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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부터 지압길까지, 맨발로 걷기 좋은 방학동 발바닥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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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방학동에 자리한 발바닥공원 ©강사랑
도봉구 방학동에 자리한 발바닥공원 ©강사랑

요즘 공원과 산책로를 가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맨발이 땅과 만나면 몸 안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너도나도 맨발 걷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자체들이 기존의 '맨발 걷기 명소'를 홍보하거나 새롭게 조성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기자가 거주하는 도봉구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시민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맨발 걷기 명소가 있다. 바로 도봉구 방학동에 자리한 발바닥공원이 그곳이다.

어느덧 가을의 끝자락,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실감하며 발바닥공원을 찾았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난 양팔 길이의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가면 아담한 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원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로 인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발바닥공원은 일반적인 공원과는 달리 마치 뱀처럼 기다란 선형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조성된 길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자꾸만 걷게 되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방학3동 주민센터에서 시작하여 도당로까지 이어지는 발바닥공원의 총면적은 1만 5,520㎡에 달한다.
선형 모형을 하고 있는 발바닥공원은 걷기에 좋은 공원이다. ©강사랑
선형 모양을 하고 있는 발바닥공원은 걷기에 좋은 공원이다. ©강사랑

공원 중심부에 자리한 발바닥건강길에 도착하니 맨발로 열심히 걷는 사람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혹은 홀로 한적하게 황톳길을 걷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그들을 한참 지켜보다가 결국 산책로 앞에 놓인 신발장에 신발을 넣어 두고 맨발로 황톳길에 들어섰다. 맨발로 걸은 적이 대체 언제였을까, 생각하며 황토길에 발을 내딛은 순간 딱딱하고 까끌한 촉감이 발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발바닥건강길 ©강사랑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발바닥건강길 ©강사랑
공원 중심부에 자리한 발바닥건강길에서는 맨발로 황토길을 걸을 수 있다. ©강사랑
공원 중심부에 자리한 발바닥건강길에서는 맨발로 황토길을 걸을 수 있다. ©강사랑
황톳길 초입에는 신발장이 놓여져 있다. 이곳에 신발을 벗어서 넣어두면 된다. ©강사랑
황톳길 초입에는 신발장이 놓여져 있다. 이곳에 신발을 벗어서 넣어두면 된다. ©강사랑

몰캉몰캉한 황토의 부드러움이 아닌 것이 내심 아쉬웠지만 흙이 발바닥에 닿을 때마다 마치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듯 흥미로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다만 익숙하지 못해 어기적어기적 걸어나가는 동안 발에 굳은살이 박인 어르신들은 주저 없이 앞서 나간다. 팔을 앞뒤로 휘두르며 경쾌하게 걸어나가는 어르신들을 보니 그저 소리 없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신을 벗고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에서부터 개운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강사랑
신을 벗고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에서부터 개운한 느낌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강사랑
이곳에서는 누구나 맨발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강사랑
이곳에서는 누구나 맨발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강사랑

발바닥건강길의 바깥쪽 테두리에는 황톳길(150m)이, 안쪽 트랙에는 둥근 돌기가 뾰족하게 솟아난 지압길(95m)이 마련되어 있다. 길은 일방통행으로 조성되었기에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 마주치는 일은 없다. 황토길을 걷다가 지압길을 걷다가 다시 황토길을 조심스럽게 걷는 동안 사람들이 맨발로 걷는 이유를 조금쯤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만추의 계절답게 길 위에는 알록달록 낙엽들이 떨어져 있어서 운치를 더할 뿐 아니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맨발로 걸으며 힐링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강사랑
맨발로 걸으며 힐링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강사랑

발바닥건강길의 중간쯤에는 잠시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있고, 심지어 책을 열람할 수 있는 넓직한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길은 길쭉한 타원형의 트랙에 가까운데, 나중에 지도를 보니 오른쪽 발바닥 모양과 굉장히 비슷하다. 이름이 왜 발바닥공원이고 발바닥건강길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걷다 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담한 휴식공간이 눈에 띈다. ©강사랑
걷다 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아담한 휴식공간이 눈에 띈다. ©강사랑

발바닥건강길을 다섯 바퀴쯤 돌고 나서 처음 출발점에 자리한 벤치에 앉았다. 맞은편 벤치에 앉아 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네왔다.

"젊은 사람 같은데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아니요. 저는 여기 동네 주민이에요. 맨발걷기 한번 해보려고 왔어요."
"아, 나는 여기에 자주 와요. 맨발로 걸으면 건강이 좋아진대서..."

