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마주한 서울 건축학 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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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라는 주제로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인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는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지난 9월 1일 개막해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열린송현녹지광장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회 ‘공유도시’를 시작으로 ‘집합도시’,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에 이어 올해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서울의 청사진을 볼 수 있다. ☞ [관련 기사] 100년 뒤 서울에 이런 건축물이? 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

자세히 살펴보면, 서울의 100년 후를 상상하며 땅에 서린 형상적·생태적·문화적 관계를 살펴보고 ‘땅의 건축’에 담긴 ‘상호의존적 관계성의 깨달음’을 고찰하여 100년 후 서울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안한다. 100년 동안 개발됐던 '서울'이라는 도시의 스카이라인과 ‘한옥’이라는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는 과거는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와 연결한다. 또한, 친환경을 중심으로 공동의 가치를 보존하는 미래 서울을 그린다.
9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진행된다. ⓒ심재혁
9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진행된다. ⓒ심재혁

이번 전시는 높이 4m 담장에 둘러싸여 오랜 기간 방문할 수 없었던 금단의 땅, ‘열린송현녹지광장’을 주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이곳이 선택된 까닭은 북악산, 인왕산, 남산으로 향하는 서울 도심의 중심축이자 현재 시민의 휴식 장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휴식 장소를 넘어 이번 전시를 통해 장소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선물하고자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많은 파빌리온이 전시된 것이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방문하니, 이전에는 지난 5월 3일 공개된 <하늘소> 파빌리온만 보였는데 이번 전시의 시작과 함께 수많은 파빌리온이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지난 5월 3일 공개된 <하늘소> ⓒ심재혁
지난 5월 3일 공개된 <하늘소> ⓒ심재혁

안국역, 인사동 북측과 연결된 입구에 전시된 파빌리온을 천천히 살펴보다 보면 먼저 <리월드(Reworld)>를 만나게 된다. 리월드는 수천 개의 물리적 '포털'로 이루어진 구조물로 100년 후의 서울을 비춘다.

여기서 포털은 무엇일까.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포털은 AI 이미지 생성기와 작가들이 공동 기획한 작품으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조성된 환경에서 생명체인 인간, 자연인 땅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며 도시를 색다르게 소개한다. 단순히 동그란 유리를 겹겹이 붙인 것 같지만, <리월드>는 시민들의 열망을 동그란 유리에 담아 미래의 도시를 그려낸다.
AI 이미지 생성기와 작가들의 공동 기획으로 수천 개 포털을 담은 <리월드(Reworld)> ⓒ심재혁
AI 이미지 생성기와 작가들의 공동 기획으로 수천 개 포털을 담은 <리월드(Reworld)> ⓒ심재혁

정삼각형의 구조물인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A Double Portrait>은 안에서 위를 바라보면 마치 감옥 같은 느낌도 받고, 관람차 사이에 온 듯한 느낌도 들게 한다. <페어 파빌리온>은 삼각형·사각형·원 등으로 구성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오는 빛과 바람, 빗물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이는 ‘땅’과 ‘하늘’이 가진 포용적인 특징을 건축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을 표현한 셈이다.
삼각형·사각형·원 등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흘러들어 오는 빛, 바람, 빗물을 수용하는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A Double Portrait)> ⓒ심재혁
삼각형·사각형·원 등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흘러들어 오는 빛, 바람, 빗물을 수용하는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A Double Portrait)> ⓒ심재혁

맞은편에 설치된 의자는 우리에게 생각을 던진다. 마주앉은 우리는 이웃일 수도, 아니면 파빌리온이 전시된 송현동의 과거와 현재일 수도 있다. 어쩌면 먼 미래의 후손이 뜨겁게 달아오른 지구 속에서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한 우리에게 원망스러운 눈빛을 보낼 수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상상하는 의자와 빨간색 정삼각형 <페어 파빌리온>. 건축 속에서 우리의 삶과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A Double Portrait)> 안에서 위를 쳐다보면 관람차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심재혁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 A Double Portrait)> 안에서 위를 쳐다보면 관람차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심재혁

경복궁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파빌리온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바로 루가노 대학교 학생들이 설계와 제작을 맡은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Sound of Architecture)>다. 멀리서 보면 목재를 이어 붙인 실로폰 같은데, 23개의 목재 유닛을 선형 대열로 배치해 이리저리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넘어가기만 하면 ‘사운드’라는 단어가 붙이지 않았을 터. 터널 속을 다니다 보면 음악이 들린다.
건축과 소리가 공명하는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Sound of Architecture)> ⓒ심재혁
건축과 소리가 공명하는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Sound of Architecture)> ⓒ심재혁

어떻게 움직임을 따라 소리가 들리는 걸까.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의 각 요소들은 표면이 진동하며 만드는 소리 구조라고 한다. 즉, 기하학적 형태를 따라 소리를 증폭시키는 공명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설명을 보고 나니 소리가 더 맑게 들렸다.
<사운드 오브 아키텍처(Sound of Architecture)>의 맑고 청아한 소리를 감상해 보자. ⓒ심재혁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조성된 파빌리온 중 한국의 미를 갖춘 <파빌리온 짓다>가 있다. <짓다>는 한옥 이전의 집, 의식 깊이 잠겨 있는 집의 원형에 대한 우리의 감각과 기억을 소환하는 공간 장치로,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외부 환경인 바깥의 거친 자연(바람, 눈, 비)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모습을 담았다.

공간을 구축하는 목재는 제재소에 쌓여있던 오래된 구제를 사용했고 흙으로 <파빌리온 짓다> 주변으로 낮은 둔덕을 만들었다. 기둥은 땅을 다진 후 초석 없이 세웠고, 간단한 구법으로 기둥, 도리, 보를 얹고 지붕과 외벽에 서까래를 덮었다. 또한, 수세미, 조롱박, 오이, 강낭콩, 나팔꽃 등 넝쿨이 외벽을 덮어 전형적인 초가집의 모습이다.
한옥의 미를 구현한 <파빌리온 짓다> ⓒ심재혁
한옥의 미를 구현한 <파빌리온 짓다> ⓒ심재혁

오는 10월 29일까지, 넉넉한 기간으로 시민에게 미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조성된 파빌리온은 우리에게 각기 다른 영감을 선물한다.

또 다른 건축 미학을 맛보고 싶다면, 인근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진행되는 전시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 기간 : 2023. 9. 1.(금) ~ 10. 29.(일)
○ 장소 :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열린송현녹지광장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 도슨트 투어 예약 바로가기 ☞서울공공서비스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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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마주한 서울 건축학 개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심재혁 생산일 2023-09-25
관리번호 D0000049030722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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