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오르락 내리락~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것'을 배치한 놀이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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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타이틀 이미지
초등학교 운동장 바닥에서 떠 있는 놀이풍경에서 아이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논다.
초등학교 운동장 바닥에서 떠 있는 놀이풍경에서 아이들은 더욱 입체적으로 논다.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25) 떠 있어 더 재미있는 놀이풍경

서울은 산의 도시다. 북한산, 인왕산, 남산 같은 유명한 산들이 아니어도 동네마다 언덕 하나쯤은 품고 있다. 특히 서울 강북의 초등학교들 중에는 언덕에 위치한 곳들이 많다. 실제 등교길의 학교 앞에 서 보면, 지도나 항공사진으로 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급 경사를 느끼게 됨과 동시에 이곳을 매일 같이 등하교 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언덕을 오르는 것이 힘들고 고달픈 일만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이야기거리이자 놀이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생기고 장소에 대한 기억이 새겨진다.
높이 차이를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놀이다.
높이 차이를 오르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놀이다.

필자는 건축가로서 여러 학교 놀이풍경 프로젝트를 해오며, 이런 높이성과 어린이들의 놀이활동에 대해 관심있게 살펴보고 이런 특성을 놀이풍경의 한 요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놀이풍경도 설계하기도 했다. 힘들여 올라온 학교에서 더 높은 공간성을 놀이로 경험할 때 등하교의 경험도 남달라질 수 있다.

금북초 ‘플레이링크 (PLAYLINK)’

금북초등학교도 그런 학교 중 하나였다. 금호동에 위치한 이곳은 매봉산, 금호산, 용봉산이 위치하며 대체로 높고 경사가 있는 지역이다. 길이 구불구불하고 기존의 빌라들과 재개발로 세워진 아파트 단지들이 있는 가운데 학교가 있다. 학교가 높은 지대에 위치하다 보니 금북초 운동장에서 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빌라, 다세대 주택들의 지붕만 보이거나 아파트의 허리 이상이 보이는 풍경들이 일반적이다.
플레이링크에 올라서서 두 다리가 떠 있을 정도로 뛰는 아이.
플레이링크에 올라서서 두 다리가 떠 있을 정도로 뛰는 아이.
보통의 눈높이 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운동장과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기억의 요소다.
보통의 눈높이 보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운동장과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기억의 요소다.
학생들은 어디를 가장 좋아할까?
놀랍게도 아주 단순한 구름사다리였다.

언덕 위에 위치하다 보니 운동장 자체도 그다지 넓지 않았고 학교의 영역도 반듯한 사각형이지 않았다. 그 안에 작은 축구장, 농구장, 모래사장과 철봉, 그리고 조합놀이대와 스테인레스 구름사다리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어디를 가장 좋아할까? 놀랍게도 아주 단순한 스테인리스 구름사다리였다. 쉬는 시간이면 그 구름사다리 위에 서로 올라가려고 아이들이 몰리기도, 그 위에 위험하게 서 있기도 하는 아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새로 놀이터를 만들더라도 그 구름사다리를 없애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하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한편, 그런 운동장의 요소들은 서로 관계가 없이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설치되고 조성되었기에 조화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제각각 번쩍이거나 컬러를 발산하고 있었다.
플레이링크 위에는 다양한 트리하우스들이 배치되어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
플레이링크 위에는 다양한 트리하우스들이 배치되어 다양한 뷰를 제공한다.
떠 있는 놀이풍경은 그 아래에도 흥미로운 장소를 제공한다.
떠 있는 놀이풍경은 그 아래에도 흥미로운 장소를 제공한다.

