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더운 낮엔 방콕, 저녁엔 야간 개장 공예박물관으로 나들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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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공예박물관이 바로 있다. ⓒ노유진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공예박물관이 바로 있다. ⓒ노유진

덥다, 더워. 낮에는 나가기가 겁난다. 연일 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요즘, 어디 놀러 가기도 꺼려진다. 그나마 해가 진 저녁은 좀 괜찮다. 낮에는 시원하게 에어컨이나 선풍기 틀고 집에 있자. 그리고 저녁에는 서울공예박물관 나들이 어떨까. ☞ [관련 기사] 열대야 말고 낭만! 여름밤 가볼 만한 야경 명소는?

3호선 안국역에서 내린다. 1번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 건널 필요 없이 오른쪽으로 꺾으면 서울공예박물관이 보인다. 자개 무늬 그립톡이 예뻤던 기념품 가게를 지나니 넓은 로비가 나왔다. 꼬마 아들과 온 어머니, 부부, 홀로 오신 분들, 모두 20명이 로비에서 저녁 7시에 만났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 관장이 서 있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은 8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밤 9시까지 야간 개관을 한다. 야간 개관 첫날, 선착순 예약한 스무 명이 함께 움직였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정문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의 정문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도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도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의 낮 풍경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의 낮 풍경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을 본 순간 세련되고 매력적인 로고가 먼저 눈에 띄었다. 자음 ‘ㄱ’과 모음 ‘ㅗ'는 Open Space, 전통과 현대가 하나 되는 열린 공간이라는 뜻이다. 자음 'ㅇ'은 공예의 가치를 공유하는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뜻이며, 모음 ‘ㅖ’는 Solution, 공예의 미래를 여는 열쇠를 의미한다. 열쇠라니 기발하다!

한글 같으면서도 문양 같은 아름다움이 있고,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의미를 담은 로고(MI: Museum Identity)가 특별하게 느껴진다. 박물관이라고 해서 옛날 느낌인 것이 아니라 세련되게 느껴진다.
서울공예박물관의 MI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의 MI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장과 함께하는 전시 관람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 관장은 “관장이기는 하지만 직원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라며 소개를 시작했다. ‘공예’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렵거나 막연할 수 있으나, 머리빗이나 토기에 빗살 무늬를 낸 것도 공예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모두 7개이다. 6개의 상설전시와 1개의 기획전시가 있다.

상설전시로 '자연에서 공예로: 장인(匠人), 공예 전통을 만들다'(전시2동 2층),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전시1동 2층), '공예, 근대의 문을 열다'(전시1동 2층), '공예, 시대를 비추다'(전시1동 2층), '자수, 꽃이 피다'(전시3동 2층),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전시3동 3층)가 진행 중이다.

기획전시로는 '공예@쇼윈도 #3. Swimming Pool'(전시3동 1층)'이 진행 중이다.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이날은 전시 1동 2층에서 전시되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함께 관람했다.
박물관장과 함께하는 전시 관람 예약신청 완료 문자 ⓒ노유진
박물관장과 함께하는 전시 관람 예약신청 완료 문자 ⓒ노유진
저녁 7시, 박물관 투어를 위해 로비에 모였다. ⓒ노유진
저녁 7시, 박물관 투어를 위해 로비에 모였다. ⓒ노유진
박물관 2층의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노유진
박물관 2층의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노유진

소뿔을 만져 보다!

소의 뿔을 만져 본 적 있는가? 전시 관람에서는 소의 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네모 각지를 만져 볼 수 있다. 원래 시각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 놓았는데 일반 시민들도 체험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한다. 기자도 만져 보았는데, 플라스틱 같으면서도 또 다른 매끄러움이었다.

‘화각함’은 소의 뿔을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네모 각지에 불로장생과 부귀를 상징하는 각종 동식물 문양을 그린 후 이를 함 표면에 붙여 장식한 것이다. 함의 앞바탕과 경첩 등 금속장석에는 왕실용 함들에 주로 나타나는 조이질 기법으로 장수와 다산을 상징하는 상상 속 꽃 문양들이 표현되어 있다.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현대의 기성품이 아니라서 더 특별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상시봉원도감의궤'를 설명하고 있다. ⓒ노유진
'상시봉원도감의궤'를 설명하고 있다. ⓒ노유진
소의 뿔을 얇게 갈아 만든 각지를 만져 볼 수 있다. ⓒ노유진
소의 뿔을 얇게 갈아 만든 각지를 만져 볼 수 있다. ⓒ노유진
십장생이 그려진 고급스러운 화각함 ⓒ노유진
십장생이 그려진 고급스러운 화각함 ⓒ노유진

이태균이 그린 열 폭의 책가도 병풍

“도장이 어딨을까요?” 관장의 퀴즈를 맞힌 시민은 공예 관련 책을 선물로 받았다. 재미있게도 이 그림을 그린 이택균은 자신의 도장을 그림 속에 숨겨 놓았다. 조선 왕실 화원이었던 이택균이 그린 열 폭의 책가도 병풍이다.

