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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차 출동도 어려운 '테헤란로' 교통혼잡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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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39) '테헤란로' 교통체증 해결 방안은?
한우진 시민기자

강남구에는 '테헤란로(Teheran路)'라는 길이 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가다가 탄천 위의 삼성교 앞에서 끝난다. 길이는 3.9km이다.

왜 서울의 길 이름에 중동에 있는 이란의 수도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는 1977년 테헤란 시장이 서울에 방문한 것에 맞춰 서로 우호 협력 증진 차원에서 길 이름을 교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헤란에도 '서울로(Seoul Street)'가 있다.

강남구에서 테헤란로는 매우 중요한 길이다. 우선 강남구를 남북으로 구분할 때 기준선이 된다. 또한 길가 주변에만 좁게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다른 길들과 달리, 테헤란로는 양 옆으로 두텁게 상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테헤란로 양 옆으로는 고층빌딩들이 줄을 서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강남의 스카이라인은 테헤란로가 담당하고 있다.
테헤란로 양 옆으로 고층 빌딩들이 솟아있는 모습 ©강남구청
테헤란로 양 옆으로 고층 빌딩들이 솟아있는 모습 ©강남구청

테헤란로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테헤란로 밑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이 지나간다는 점이다. 지금은 9호선에 내주었지만 2호선 강남 구간은 한때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곳이었다. 그리고 혼잡도는 9호선이 높을지 몰라도 9호선은 6량, 2호선은 10량 편성이기 때문에 수송인원은 여전히 2호선이 더 많다.

그런데 테헤란로의 큰 문제는 교통정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평일 퇴근시간은 '교통지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차가 너무 막힌다.
서울시 종합교통관제센터(TOPIS)에서 제공하는 통행속도 정보 ©서울시
서울시 종합교통관제센터(TOPIS)에서 제공하는 통행속도 정보 ©서울시

서울시가 제공하는 서울시내 각 도로의 속도 기록을 보자. ☞ [참고] 서울시 교통정보 '차량통행속도' 정보 보기

지난 3월 기록에 따르면 오후 기준으로 테헤란로의 통행속도는 15.2km/h에 불과했다. 이는 느린 순서로 서울시 4위에 해당한다. 1위가 월곡로(왕복 2차선)의 12.5km/h이긴 했지만, 두 도로의 폭 차이를 생각해보면 테헤란로가 얼마나 느린지 알 수 있다.

구간과 시간을 쪼개보면 더 심각해진다. 저녁 7시 기준으로 지난 3월의 일간 기록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3월 24일 금요일 역삼역에서 국기원 앞까지의 속도는 5.60km/h였고, 3월 16일 목요일의 선릉역부터 포스코사거리까지의 속도는 5.68km/h였다. 이쯤 되면 걷는 것보다 약간 빠른 수준이고, 자전거나 킥보드보다는 확실히 느린 속도다. 물론 퇴근 시간에 서울에 길이 안 막히는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강남구 대표 도로라는 테헤란로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건 좀 너무했다.
테헤란로 선릉역 사거리. 과거에 없던 횡단보도가 추가로 생겼다. ©강남구청
테헤란로 선릉역 사거리. 과거에 없던 횡단보도가 추가로 생겼다. ©강남구청

그렇다면 테헤란로는 왜 이렇게 느린 것일까? 경제 환경 변화나 코로나19 등의 거시적인 교통량 변화와 현재 진행 중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공사 같은 특수한 변화를 제외할 때, 교통 소통을 어렵게 하는 시설과 제도가 많이 생겨난 게 문제다.

우선 보행자 우대 정책에 따라 횡단보도가 많이 생겼다. 과거에 테헤란로에서 보행자들은 지하보도와 지하철역 출입구를 통해 교차로를 건너는 것이 보통이었다. 특히 강남은 체계적으로 개발되었기에 테헤란로 주변에 지하보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재는 같은 위치에 횡단보도가 새로 생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동차 교통소통이 예전보다 나빠졌다.

