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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와 함께 창경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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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이 5월 28일까지 일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이선미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이 5월 28일까지 일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이선미

매화도 지고 벚꽃도 졌다. 하지만 창경궁에 가야 할 이유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지난 일요일 오후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을 다녀왔다. 늘 찾는 창경궁이지만 ‘동궐도’를 보며 만나는 건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경궁은 '동궐도’(東闕圖)'를 토대로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이선미
창경궁은 '동궐도’(東闕圖)'를 토대로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이선미

창경궁은 경복궁, 창덕궁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조선의 궁궐로, 정사를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생활공간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때문에 다른 궁궐과 공간 구조나 배치, 규모 등에서 다른 점이 많다고 하지만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이후에도 화재를 겪고, 일제강점기에는 창경원이라는 유원지로 조성되는 등 아픈 역사가 많기에 옛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다만 1826∼1830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하는 '동궐도(東闕圖)'를 토대로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 모습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고 한다.

동궐도(東闕圖)와 함께하는 이 특별관람은 2018년에 시작됐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 4년 만에 재개된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후 1시 30분과 2시 30분, 두 차례 진행되는데 출발 지점은 옥천교 앞이다.
한 참가자가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에서 동궐도를 보고 있다. ⓒ이선미
한 참가자가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에서 동궐도를 보고 있다. ⓒ이선미

먼저 궐내각사 영역으로 나가보았다. 지금은 건물이 하나도 없고 무수한 나무들이 철 따라 아름다운 곳에, 군무를 담당하던 오위도총부와 말과 가마 등 탈 것들을 관리하던 내사복시 등 관원의 업무 공간들이 있었다. 바로 그 옆에는 세자가 기거하고 활동하던 ‘동궁’이 있었지만 이곳 역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일제가 창경원을 만들었을 때 이곳에 동물원을 배치했다.
궐내각사와 동궁이 있던 곳에는 남아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이선미
궐내각사와 동궁이 있던 곳에는 남아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 ⓒ이선미

다시 외전으로 들어가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을 둘러보았다. 일제는 명정전의 품계석도 없애고 모란꽃을 심었다고 한다. 창경궁을 복원하며 박석을 깔고 품계석도 제자리를 찾았다.
참가자들이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선미
참가자들이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선미

바로 이어지는 문정전은 왕이 집무를 보던 편전이었으나 왕실 신주를 모시는 혼전으로도 많이 쓰였다고 한다. 문정전 앞뜰에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참혹하게 죽음을 맞기도 했다. 문정전에서 빈양문을 나서면 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인 내전으로 이어진다. 일제가 강제 철거했던 빈양문도 1986년 복원되었다.

지금은 함인정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지만 동궐도를 보면 함인정 주변에도, 그리고 뒤쪽의 경춘전과 환경전도 행각으로 이어지고 문을 통해 드나들었다. 동궐도를 보고야 각 전각들에 왕실 사람들이 살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게 되었다.
지금은 함인정이 홀로 떨어져 있지만 전각들은 행각으로 이어져 있었다. 함인정 담장 너머로 창덕궁이 보인다. ⓒ이선미
지금은 함인정이 홀로 떨어져 있지만 전각들은 행각으로 이어져 있었다. 함인정 담장 너머로 창덕궁이 보인다. ⓒ이선미

경춘전은 왕비나 대비, 왕세자빈이 기거하던 곳으로 여기서 정조와 순조가 태어났다. 왕비의 처소다 보니 경춘전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도 여럿이었다. 성종의 생모 소혜왕후와 잘 알려진 인현왕후 민씨, 그리고 혜경궁 홍씨 등이 여기서 승하했다고 한다.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을 쓴 곳이기도 하다.
경춘전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지금은 바로 옆에 환경전이 있는데 과거에는 전각들이 각기 분리된 공간이었다. ⓒ이선미
경춘전 앞에서 해설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지금은 바로 옆에 환경전이 있는데 과거에는 전각들이 각기 분리된 공간이었다. ⓒ이선미
동궐도에서 찾아본 경춘전(15)과 환경전(14) 영역. 앞에 함인정(13)이 같이 보인다. ⓒ이선미
동궐도에서 찾아본 경춘전(15)과 환경전(14) 영역. 앞에 함인정(13)이 같이 보인다. ⓒ이선미

