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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후원물품 대신 필요한 생필품 고르니 더 좋아요" 온기창고 2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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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스토어 '온기창고'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이다. 지난 11월 28일, 종로구 돈의동 쪽방사무소 1층에 온기창고 2호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역 쪽방상담소에 온기창고 1호점이 문을 연 지 4개월 만이다. 개점 2주차를 맞은 온기창고 2호점 현장을 찾았다. ☞ [관련 기사] "줄 안 서도 돼요"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 개소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2호점'이 11월 28일 돈의동에 개소했다. ⓒ방금숙
동행스토어 '온기창고 2호점'이 11월 28일 돈의동에 문을 열었다. ⓒ방금숙

월 4만 점 포인트 받아 자율적으로 물품 구매

이전에는 쪽방촌에 후원물품이 들어오면 쪽방상담소에서 공지를 하고 포장된 물품을 일괄적으로 배부하는 방식이었다. 선착순 배부로 일찍부터 줄을 서야 했고, 후원물품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들도 끼어 있곤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취약계층에겐 줄 서는 것마저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생필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온기창고 개소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온기창고 2호점 이용자는 돈의동 쪽방촌에서 생활하는 500명이 채 안 되는 주민들이다. 이들에게는 적립금 카드를 통해 월 4만 점의 포인트가 제공된다. 1주일에 1만 점 가량 포인트를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월 10만 점을 주는 서울역 온기창고 1호점에 비해 적은 금액이지만, 매장 규모와 이용자 수를 고려해 정해졌다고 한다.
온기창고 2호점은 월 4만 점의 포인트로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방금숙
온기창고 2호점은 월 4만 점의 포인트로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온기창고 2호점 매장 전경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온기창고 2호점 매장 전경 ⓒ방금숙

온기창고 2호점은 주 2회(화·목요일) 임시 운영 중이다. 기자가 방문한 화요일 오전, 매장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냉장·냉동 기자재를 갖추고 있었으며, 다양한 식료품, 생필품이 진열장 가득 진열돼 있었다. 문턱을 없애 휠체어를 탄 주민도 무리 없이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에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진열된 물품은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한 세븐일레븐에서 후원하고 있으며, 향후 노브랜드, 토스뱅크 등의 기업도 참여를 앞두고 있다. 온기창고 2호점은 시범운영 후 내년 상반기에는 매장을 확대하고 상시개관을 계획하고 있다.
냉장·냉동 등 다양한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모습 ⓒ방금숙
냉장·냉동 등 다양한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모습 ⓒ방금숙
온기창고 매장에 진열된 후원물품 ⓒ방금숙
온기창고 매장에 진열된 후원물품 ⓒ방금숙

“온기창고 1호점 덕분에 2호점은 주민들의 이해가 빨랐던 거 같아요.”
돈의동쪽방상담소 최선관 실장의 설명이다. 주민들이 입구에 놓인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본 후 편의점처럼 포스기(전자식 금전등록기)를 통해 계산하고 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물어보고 몰리지 않을 때 방문하는 주민도 생겼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무실에서 게시물을 붙여 놓고 물품을 나눠줬는데,
자유롭게 정해진 날 와서
내가 원하는 식품이나 생필품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으니 굉장히 좋습니다.
온기창고 2호점 이용 주민

매장 밖 게시판에는 젓갈, 우유, 참치 통조림, 빵, 두유 등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는 글씨가 빼곡했다. 매장 담당자는 "온기창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라면과 즉석조리식품, 커피믹스와 초코파이 등"이라며 "희망 물품 게시판을 마련해 필요한 물품을 받고 있는데 전체 반영은 어렵더라도 선호하는 물품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장보기를 마친 후 포스기로 물건을 찍고 적립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방금숙
장보기를 마친 후 포스기로 물건을 찍고 적립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방금숙
매장 밖 희망 물품 게시판을 살펴보는 쪽방촌 주민 김씨 ⓒ방금숙
매장 밖 희망 물품 게시판을 살펴보는 쪽방촌 주민 김씨 ⓒ방금숙
간단히 끼니를 챙길 수 있는 라면과 즉석식품이 인기가 많다. ⓒ방금숙
간단히 끼니를 챙길 수 있는 라면과 즉석식품이 인기가 많다. ⓒ방금숙

주민들이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과 자활활동

온기창고의 역할은 후원물품 배분 시스템 개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웃 간의 나눔 문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매장 입구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지 않은 새 물품을 기부하는 ‘온기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신발, 우산, 수세미, 핫팩, 가방, 텀블러, 보온병, 통조림 등 식료품들과 생필품들이 제법 모였다. 기부 받은 물품은 필요로 하는 주민들에게 다시 나누어줄 계획이다.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기부하는 '온기나눔 캠페인' 현장 ⓒ방금숙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기부하는 '온기나눔 캠페인' 현장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온기나눔 캠페인' 안내지가 붙어 있다.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 '온기나눔 캠페인' 안내지가 붙어 있다. ⓒ방금숙

최선관 실장은 “온기창고처럼 일방적인 후원이 아닌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방식이 결국엔 진정한 사회복지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주민들이 포인트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경제 개념도 생기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온기창고 운영은 전담 인력 외에 공공일자리를 통해 주민도 참여하고 있다. 최실장은 “쪽방사무소는 관리만 할 뿐 매니저와 직원들이 직접 매장 운영을 한다”며 “일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립을 경험하다 보면 사회에 나와서도 못 할 일이 없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우리마을 안전, 환경지킴이’ 조끼를 입은 돈의동 쪽방촌 주민도 온기창고 일손을 돕고 있었다. 지킴이로 활동 중인 한 어르신은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5시간씩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라며 “65세가 넘었는데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온기창고는 후원물품 판매 외에 나눔 캠페인, 일자리 창출에도 함께하고 있다. ⓒ방금숙
온기창고는 후원물품 판매 외에 나눔 캠페인, 일자리 창출에도 함께하고 있다.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골목 풍경 ⓒ방금숙
돈의동 쪽방촌 골목 풍경 ⓒ방금숙

돈의동 103번지 일대는 기존 방을 여러 개로 쪼개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쪽방촌이다. 이곳 주민들은 노숙을 경험했거나 알코올 문제 등 결손을 가진 취약계층이 상당수다. 시는 온기창고 2호점 개점과 더불어 기부물품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재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쪽방주민의 자활, 재활사업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취재 도중 온기창고가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을 읽은 서울시 주무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온기창고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주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에서 좁고 침체된 쪽방촌 골목과는 사뭇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온기창고가 단순히 후원물품 전달 방식을 바꾼 푸드마켓에 멈추지 않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친절한 편의점’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온기창고 2호점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9가길 20-2 돈의동 쪽방상담소 1층
○ 이용대상 : 쪽방상담소 등록된 쪽방 주민
○ 이용시간 : 주 2회(화·목요일) 09:00~17:00
○ 문의 : 02-747-9074~5 (돈의동쪽방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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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후원물품 대신 필요한 생필품 고르니 더 좋아요" 온기창고 2호점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방금숙 생산일 2023-12-11
관리번호 D000004962431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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