할머니는 본인이 혈압도 높고 밤에 잠도 잘 안와서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그저 건강이 제일이라며 미소 짓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발을 씻으러 세면장으로 향했다. 맨발 걷기 후에 약간 얼얼해진 발을 차가운 물로 씻으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발바닥건강길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이 마련되어 있다. ©강사랑
발바닥건강길에는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이 마련되어 있다. ©강사랑

도봉환경교육센터와 주민공간 '꽃피는 숲속마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발바닥공원을 걸어가며 도봉환경교육센터와 주민공간 '꽃피는 숲속마을'을 차례차례 만났다. 도봉환경교육센터발바닥공원과 연계한 생태교육과 자연환경 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곳이다. 도봉환경교육센터 밖에는 '여름철 실내온도 26도, 겨울철 난방온도 20도 이하', 'LED 전구 사용', '사용하지 않는 전기 코드 뽑아두기'와 같은 에너지 절약 실천 방법을 소개하는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우체통처럼 생긴 '곤충아파트'가 자리했다. 도봉환경교육센터 마당에는 누군가 떨어진 낙엽을 한데 모아 센스 있게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아서 눈길을 끌었다.
발바닥공원 안에는 도봉환경교육센터가 자리했다. ©강사랑
발바닥공원 안에는 도봉환경교육센터가 자리했다. ©강사랑
에너지 절약 실천 방법을 소개하는 패널이 눈에 띈다. ©강사랑
에너지 절약 실천 방법을 소개하는 패널이 눈에 띈다. ©강사랑
도봉환경교육센터에서는 환경부 선정 우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랑
도봉환경교육센터에서는 환경부 선정 우수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랑

'꽃피는 숲속 마을'주민들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이다. 아담한 내부 공간에서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여러 자조 모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매주 금요일이면 이곳에서 찾아가는 치매예방교실이 진행된다. 공간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도봉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인근 거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치매 검사 및 상담을 진행한다고 한다.
주민들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 '꽃피는 숲속 마을'도 만났다. ©강사랑
주민들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 공간 '꽃피는 숲속 마을'도 만났다. ©강사랑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교실이 진행된다. ©강사랑
매주 금요일마다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치매예방교실이 진행된다. ©강사랑

오전을 지나 햇살이 좀 더 내리쬐는 정오 무렵이 되니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좀 더 늘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손에 커피를 든 채 걷는 직장인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 운동기구 앞에서 몸을 단련하는 사람들, 공원 내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는 사람들 등 다양한 군상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의 탁 트인 하늘과 햇빛, 나무와 식물들, 연못과 산책길, 크고 작은 휴식 공간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요소였다. 동네마다 제대로 된 공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강사랑
공원 내에는 다양한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강사랑

발바닥공원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마른 하천인 방학천을 따라 조성되었다. 공원이 조성되는 전에는 1960년대부터 형성된 판자촌이 있었고, 방학천에 버려진 쓰레기와 오물들로 인해 악취가 풍기는 장소였다고 한다. 공원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2000년경 초반이다. 오늘날 공원은 인근 주민들에게 있어 사시사철 찾아가는 휴식 공간이자 운동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요즘에는 맨발 걷기 명소로 주목받으며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방학천을 따라 만들어진 발바닥공원 ©강사랑
방학천을 따라 만들어진 발바닥공원 ©강사랑
공원 내 연못을 따라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강사랑
공원 내 연못을 따라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강사랑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사랑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사계절의 변화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사랑

맨발이 땅과 만나면 몸 안의 면역력이 높아져 각종 체내 질병을 치유하는 능력이 증대된다고 한다. 전국에서 맨발 걷기 열풍이 불어오는 가운데 서울시 역시 맨발 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하는 등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내 곳곳에 맨발 걷기 명소들이 하나, 둘 들어설 예정이다.

도봉구의 대표적인 맨발 걷기 명소 발바닥공원. 평소에는 하찮게 여겨지지만, 건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우리 신체의 발바닥처럼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발바닥공원에 가면, 발은 물론 온몸과 마음이 즐겁다!
발바닥공원에 가면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강사랑
발바닥공원에 가면 맨발로 걸으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강사랑

발바닥공원

○ 위치 : 서울시 도봉구 시루봉로6길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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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톳길부터 지압길까지, 맨발로 걷기 좋은 방학동 발바닥공원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강사랑 생산일 2023-11-10
관리번호 D0000049369296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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