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복잡한 도심 속에서 쫒기듯 살아 가다 보면 쉼표 같은 공간이 간절하기 마련이다. 부담 없이 편히 드나들며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맞춤형인 공간이 있다. 구로구 신도림과 오류동에 자리한 주민 커뮤니티 공간 '다락'이 그곳이다.

지난 2021년 8월, 구로구는 신도림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 2층을 리모델링하여 '문화공간 다락'을 처음 선보였다. '다락'은 많을 '다(多)', 즐길 '락(樂)'으로 공연, 전시, 영화, 만화책 등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주말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평일 오후에 찾은 다락 1호점은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이곳이 복잡한 신도림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했다.

공간을 둘러보면 길고 넓직한 여러 개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와 영화 감상 공간이 각각 조성되어 있다. 조금씩 다른 컨셉으로 꾸며진 4인용 테이블도 여러 개 놓여 있어 일행들과 마주앉아 담소를 나누기에 좋다.

조그마한 1인용 의자들이 줄줄이 놓여진 창문 쪽 테이블로 다가가면 유리 너머로 신도림 역사의 활기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레코드판 턴테이블에서 들려 오는 잔잔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가 문득 이곳에 있으리라 예상치 못한 것이 시선을 잡아 끈다. 동전 200원으로 게임 한 판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 게임기이다. 추억의 옛날 게임들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가볍게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영화 감상 공간으로 들어가면 '도란도란 극장'이라고 적힌 문구와 함께 비치된 다양한 DVD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면면을 살펴보니 고전 명작 영화를 비롯하여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5시 이후에 DVD 중에서 보고 싶은 영화 한 편을 매니저에게 신청하면 상영 가능하다. 평일에는 매니저가 엄선한 영화 한 편이 하루 종일 상영된다.

다락 1호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만화책들이 즐비한 서가이다. 학창 시절에 봤던 인기 만화책부터 드라마로 방영된 최신 웹툰까지 빼곡히 보유하고 있어서 만화 책방 못지 않은 포스를 풍긴다.

1,500원이면 즐길 수 있는 캡슐 커피와 함께 만화책 삼매경에 빠지다 보면 일상 속 스트레스도 온데간데 없어진다. 다락의 만화책과 웹툰들은 외부 반출이 불가능하고 다락 안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다락은 커뮤니티 공간일 뿐만 아니라 지역 작가와 동아리 작품 전시, 기획 전시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월마다 콘서트와 각종 만들기 체험 등으로 풍성하게 꾸며진 프로그램이 시민들의 곁으로 찾아온다.

365일 유동 인구가 끊이지 않는 신도림역에 자리한 다락 1호점은 개관 3년차에 접어들며 지역 주민들은 물론 오고가는 서울 시민들이 널리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신도림역 2번 출구 앞에 자리하여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접근성이 좋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당일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 이정범 씨(구로구 개봉동)는 “일 때문에 신도림역에 자주 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다음 일정까지 시간이 남아서 다락을 찾았어요. 커피 마시면서 웹서핑을 하거나 잠깐 졸기도 해요. 거래처 직원과 여기에서 미팅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다락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락 1호점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주말이면 더욱 많은 이용자가 찾는다고 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신도림역을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다락은 문턱이 낮아 즐겨 찾을 수 있는 휴게 공간이자 만남의 장소인 셈이다. 다락 1호점의 이용 시간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시에서 8시까지이다.

구로구는 다락 1호점에 이어 문화 공간을 확충하고자 지난 2023년 12월 오류동에 다락 2호점을 열었다. 다락 2호점은 오류동에 있는 경인로 19길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 초입의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벽면에 ‘오류동 문화공간 다락’이라고 적힌 초록색 간판이 걸려 있어서 찾기 어렵진 않다.

다락 2호점 안으로 들어서면 밝고 정갈한 우드 톤의 실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ㄷ'자 형태의 넓직한 공간 안에 만화책 서가와 작은 영화관, 카페처럼 꾸며진 휴식 공간이 자리한다. 특히 ‘오류골 다락의 겨울 이야기’를 주제로 알프스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의 겨울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과 따뜻한 감성이 어우러져 ‘핫플레이스’의 아우라를 풍긴다.

다락 1호점과 마찬가지로 다락 2호점도 다양한 만화책이 보인다. 슬램덩크, 명탐정 코난, 원피스 등 고전 명작부터 최신 웹툰까지 60여 종에 이르는 만화책들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만화책과 함께 1,500원에 즐길 수 있는 캡슐 커피도 마련되어 있다.

다락 2호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공간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영화관 ‘다락아트시네마’이다. 매일 다른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다락아트시네마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매니저에게 신청하여 넓은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다. 최대 20명이 관람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5시 이후다.

다락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구로구청 문화관광과 정아름 주무관은 “그동안 오류동에는 문화 공간이 부족했어요. 특히 청년들이 즐겨 찾을 만한 공용 공간이 없었지요. 오류동의 청년층이을 주요 이용 대상으로 공략하여 다락 2호점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절이 묻어나는 전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이번 겨울 전시 이후에도 계절별 다른 주제를 정해 실내 공간 전체를 전시실로 꾸밀 계획이에요. 이용자들이 좀 더 머물고 싶은 공간일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업그레이드할 예정입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일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 김소영 씨(구로구 오류동)는 “신도림에 있는 다락을 이용하다가 여기 오류동에도 다락이 생겼다는 걸 알고 방문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며 “집 가까운 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생겨서 기쁩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1호점과 마찬가지로 2호점 역시 대중음악부터 바이올린 연주, 팝페라까지 다양한 공연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공간, 다락 2호점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후 1시에서 8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공간 다락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 있듯 크고 작은 즐거움들이 가득하다. 서울 시민들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