이에 필자와 EUS+건축의 건축가들은 학생들과 참여 구상 워크숍을 3회 진행하며, 좁은 운동장에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단지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입체적인 장소로서의 놀이풍경을 만들고자 하였다. 워크숍에 참여한 학생들과 동네 지도 그리기와 운동장 면을 기준으로 위에 보이는 것과 아래에 보이는 것을 구별하며 인식과 기억의 범위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경사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학생들에게 시선의 높이에 따라 장소적 기억이 있음에 착안하여 동네의 집들과 학교 내의 여러 외부 장소를 연결하는 ‘떠 있는’ 놀이구조물을 상상케 했다. 각 모둠들은 입체적이고 연결되는 놀이풍경들을 꼴라주로, 모형으로 다양하게 만들어보며 상상력을 보여주었다.
길처럼 이어져 순환 구조를 만드는 플레이링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길처럼 이어져 순환 구조를 만드는 플레이링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뒤에 있는 아파트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입체적인 전경을 만드는 플레이링크.
뒤에 있는 아파트들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입체적인 전경을 만드는 플레이링크.

우리 건축가들도 그런 방향에 따라 ‘떠 있는 길’ 로서의 놀이구조물을 디자인하게 되었다. 지면에서 2미터 높이에 떠 있는 구조물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암벽등반, 원통 사다리 등을 통해 올라가거나, 거꾸로 된 집 모양의 통로를 기어서 올라갈 수 있다. 기존 구름 사다리 형태를 연장한 순환형 이중 바닥구조를 지닌 PLAYLINK는 학교, 동네, 놀이공간의 연결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PLAYLINK는 오르고 내려가고 매달리고 쉴 수 있는 미끄럼틀, 소방관 지주, 박공지붕을 가진 쉼 트리하우스, 원형 오름다리, 징검다리 바닥 패턴, 암벽타기 등의 놀이 요소를 포함한다. 박공지붕 트리하우스와 거꾸로 뒤집힌 놀이링크 안에서 금북초 학생들이 고유하고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새로운 놀이 풍경의 모습을 그리기를 바란다.
단계별 개념의 발전 다이어그램.
단계별 개념의 발전 다이어그램.
기존 구름사다리에서 노는 아이들과 참여 워크에서 입체적인 놀이풍경을 설명하는 학생들.
기존 구름사다리에서 노는 아이들과 참여 워크숍에서 입체적인 놀이풍경을 설명하는 학생들.

원효초 ‘놀이지붕 (PLAYROOF)’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2층집 같은 공간감을 주는 놀이지붕.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2층집 같은 공간감을 주는 놀이지붕.

