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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별곡 속 명승지를 찾아 떠난 이십일세기 풍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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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강원관광재단의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 이십일세기 풍류여행' ⓒ윤혜숙
국립중앙도서관·강원관광재단의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 이십일세기 풍류여행' ⓒ윤혜숙

평소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되도록 시간을 내어서 참석하고 있다. 대부분 2시간 남짓의 일회성 특강에 그칠 때가 많은데, 이번에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정말 특별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월간 인문학을 만나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학,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깊이 있는 지식을 나누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이다.
국립중앙도서관 1회차 인문학 강연 ‘관동별곡과 고전시가’가 진행되었다. ⓒ윤혜숙
국립중앙도서관 1회차 인문학 강연 ‘관동별곡과 고전시가’가 진행되었다. ⓒ윤혜숙

3월 29일 오전 9시 30분부터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열린마당에서 1회차 인문학 강연 ‘관동별곡과 고전시가’가 진행되었다. 강연자는 이정옥 원장(한국시가문학 해설연구원)이다. 우리의 가사 문학 관련 문화유산을 전승, 보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정옥 원장은 강연에 앞서 <사철가>를 읊조렸다.

“이 산 저 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가 있더냐 (후략)”

이정옥 원장은 “옛사람들은 여행을 가기 전에 어떻게 하고 놀았을까요?”라고 질문한다. 이어서 <관동별곡>을 지은 송강 정철의 굴곡진 생애를 설명하면서 <관동별곡>의 시구를 알려 준다.

담양에 내려가 야인으로 지내던 정철은 선조 임금이 강원도 관찰사로 임명하면서 그때부터 자신감이 넘쳤다. 조선 시대엔 강원도를 관동이라고 불렀다. <관동별곡>은 정철이 관동팔경을 돌아보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고 올바른 정치를 하리라 다짐하는 내용이다.

관동팔경(關東八景)은 관동 지방의 아름다운 절경 8곳을 뜻한다. 총석정, 청간정, 낙산사, 삼일포, 경포대, 죽서루, 망양정, 월송정이다.
열린마당에서 <관동별곡> 속 절경과 시구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하고 있다. ⓒ윤혜숙
열린마당에서 <관동별곡> 속 절경과 시구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하고 있다. ⓒ윤혜숙

이정옥 원장은 강연하면서 몸을 좌우로 움직이다가 두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등 다양한 제스처를 취했다. 마치 신들린 듯한 그의 강연에 수강생들도 빠져들기 시작했다. 초반엔 가만히 앉아서 강연을 경청하던 수강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가 시를 읊조릴 때면 “얼쑤” 하는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강연 도중에 이 원장이 읊은 해안 선사의 <멋진 사람>이라는 시의 일부를 옮긴다.

“(전략) 구름을 찾아가다가 바람을 베게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野店斜陽)에 길 가다가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 지식의 길에서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진달래꽃> 시가 벽면에 나타났다. ⓒ윤혜숙
    지식의 길에서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진달래꽃> 시가 벽면에 나타났다. ⓒ윤혜숙
  • 진달래꽃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는 광경을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보여 준다. ⓒ윤혜숙
    진달래꽃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는 광경을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보여 준다. ⓒ윤혜숙
  • 실감서재에서 디지털로 구현된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혜숙
    실감서재에서 디지털로 구현된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혜숙
  • 손가락으로 책의 단어를 가리키자 상세한 글과 이미지가 나타난다. ⓒ윤혜숙
    손가락으로 책의 단어를 가리키자 상세한 글과 이미지가 나타난다. ⓒ윤혜숙
  • 지식의 길에서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진달래꽃> 시가 벽면에 나타났다. ⓒ윤혜숙
  • 진달래꽃이 사방에 흩날리고 있는 광경을 실감 미디어콘텐츠로 보여 준다. ⓒ윤혜숙
  • 실감서재에서 디지털로 구현된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윤혜숙
  • 손가락으로 책의 단어를 가리키자 상세한 글과 이미지가 나타난다. ⓒ윤혜숙

이어서 국립중앙도서관 지식의길에서 4편의 문학작품 일부를 실감 콘텐츠로 형상화한 작품을 관람했다. 정면의 벽면에 김소월이 지은 <진달래꽃>이 나오더니 붉은 진달래꽃이 바람에 흩날리듯 떨어진다. 벽과 바닥에 가득한 진달래꽃을 보던 수강생들이 벽에 가만히 손바닥을 갖다댄다.

