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서울

이렇게 예뻐질 수 있나요? 버려진 마스크, 페트병의 대변신

문서 본문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시의적절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남산골하우스뮤지엄에서 진행하는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는 버려지는 것들에 새로운 생명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전시로, 버려진 마스크와 아크릴 조각들, 폐페트병 등이 등장한다.

남산골하우스뮤지엄에서는 지난해에도 ‘한옥담닮’이라는 부제로 전시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집과 사회에 초점을 두고 ‘시대를 담은 한옥, 재생을 닮은 한옥’이라는 뜻을 담은 전시를 마련했다.
남산골하우스뮤지엄에서 8월20일까지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가 진행된다. ⓒ이선미
남산골하우스뮤지엄에서 8월20일까지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가 진행된다. ⓒ이선미

장마철의 하루, 모처럼 맑은 날이었지만 습도가 말도 못하게 높아서 무척 후텁지근했다. 그래도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들고 배롱나무 꽃이 막 피기 시작한 한옥마을은 운치가 있었다. 천우각 뒤 연못 주변에서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는 코로나19와 거리두기 해제라는 현재 상황을 한옥에 담아 네 명의 작가가 폐기된 마스크와 플라스틱 등을 새활용해 콜라주와 3D프린팅, 설치작품 등으로 구성한 전시다.

환경 문제에 직면한 우리에게 제로웨이스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개인이 일상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처럼 문화예술계에서도 환경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시대’와 ‘재생’에 집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전시인 만큼 종이로 만든 리플릿은 없었다.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QR코드를 통해 하나하나 작품과 작가 안내를 찾아보았다.
옥잠화 핀 연못이 후텁지근한 열기를 식혀 주는 남산골한옥마을 ⓒ이선미
옥잠화 핀 연못이 후텁지근한 열기를 식혀 주는 남산골한옥마을 ⓒ이선미
‘한옥, 시대를 담다’는 버려진 것들로 구성한 업사이클링 전시다. ⓒ이선미
‘한옥, 시대를 담다’는 버려진 것들로 구성한 업사이클링 전시다. ⓒ이선미

주 전시장인 관훈동 민씨 가옥에 들어서자, 폐페트병이 쭉 연결된 작품이 있었다. 이창진 작가의 ‘수평’이란 작품이다. 다수의 투명용기를 공중에 매달고 염료를 섞은 물을 채워 수평선을 만드는 설치작품으로, 염료의 비율에 따라 수평선을 이루는 물색도 다양하게 변화한다.

‘염전’ 역시 작가의 대표 작품이다. 전시가 끝나면 ‘수평’을 위해 채워진 물을 하수구에 버렸는데 어느 날 그렇게 버리는 것은 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물을 다시 캔버스에 부어 물은 증발하고 염료는 분리돼 또 다른 작품으로 태어났다.
관훈동 민씨 가옥 안채에서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선미
관훈동 민씨 가옥 안채에서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선미
이창진 작가의 작품 ‘수평’과 ‘염전’ ⓒ이선미
이창진 작가의 작품 ‘수평’과 ‘염전’ ⓒ이선미

바로 이어지는 방에는 형형색색의 아크릴 조각들이 모빌처럼 매달려 바람결에 흔들린다. 이혜수 작가는 버려진 아크릴 조각과 장난감 파쇄물 등을 활용해 상상의 세계를 현실 속에 탄생시켰다. 작가는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들에 예술을 더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문득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날, 무력감에 지치는 날, 작가의 손을 통해 새롭고도 산뜻하게 태어나는 작품처럼 우리에게도 어떤 재생의 기회, 그런 순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꿈 같은 상상에 빠졌다.
버려지는 아크릴 조각들이 색을 입고 형태를 얻어 새롭게 태어났다. ⓒ이선미
버려지는 아크릴 조각들이 색을 입고 형태를 얻어 새롭게 태어났다. ⓒ이선미
이혜수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관훈동 민씨 가옥 ⓒ이선미
이혜수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관훈동 민씨 가옥 ⓒ이선미

열기로 가득한 마당에는 최원서 작가의 작품이 마치 이곳이 원래 제자리인 마냥 앉아 있었다. 폐플라스틱을 분쇄해 3D프린팅으로 만든 ‘퇴적’ 시리즈이다. 이 작품은 미래의 어느 날 발견될 지층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플라스틱 시대가 쌓이고 쌓여 드러날 지층이다.

관훈동 민씨 가옥의 안채와 사랑채는 담으로 막혀 있어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야 했다. 사랑채 마당에는 참나리가 한창 피어나고 장독들 위로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미래에 우리 시대의 지층으로 기억될 최원서 작가의 ‘퇴적’ 시리즈 ⓒ이선미
미래에 우리 시대의 지층으로 기억될 최원서 작가의 ‘퇴적’ 시리즈 ⓒ이선미
참나리가 활짝 핀 사랑채 안에서도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참나리가 활짝 핀 사랑채 안에서도 ‘한옥, 시대를 담다’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사랑채 실내에는 김하늘 작가의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 가족 대여섯이 조심스럽게 전시를 보고 있기에 QR코드를 촬영하면 작품 설명을 볼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작가는 코로나 상황 이후 어마어마하게 발생하는 폐마스크로 의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한데 왜 마스크는 재활용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행보였다고 한다. 의자 하나에 마스크 1,500장이 쓰이는데 이번 전시에는 의자에 이어 만든 조명들도 함께 개되었다. 김하늘 작가의 하얀 의자는 청계천에도 전시되어 있다.
오래된 한옥에 놓인 폐마스크로 만든 작품들 ⓒ이선미
오래된 한옥에 놓인 폐마스크로 만든 작품들 ⓒ이선미
작품들과 한옥의 정경이 무척 잘 어우러졌다. ⓒ이선미
작품들과 한옥의 정경이 무척 잘 어우러졌다. ⓒ이선미

어느 순간 전시 작품과 사물들의 경계가 없어진 듯 보였다. 예전에는 쓰였다가 이제 유물로 전시되고 있는 물건들이 전시를 위해 고민한 작품들과 묘하게 잘 어우러졌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이미 효용을 잃은 것들이 다시 새롭게 의미를 얻어가는 풍경이었다.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는 8월20일까지 이어진다. 무더운 여름날 초록으로 물드는 한옥마을을 찾아 버려지는 것들이 새롭게 의미를 얻어 가는 전시를 만나고 활력을 얻어보면 어떨까.
김춘영 가옥에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이선미
김춘영 가옥에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이선미

‘한옥담닮: 한옥, 시대를 담다’

○ 장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 34길 28 남산골한옥마을 관훈동 민씨 가옥, 김춘영 가옥
○ 교통: 지하철 3·4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기간: 2023. 7. 11.(화) ~ 8. 20.(일)
○ 관람시간: 09:00~21:00 (매주 월요일 휴관)
누리집
○ 문의: 02-6358-5533

문서 정보

이렇게 예뻐질 수 있나요? 버려진 마스크, 페트병의 대변신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이선미 생산일 2023-07-13
관리번호 D0000048502363 분류 기타
이용조건타시스템에서 연계되어 제공되는 자료로 해당기관 이용조건 및 담당자와 협의 후 이용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