물론 교차로 신호대기 때문에 어차피 정차해야 하는 시간에 횡단보도 녹색불을 주는 것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는 직진 교통량 이야기이다. 교차하는 도로쪽 횡단보도에 녹색 신호가 들어오면 많은 보행자 때문에 사실상 우회전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문에 뒤에 우회전 차량이 꼬리를 물어 직진 차량까지 방해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테헤란로 포스코사거리. 과거에 불가능했던 좌회전이 가능해졌다. ©강남구청
테헤란로 포스코사거리. 과거에 불가능했던 좌회전이 가능해졌다. ©강남구청

또한 교통 소통을 위해 회전이 금지되었던 곳에 운전자 편의를 위해 회전을 허용한 곳들이 많이 생겨났다. 포스코사거리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동서방향에서 남북방향으로 좌회전이 불가능했던 곳이다. 이렇게 회전 신호가 추가로 생기면 이것이 결국 직진 신호를 짧게 만들어 정체가 가중된다.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어도 차가 바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신호패턴이 다양해질수록 실제 통행시간이 줄어드는 손해도 본다. 자동차들의 꼬리물기가 심해지는 것은 덤이다.

이 같은 테헤란로의 혼잡 때문에 주변의 거주자들과 유동인구는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구급차나 소방차 같은 긴급자동차이다. 실제로 강남소방서는 테헤란로 동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저녁 정체 시간에 출동을 해야 할 상황이 되면 테헤란로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통이 불편한 것을 넘어 도시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이다.
강남소방서. 테헤란로 동쪽 끝에 있어 교통 정체는 긴급 출동을 위협한다. ©디지털강남문화대전
강남소방서. 테헤란로 동쪽 끝에 있어 교통 정체는 긴급 출동을 위협한다. ©디지털강남문화대전

그렇다면 왜 이 같은 테헤란로의 정체가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필자 생각으로는 지하철 2호선에 대한 과도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앞서 설명한 대로 2호선은 테헤란로와 동일한 노선을 달리며 높은 수송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테헤란로의 교통 흐름이 좀 나빠지더라도 2호선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정책 결정자들이 생각했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좀 안이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나 홀로 자가용 승객을 지하철로 유도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도로도 필요하다. 긴급자동차 문제도 그렇고, 도로가 막히면서 애꿎은 버스까지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헤란로에는 원래 버스 노선이 많지 않았다. 2호선에 대한 깊은 의존도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도권 광역교통대책 강화에 따라 광역버스가 꾸준히 늘어나서 현재 테헤란로 전 구간을 관통하는 광역버스가 7개 이상이다. 이런 버스들이 테헤란로 정체에 갇혀 버리면, 회전율 감소, 운행원가 증가, 차내 혼잡도 증가, 정시성 하락, 통행시간 증가 등 버스 운행에 큰 차질을 빚는다.
강남의 격자형 도로망 사거리에는 모두 역이 있는데 포스코사거리에만 역이 없다. ©서울시
강남의 격자형 도로망 사거리에는 모두 역이 있는데 포스코사거리에만 역이 없다. ©서울시

더 큰 문제는 2호선의 역간거리가 의외로 길다는 점이다. 2호선은 초창기에 지어진 서울지하철로서 통행시간 단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을 약간 적게 지었다. 실제로 2호선은 포스코사거리 위치에 역이 없다. 해당 위치 북쪽에는 9호선 삼성중앙역이, 남쪽에는 3호선 대치역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역이 없는 곳까지 승객을 마저 실어 나르려면, 버스가 나머지 지선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정체에 갇혀서 꽉 막혀 있으니 대중교통 이용자도 불편하다는 것이다.
테헤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장기 구상 노선도 ©서울시
테헤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장기 구상 노선도 ©서울시

물론 이런 문제를 서울시도 알고 있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테헤란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구상도 있었고, 트램(노면전차)을 설치하는 구상까지 하기도 했다. 테헤란로 중앙버스전용차의 구체적인 구상은 예전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 중심을 가로지르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생긴다(2013.1.8.)'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잠실운동장 일대 마스터플랜에 표시된 테헤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서울시
잠실운동장 일대 마스터플랜(2016.4.)에 표시된 테헤란로 중앙버스전용차로 ©서울시

테헤란로 트램(노면전차) 조감도 ©서울시
테헤란로 트램(노면전차) 조감도 ©서울시

그런데 필자는 버스의 접근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즉 테헤란로에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도로 최우측, 즉 인도 쪽 마지막 차로에 파란색 차선을 긋고 버스만 운행하게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보다 먼저인 1985년에 일찌감치 도입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도로 중앙에 정류장 시설물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비용이 적게 들고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또한 24시간제로 운영해야 하는 중앙차로와 달리 아침과 저녁만 운행하는 등 시간제로 운행할 수 있어서 유연성이 높다. 일반차로의 좌회전이나 U턴이 어려워지는 중앙차로와 달리 기존 교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이용방법 ©부산광역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이용방법 ©부산광역시