국립중앙도서관 실감서재에서는 미래의 도서관 모습을 체험할 수 있었다. 디지털로 구현한 미래의 도서관에는 책장에 빼곡히 꽂힌 종이책을 찾아볼 수 없다. 아직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기자에겐 아직도 낯설기만 한데 우리가 피해갈 순 없는 세상의 모습일 것이다.
조선 시대 차림의 선비와 유생이 풍류객을 대상으로 <관동별곡> 속 절경을 안내했다. ⓒ윤혜숙
조선 시대 차림의 선비와 유생이 풍류객을 대상으로 <관동별곡> 속 절경을 안내했다. ⓒ윤혜숙

지금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강연과 관람이 있었다면 이제 관동팔경을 유람하러 떠날 시간이다. 3월 29일, 4월 5일 2회에 걸쳐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 : 이십일세기 풍류여행’을 진행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강원관광재단과 함께 강연에 이어 실제 관동별곡에 나오는 장소를 탐방하는 행사이다. 관동팔경 중 3곳의 절경인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를 둘러봤다.

3월 29일 첫날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양양 낙산사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낙산사에 도착하니, 갓 쓰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두 명의 선비가 풍류객을 환대했다. 김 유생, 정 선비라고 부르는 그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조선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왔다고 한다. 조선 시대 선비와 유생은 풍류객을 이끌고 내일까지의 여정에 동행한다.
  • 첫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양양의 낙산사다. ⓒ윤혜숙
    첫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양양의 낙산사다. ⓒ윤혜숙
  • 낙산사에는 불상을 모신 대웅전 대신 관음상을 모신 원통보전이 있다. ⓒ윤혜숙
    낙산사에는 불상을 모신 대웅전 대신 관음상을 모신 원통보전이 있다. ⓒ윤혜숙
  • 원통보전에 모셔둔 관음상은 2005년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았다. ⓒ윤혜숙
    원통보전에 모셔둔 관음상은 2005년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았다. ⓒ윤혜숙
  • 첫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양양의 낙산사다. ⓒ윤혜숙
  • 낙산사에는 불상을 모신 대웅전 대신 관음상을 모신 원통보전이 있다. ⓒ윤혜숙
  • 원통보전에 모셔둔 관음상은 2005년 화재에도 소실되지 않았다. ⓒ윤혜숙

"낙산사 동쪽 길 따라 의상대에 올라 앉아,
일출을 보려고 한밤중쯤 일어나니"
(<관동별곡> 중에서)

낙산사는 동해안에 접한 사찰이다. 강원도 양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다. 신라 문무왕 11년(67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대한민국 3대 관음 성지로 꼽힌다.

낙산사의 중심법당은 관음상을 모시고 있어서 원통보전이라고 부른다. 대다수 사찰에 있는 중심법당은 대웅전이다. 대웅전에는 불상을 모시고 있다. 원통보전을 나와서 우측에 있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따라 바닷가 쪽으로 가니 16m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있다.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16m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있다. ⓒ윤혜숙
동해 바다를 배경으로 16m 높이의 해수관음상이 있다. ⓒ윤혜숙

낙산사까지 왔으니 의상대를 가 봐야 한다. 의상대는 해안 절벽 위에 지은 정자로, 동해안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오늘따라 강풍이 분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바람은 강풍이라고 할 수 없단다. 그로 인해 2005년 낙산사에 큰 산불이 나서 보물로 지정되어 있던 동종을 비롯해 20여 채의 전각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새 복원이 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퇴색했다.
두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강릉의 경포대로, 그곳에서 마당극을 관람했다. ⓒ윤혜숙
두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강릉의 경포대로, 그곳에서 마당극을 관람했다. ⓒ윤혜숙

이튿날인 30일은 관동팔경 중 두 곳의 절경을 둘러봤다. 오전엔 강릉의 경포대로 향했다.

"신선이 타는 수레를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10리의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려"
(<관동별곡> 중에서)

경포대는 경포호 북쪽 언덕에 있는 누각이다. 고려 충숙왕 13년에 창건했다. 강릉을 대표하는 명승지 중 하나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46호로 지정되어 있다.