용산에 위치한 원효초는 서울 시내의 초등학교들 가운데 가장 가파른 곳에 위치한다. 높은 지대의 운동장에 올라서서 주변을 바라보는 동네의 모습은 색다르다. 고층 아파트의 중간부터 옥상을 아이들의 시선 높이에서 마주할 수 있으며, 멀리 있는 남산까지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등교길, 긴 계단을 올라 학교 운동장에 진입하는 아이들의 경험은 학교 내 장소에 대한 인식이나 기억에 영향을 미치며 이를 통해 ‘높이’라는 물리적 요소를 원효초등학교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수평선이 강조되어 있는 본관 입면, 수직선들이 인상적인 강당의 필로티, 그리고 학교 진입로의 경사가 넓은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특징이 있었다. 이러한 환경적, 물리적인 조건을 재료로 삼아 새로운 놀이풍경을 구축한다면 원효초등학교 아이들이 조금 더 즐거운 경험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운동장보다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며 너르고 높은 원효초등학교만의 공간감을 즐길 수 있다.
기존의 운동장보다 높은 곳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며 너르고 높은 원효초등학교만의 공간감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물리적인 컨텍스트와 함께 모두에게 열려 있는 교장실, 친근하고 열정적인 선생님들, 정기적인 특별 건축수업 등으로 학교 커뮤니티가 돈독했다는 점도 원효초등학교 만의 특징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이었기에 ‘아동 참여설계 워크숍’ 과정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원효초등학교 참여설계 워크숍은 아이들의 눈으로 기존 학교 공간의 잠재성을 발견해 나가며 이를 통해 학교 환경의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과정이었다. 바닥 판이 아닌 3차원 공간 바구니를 나눠주고 그 안과 위 그리고 바구니 자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놀이공간’을 구성해 보는 작업을 했다. 몇 가지 기본적인 요소들만으로도 다양한 입체성이 발현되는 놀이공간을 아이들이 각각 구성했고 그것을 실내 강당에서 모둠별로 모아 집합적인 풍경을 만드는 경험을 했다.
한정된 재료만을 가지고 학교 공간의 잠재성을 탐구해볼 수 있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다.
한정된 재료만을 가지고 학교 공간의 잠재성을 탐구해볼 수 있는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을 통해 건축가인 우리들은 수평선과 수직선, 그리고 사선이 결합된 플랫폼 타입의 놀이 공간을 제안했다. 선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배경에 있는 학교 건물들과 아파트들을 ‘원효초 놀이지붕’과 함께 엮어주었다. 놀이지붕 위로 올라서면 아이들은 기존 운동장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주변을 조망하면서 운동장 공간감을 입체적으로 확장하게 된다. 그 아래에서는 그늘이 형성되어 빛에 의한 장소성의 변화를 감각할 수 있다. 놀이지붕 위와 아래에서 서로 다른 속도감의 커뮤니티 활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놀이지붕 아랫쪽에서는 햇살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장소성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놀이지붕 아랫쪽에서는 햇살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장소성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국내 놀이터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벽돌, FRP그레이팅, 우드칩 등을 목재와 무광 스틸파이프와 함께 사용하였고, 이를 통해 정직한 재료의 구조물이 구축되었다. 추후에 밧줄놀이, 학교내 이벤트 등 자치적인 놀이활동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사용자 참여의 여지를 마련해두었다. 아이들의 움직임, 시간에 따른 햇살의 변화, 그리고 자치 활동들로 계속 변화해나갈 ‘원효초 놀이 지붕’을 기대해본다.
좁고 비정형의 운동장에 하나의 층을 더하여 놀이 공간을 넓힌 개념이기도 하다.
좁고 비정형의 운동장에 하나의 층을 더하여 놀이 공간을 넓힌 개념이기도 하다.
다른 시선의 높이는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여 더욱 창의적인 상상을 가능케 한다.
다른 시선의 높이는 아이들의 뇌를 자극하여 더욱 창의적인 상상을 가능케 한다.
한 개의 층을 더하며 그 사이를 연결하고 다양한 놀이집으로 구성하는 개념 다이어그램.
한 개의 층을 더하며 그 사이를 연결하고 다양한 놀이집으로 구성하는 개념 다이어그램.

파이브필드 놀이구조물 (Five Field Play Structure)

미국 보스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인 Matter Design에서는 마침 그들이 사는 동네의 그네, 미끄럼틀 같은 기존 놀이기구들이 낡아서 새로 구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이 주민을 설득하고 직접 설계하여 적은 비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놀이풍경을 만들었다.

크고 작은 나무 박스들을 수직 벽에 매달아 경사진 언덕 위에 띄워서 아이들이 오르내리고 그 공간감 자체를 놀이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이고 요란한 놀이기구가 없이도 그 동네의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놀이풍경이 되었던 이 프로젝트는 2016년에 세계에서 주는 여러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파이브 필드 놀이구조물의 전경, 입체적인 숨바꼭질부터 점프, 기어오르기 등을 포함한 이곳만의 놀이가 가능하다.
파이브 필드 놀이구조물, 입체적인 숨바꼭질부터 점프, 기어오르기 등을 포함한 이곳만의 놀이가 가능하다.
파이브 필드 놀이구조물의 반대 면.
파이브 필드 놀이구조물의 반대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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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것'을 배치한 놀이공간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지정우 건축가 생산일 2024-05-03
관리번호 D000005070539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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