폭마다 3단 또는 4단으로 된 서가에 책과 붓, 연적, 벼루 그리고 중국풍의 각종 도자와 고동기 등의 물품이 배치된 모습이 묘사되어 있어 당시 상류층 지식인들의 공예 취향과 서책에 대한 깊은 관심을 잘 보여 준다. 병풍은 바람을 막아 주는 효과도 있지만 미적으로도 아름답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많이 찍었다.
옷 안에 일본어로 숫자가 매겨진 사연을 갖고 있는 왕실 복식 ⓒ노유진
옷 안에 일본어로 숫자가 매겨진 사연을 갖고 있는 왕실 복식 ⓒ노유진
귀를 쫑긋하고 설명에 귀 기울이는 시민들 ⓒ노유진
귀를 쫑긋하고 설명에 귀 기울이는 시민들 ⓒ노유진
이택균이 그린 책가도 병풍을 보며 퀴즈를 맞히고 있다. ⓒ노유진
이택균이 그린 책가도 병풍을 보며 퀴즈를 맞히고 있다. ⓒ노유진

난설헌이 남편에게 보낸 시를 만나다

순금에 보물의 기가 어려
반달 모양으로 새긴 노리개를 만들었다네
시집올 때 시어른들이 주시니
붉은 비단 치마에 달고 다녔지
오늘 길 떠나는 그대에게 드리오니
부디 그대여 여러 패물들 중 하나로 여겨
길에 버리셔도 아깝지 않으나
새 여인 허리띠에만 맺어주지 마세요

- 난설헌 허초희, <난설재집>

허난설헌은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許筠)의 누나로, 한국문학의 중요한 인물이다. 조선 시대에 아녀자임에도 천재적인 시재를 발휘했던 선구자적 인물이지만, 한 남자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여자였던 것일까. 부디 본인만 바라봐 달라는 그 마음이 담겨 있다. 그녀의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이 떠올라서 시가 서글프게 느껴진다.
규방의 멋이 느껴지는 장식구들 ⓒ노유진
규방의 멋이 느껴지는 장식구들 ⓒ노유진

다양한 사연을 지닌 서울공예박물관 터

서울공예박물관은 옛날에 'ㅇㅇ'들이 살았다. 빈칸에 들어갈 말은? 정답은 ‘공주’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안동별궁 터이다. 순종과 세자빈이 결혼한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대형 옹기가 출토되기도 했다. 옹장에 의해 제작되고 왕실에서 사용된 옹기의 제작 양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은 풍문여고의 터이기도 하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이곳이 이제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대한제국의 상징 문양인 오얏꽃 무늬가 그려진 황실 제사 그릇 ⓒ노유진
대한제국의 상징 문양인 오얏꽃 무늬가 그려진 황실 제사 그릇 ⓒ노유진
밝은 적갈색의 조선 시대 옹기 항아리. 안동별궁 정상루 동북쪽 담장 터에서 발굴됐다. ⓒ노유진
밝은 적갈색의 조선 시대 옹기 항아리. 안동별궁 정상루 동북쪽 담장 터에서 발굴됐다. ⓒ노유진

열대야에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시원하게 노는 법 세 가지!

첫째, 'SeMoCA 야간 전시투어'이다. 8월 8일부터 8월 18일까지 전시 1동 공예도서실 앞에서 17시 30분부터 상설전시 해설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둘째, 'SeMoCA 공예탐험대'(미션투어)이다. 8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진행되며,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탐험대가 되어 박물관 전시실을 탐험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이다.

셋째, '여름을 엮는 왕골공예'(야간 개관 프로그램)이다. 8월 8일부터 8월 19일까지 진행되고, 강화 화문석을 활용하여 티코스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를 많이 마시니 집에 두면 유용하게 잘 쓸 수 있겠다.
서울공예박물관의 밤 풍경 ⓒ노유진
서울공예박물관의 밤 풍경 ⓒ노유진

8월 8일부터 8월 20일까지는 야간 개관이 평일까지 확대 운영되고 있다. 공예역사 상설전시실, 박물관가게가 매일 21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1층 로비 옆에 있는 공예박물관의 특별한 도서관 ‘공예 도서실’도 매주 토요일 21까지 연장 운영한다고 하니 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공예박물관의 바로 옆은 인사동이니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여름 밤공기 마시며 서울공예박물관 나들이 어떨까.

서울공예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4 (안국동)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50m
○ 관람시간 : 10:00~18:00 (월요일, 1월 1일 휴관)
※ 2023. 8. 8.(화)~8. 20.(일) 야간개관 기간은 21시까지 개관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645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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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낮엔 방콕, 저녁엔 야간 개장 공예박물관으로 나들이 가요!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노유진 생산일 2023-08-18
관리번호 D000004875394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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