경포대 너른마당에서 마당극이 열렸다. 순찰사 박신과 기생 홍장의 사랑 이야기를 극으로 재현했다. 박신의 친구 조운흘이 박신을 골려 주기 위해 홍장이 박신을 그리워하다가 그만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끝내 박신과 홍장이 재회한다.
  • 경포대 누각에 앉은 풍류객은 대금으로 연주하는 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윤혜숙
    경포대 누각에 앉은 풍류객은 대금으로 연주하는 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윤혜숙
  • 경포대 누각에 풍류객들이 둘러앉아서 따뜻한 물에 우린 녹차를 마셨다. ⓒ윤혜숙
    경포대 누각에 풍류객들이 둘러앉아서 따뜻한 물에 우린 녹차를 마셨다. ⓒ윤혜숙
  • 경포대 누각에 앉은 풍류객은 대금으로 연주하는 국악 공연을 관람했다. ⓒ윤혜숙
  • 경포대 누각에 풍류객들이 둘러앉아서 따뜻한 물에 우린 녹차를 마셨다. ⓒ윤혜숙

마당극에 이어 경포대 누각으로 올라가서 대금 연주를 들으면서 차를 마셨다. 풍류객이 둘러앉아서 다도를 지키면서 따스한 차를 음미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서로 낯설어했던 풍류객들이 담소를 나누면서 많이 친숙해진 모습이다.

이어서 풍류객을 대상으로 다도를 직접 시연하면서 보여 줬다. 다도는 차를 달여 손님에게 권하거나 마실 때의 예법을 가리킨다.

“차는 버릴 게 없어요. 탈취제 역할을 해서 생선을 조릴 때 가루차를 넣으면 생선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어요. 식사 후 차를 입에 머금고 입을 헹궈도 좋아요.” 차를 마실 땐 오감을 느끼면서 마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포호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바라본 벚꽃나무엔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윤혜숙
경포호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바라본 벚꽃나무엔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다. ⓒ윤혜숙

경포대를 나와서 경포호로 접어든 풍류객들은 경포호 둘레길을 산책했다. 경포호 둘레길에 벚나무가 있건만 아직 벚꽃이 개화하지 않았다. 4월에 접어들어야 이곳에서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 세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삼척의 죽서루다. ⓒ윤혜숙
    세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삼척의 죽서루다. ⓒ윤혜숙
  •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었다. ⓒ윤혜숙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었다. ⓒ윤혜숙
  • 죽서루에서 내려다 본 오십천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윤혜숙
    죽서루에서 내려다 본 오십천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윤혜숙
  • 세 번째 방문한 관동별곡 속 절경은 삼척의 죽서루다. ⓒ윤혜숙
  • 죽서루는 관동팔경 중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되었다. ⓒ윤혜숙
  • 죽서루에서 내려다 본 오십천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윤혜숙

"진주관 죽서루 아래 오십천에 내리는 물이
태백산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 가니"
(<관동별곡> 중에서)

오후엔 삼척의 죽서루로 향했다. 죽서루는 관동팔경 제일루이자 자연주의 건축의 백미로 평가 받는 삼척의 명소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첫 번째 국보이자 관동팔경 중 유일한 국보로 지정되었다.

조선 태종 3년(1403년)에 중창(重創)한 죽서루는 오십천 절벽 위에 자리한 우리나라 대표 누각이다. 누각은 2층으로 되어 있고 사방이 막혀 있지 않고 트여 있다.

죽서루 옆에 객사도 있다. 객사는 고려·조선 시대에 각 고을에 둔 관아 건축물로, 각종 의례를 행하거나 외국 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이 지방에 머물 때 사용하던 숙소였다. 죽서루 옆에 객사가 있어서 이곳을 드나드는 풍류객들이 많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은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윤혜숙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은 정철이 지은 관동별곡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윤혜숙

학창 시절 고전문학 교과서에서 접했던 정철이 쓴 <관동별곡>을 활자가 아닌 두 눈으로 직접 구경했던 시간이다. 3월 29일부터 1박 2일 ‘관동별곡 테마 인문학 여행: 이십일세기 풍류여행’에 참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4년 올해는 한국 관광의 해다. 이제 관광의 형태도 많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명소를 관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문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면서 관동별곡의 절경을 둘러보는 인문학 여행이었다. 문학과 여행의 결합이자 문화와 관광의 접목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력의 좋은 사례도 될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인문학을 주제로 한 여행 상품이 많이 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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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별곡 속 명승지를 찾아 떠난 이십일세기 풍류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4-04-12
관리번호 D0000050545995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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