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길로 보일지라도 보행 약자가 이동할 때는 크고 작은 장애물이 방해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보행 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보행로 정보수집 전문가' 사업이다.

2023년도 시범사업에는 은평시니어클럽, 제주시니어클럽 등 5개 수행기관 50여 명이 참여했다. 사업성과가 좋아 올해는 500명 수준으로 10배 확대됐다.

어떤 사업일까? 강서50+센터 미디어실에서 진행된 사업 관계자 인터뷰를 참관했다. 사업 주관부서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차장 원신원)이 질문하고, 사업 수행기관인 은평시니어클럽 사업단(선임 송가영)과 현장 활동 참여자(시니어 윤용기)가 응답하는 형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고 싶은 곳을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는 보행 환경을 갖춘 나라, 살기 좋은 나라로 가는 기본 아닐까 싶다. 특히 어르신 일자리로 적합한 사업이라니 흥미롭다. 미래 보행 약자의 이동권 향상을 기대하며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Q. 반갑습니다. '보행로 정보수집 전문가' 사업, 처음 들어 생소한데요, 어떤 사업인가요?
A. (은평시니어클럽, 이하 시니어클럽) 장애인과 어르신, 임산부 등 보행 약자들도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보행 내비게이션(정밀 보행 안전 지도)’ 개발에 필요한 현장 정보를 수집 및 보고하는 ‘사회서비스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 중 하나입니다.

Q. 은평시니어클럽에서는 언제부터, 왜 이 사업을 참여하였나요?
A. (시니어클럽) 2023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시범사업 제안이 있었습니다. 검토한 결과, 보행 약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사업인 동시 어르신들에게는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작년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선생님들도 보람을 많이 느꼈다는 반응이어서 올해 다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참여자는 10명입니다.

*사회서비스형 사업이란, 시니어의 경력·역량을 활용하여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지역사회 돌봄, 안전 관련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Q.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어떠한 자격 요건이나 능력이 필요한가요?
A. (시니어클럽) 참여자는 기본적으로 계획 지역의 보행로와 인접한 건물의 입구와 주차장 진·출입로, 공공(장애인) 화장실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앱(로드 스캐너)을 통해 입력(전송)하는 업무를 합니다. 따라서 스마트 어플리케이션 활용 능력 정도는 충분해야 활동에 지장이 없습니다.

Q. 윤 선생님은 2년 차 활동 중이라 들었는데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동기가 있을까요?
A. (현장 활동 참여 시니어, 이하 시니어 윤) 저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 CS 관리 등을 하다가 은퇴했습니다. 퇴직을 하면 인생 2라운드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5060 우대 일자리 찾기’란 정보를 보았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저에게 딱 맞는 일자리라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였습니다. 작년 시범사업에 참여하여 제가 수집한 정보들이 보행 약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 올해 다시 지원하였습니다.

Q. 앞으로 지원할 선생님들을 위해 활동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시니어클럽) 올해는 2월부터 활동을 개시했는데요,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하루 3시간, 2명이 한 팀이 되어 현장에서 활동합니다. 지하철 역사 반경 500m 내 보행로 20m당 전·후방 사진을 촬영(로드뷰)하고 건물(상가, 공공기관 등)의 주차장 진·출입로, 공공·장애인 화장실 등의 건물 접근성 정보를 수집하여 ‘로드 스캐너 앱(Road Scanner App)’을 통해 입력(전송)하는 활동입니다.

Q. 이 사업이 어르신 일자리로 적합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시니어클럽) 현장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 보면 오해를 한 건물주나 주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곤 합니다. 이럴 때 어르신들은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연륜이 바탕이 되어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또한 업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하여 신뢰가 갑니다.

Q. 윤 선생님은 사업 참여하시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 (시니어 윤) 네,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라 춥거나 더울 때, 눈·비 올 때 가장 지장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날씨라는 것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또한 주택이나 빌라가 많은 지역은 주차공간이 부족합니다. 활동 중에 사진을 찍다보면 불법주차 단속요원으로 오인되어 뜻하지 않게 말싸움에 휘말릴 경우도 있는데요, 이럴 때는 촬영 취지를 차분히 설명하면 금방 이해하고 커피까지 내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어 즐겁습니다.

Q. 사업 참여자로서 느끼는 보람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시니어 윤) 제가 수집하는 보행로 정보들이 보행 약자들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정밀지도 구축에 필요한 공공데이터 수집에 기여한다는 점이 큰 보람입니다. 또한 매달 받는 활동비는 은퇴 후 취미 생활에도 보탬이 되고, 손주들 용돈에도 쓸 수 있으니 일거양득 일자리 같아 아주 만족합니다.

Q. 올해는 노인일자리 사업 시행 2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윤 선생님이 노인일자리를 한마디로 표현해주신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A. (시니어 윤) 네, 저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이라 표현하고 싶네요. 문자 그대로 ‘오래 살고 행복을 누리며 건강하고 편안한 삶’을 유지하는데 어르신 일자리가 큰 역할을 해주니까요. 어르신을 위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 2년 차를 맞이한 ‘보행로 정보수집 전문가' 사업은 장애인·노인 등 보행 약자를 위한 보행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보행약자의 이동·이용권 향상을 돕는 스타트업 엘비에스테크(LBStech)와 협력하여 보행자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정밀 보행지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의미가 크다.

현장에서 수집한 보행로와 건물 진·출입구와 공공·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 정보가 애플리케이션(로드 스캐너)를 통해 전송되며, 이는 공공데이터포털에서 공유되고 활용된다.

초고령화 사회, 65세 이상 어르신 1천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이 곧 행복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 아닐까. 2004년에 시작된 노인일자리는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꿔 줄 수 있는 사업으로 발전해 왔다. 20년이 흐른 올해는 전년 대비 14.7만 개 증가한 103만 개 일자리로 확대되었다. 건강한 노년의 삶을 원한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일자리 탐색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싶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