창경궁 내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통명전은 왕비의 침전으로 그 유명한 희빈 장씨의 인현왕후 저주사건의 현장이기도 하다. 동궐도에는 통명전이 빈터로 남아 있어 동궐도가 언제 그려졌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양화당 옆에 있는 옛 자경전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창경원’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의 가장 높은 곳에 세운 자경전은 이제 자취가 없다. 정조 임금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어머니의 처소를 지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왕실박물관이 들어섰다가 1992년 철거해 지금은 빈 터로 남아 있다.
창경원 시절에 만들었다는 계단을 올라가면 자경전 터가 있다. ⓒ이선미
창경원 시절에 만들었다는 계단을 올라가면 자경전 터가 있다. ⓒ이선미
자경전 터에서는 창경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선미
자경전 터에서는 창경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선미

내전에서 이어지는 생활기거공간에는 집복헌영춘헌이 남아 있다. 바로 옆으로 정원이 시작되는데, 사실 기자는 춘당지로 가는 이 숲을 걸으면서 공주들이 뛰어노는 상상을 했다. 특히 봄이 시작돼 귀룽나무가 초록초록 물들 때 사랑스러운 공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실제로 이곳에는 공주들이 머물던 건물도 있었고, 왕비와 왕세자의 위패를 모신 통화전과 궁녀와 내시들의 거처 등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 아름다운 곳에도 많은 건물들이 있었다. ⓒ이선미
이 아름다운 곳에도 많은 건물들이 있었다. ⓒ이선미

길이 끝나는 곳에 춘당지가 이어지는데 원래 이곳은 왕이 궁궐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모범을 보이던 내농포가 있었다. 일제가 이곳을 파서 연못으로 바꾸고 보트와 케이블카를 만들었다. 농사를 위해 물을 공급하던 백련지에는 대온실이 들어섰는데, 창경원 시절의 건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지금의 춘당지는 원래 왕이 농사짓는 의식을 행하던 곳이었다. ⓒ이선미
지금의 춘당지는 원래 왕이 농사짓는 의식을 행하던 곳이었다. ⓒ이선미

창경궁은 유독 전각이 얼마 없어서 옛 모습을 그려보기 쉽지 않았다. 동궐도를 보면서 구석구석 관람하다보니 조금은 옛 모습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경복궁 동쪽의 두 궁궐, 즉 창덕궁과 창경궁을 세밀하게 기록해놓은 동궐도는 국보 제249로 지정됐다. 덕분에 일제 강점기 때 훼손된 궁을 복원할 때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올해는 일제가 '창경원'으로 만들었던 이름을 '창경궁'으로 되돌린 지 40년이 되는 해다.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으로 옛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창경궁에서는 11월까지 ‘역사와 함께하는 창경궁 나무이야기 나무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통명전에서는 4월 23일까지 ‘전통한복 일생의례’ 전시도 하고 있다. 지금 창경궁에 가면 여러 모로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창경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
○ 주요 프로그램
- 동궐도와 함께하는 창경궁 특별관람
·일시 : ~5월 28일, 매주 일요일 13:30, 14:30 2회
- 역사와 함께하는 창경궁 나무이야기
·일시 : ~11월 26일 매주 토·일요일 14:00-15:00 1회씩
- '전통한복 일생의례' 전시
·일시 : ~4월 23일 9:00-17:00
·장소: 창경궁 통명전
누리집
○ 문의 : 02-762-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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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와 함께 창경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나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이선미 생산일 2023-04-13
관리번호 D0000047842378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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