그 과정 면면을 보시면 농인들이 처한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후에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수어 통역 비용은 모두 국가가 부담'하도록 바뀌긴 했는데, 각 분야에서 좀 더 유연하게 전문 통역사를 부를 수 있게 되면 좋겠고, 이런 전문 분야에 대한 전문 교육도 농인들이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라고요.

Q. 우리가 아직 모르는 지점들이 많네요. 농인과 농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가 있을까요?
A.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코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리슨>, 이길보라 감독의 가족 얘기를 담은 가치봄 영화제 대상 수상작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추천합니다.
잘 모르면 오해를 살 때가 있잖아요.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러워하고 배려하기도 하고요. 귀가 들리지 않고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가 조금이라도 인지를 하고 있으면, 훨씬 더 폭넓게 대화의 창이 열릴 거라 생각합니다.
평일 낮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 ⓒ박지영
평일 낮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수강생들 ⓒ박지영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수어 교육은 영어 교육처럼 이용자들이 충분한 지불을 하고 배울 수 있는 언어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중도 장애인들도 많고 뒤늦게 수어를 배우시는 분도 많다 보니 복지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고, 그런 이유로 서울시에서도 위탁해 주신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니 좀 더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업이 더 활성화되면 농인 입장에선 수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서 좋고, 사회적으로도 수어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가진 분들이 늘어나 좋고, 이분들이 자원봉사도 하고 일상이나 직장 생활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서울수어전문교육원의 수강 신청은 매달 세 번째 수요일 10시부터 1차 접수, 네 번째 월요일 10시부터 2차 접수누리집 수강신청을 통해 진행된다. 6월 강좌 신청은 신청 시작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5월 22일부터 시작되며, 서울시민이거나 서울 소재 직장 및 학교에 재직 중인 지방 거주자, 농인 및 농인 가족 등이 수강 대상이다. 자세한 사항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해 보기 바란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15 엘림넷빌딩 5층
○ 교통 :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7번 출구에서 165m
누리집
○ 카카오톡 : sdeafsign0
○ 메일 : sdeafsign@hanmail.net
○ 문의 : 02-393-3515, 영상전화 070-7947-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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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인과 공감하는 '수어특별시', 서울에 15년차 수어전문교육원 있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박지영 생산일 2024-05-24
관리번호 D0000050845224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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