특히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류장 간격이 멀어지고, 지하철역 환승거리도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대로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테헤란로에는 이동성 기능을 2호선이 전담하고 있는 만큼, 버스는 이를 보완하여 접근성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동성을 무리하게 높이려다 접근성을 잃을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테헤란로 상황에서는 굳이 무리해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본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모습 ©수원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모습 ©수원시

그런데 지금까지 테헤란로에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기는 하다. 당국의 버스전용차로 지침에 따르면 대체적으로 일정 숫자 이상의 버스들이 이용할 때 버스전용차로 설치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즉 버스가 이용하지도 않는데 전용차로를 만들어서 비워 놓는 모습은 못 봐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헤란로에는 버스전용차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삼성역부터 강남경찰서(삼성교)까지 약 350m 구간에 매우 짧은 길이로 설치가 되어 있긴 하다. 테헤란로의 다른 곳에는 없는데 이곳만 전용차로가 있는 이유는, 영동대로를 거쳐서 삼성역 사거리까지 온 후 여기서 회전하여 잠실역 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테헤란로 삼성역 사거리 ©강남구청
테헤란로 삼성역 사거리 ©강남구청

하지만 테헤란로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테헤란로 전체로 확장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마침 서울시는 지난 4월 10일 도입된 지 37년 된 서울시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여건 변화를 고려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참고] 서울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개선방안 마련…달라진 교통여건 반영(2023.4.10.)

서울시 발표에서는 주로 전용차로의 폐지나 변경이 언급되었으나, 필요한 곳에는 신설도 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극심한 저녁 교통정체에 시달리고 있는 강남 대표 도로 테헤란로에 신설을 고려해주면 좋을 것이다. 특히 과거 시내버스만 달리던 테헤란로에 지금은 광역버스가 많이 늘어난 만큼 여건 변화를 고려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개선계획 ©서울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개선계획 ©서울시

만약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현재 서울시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테헤란로 입체화 기본구상에 맞추어 함께 검토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시는 테헤란로에 통과교통, 생활교통, 물류수송 등이 혼재되어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체 복합화 구상을 하고 있다. 물류복합 지하도로라는 개념으로 물류차량들을 지하로 통행시키고, 지하에 물류시스템과 상하차 공간 등을 마련하여 테헤란로변 물류수요처와의 물류처리를 지하에서 하겠다는 개념이다.
테헤란로, 언주로 등 입체화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위치도 ©서울시
테헤란로, 언주로 등 입체화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위치도 ©서울시

이렇게 되면 테헤란로 지상의 교통수요를 일부 지하로 이전시킬 수 있으므로, 그 대신 테헤란로에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할 여유가 생긴다. 지하도로의 취지는 교통량을 분산시키고 각각의 공간을 보다 전문적으로 쓰는 것이다. 따라서 꼭 지상에서 달릴 필요가 없는 테헤란로 교통량을 지하에 넣고, 지상에서는 전용차로를 달리는 버스를 통해 접근성 위주 및 2호선의 보완 수송을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테헤란로는 넓은 도로라는 선입견과 달리, 왕복 10차선 수준이며 좁은 곳은 8차선밖에 안 된다. 영동대로나 도산대로보다 확실히 좁다. 게다가 지하철 2호선 터널의 환기구 때문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 점도 교통 흐름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테헤란로의 정체를 가중시키는 변화가 많았지만, 이렇게 추가된 정체를 다시 해소하려는 정책이 부족했던 것은 아쉬운 일이다. 어떤 식으로든 추가 투자를 하여 나빠진 교통흐름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테헤란로의 모습(국기원 근처) ©강남구청
테헤란로의 모습(국기원 근처) ©강남구청

아울러 이 같은 교통정체 해소에 대한 투자를 강남에 대한 특혜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 정체가 심해지면 자가용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버스 이용자들이 크게 고통 받는다. 특히 테헤란로의 2호선은 역수가 적어 버스의 보완이 필수적인 만큼 버스의 소통을 개선시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노래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강남에는 대중교통을 주로 타는 외국인 관광객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국제교류복합지구가 지어질수록 더욱 그릴 것이다. 또한 버스 이용 승객이 국무총리에게 직접 첫차를 앞당겨 달라는 요청을 해서 유명해진 146번도 테헤란로를 지나는 노선이다. ☞ [참고] 새벽 근로자들의 고단한 출근길, 서울시 맞춤버스(8146번)가 새벽을 함께 달린다!(2023.1.11.)

강남을 찾고 강남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 테헤란로 혼잡 완화에 대한 서울시의 더 만큼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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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책임자) 시민기자 한우진 생산일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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