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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만큼 산뜻했던 성동책마루의 '정오의 문화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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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 1층에 위치한 성동책마루에서 올해 ‘정오의 문화공연’ 첫 무대가 열렸다. ⓒ윤혜숙
성동구청 1층에 위치한 성동책마루에서 올해 ‘정오의 문화공연’ 첫 무대가 열렸다. ⓒ윤혜숙

성동구청 1층에 자리한 성동책마루는 구청을 오가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는 곳이다. 사방에 책장이 있고 혼자 혹은 여럿이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 좋다. 또한 카페도 있어서 음료를 마실 수도 있다. 성동구청 인근을 지나다 시간이 나면 성동책마루에 들러서 한껏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곳에서 ‘정오의 문화공연’이 열렸다. 올해 들어서 첫 무대였다.

따스한 봄 햇살이 스며들고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나는 3월이건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울 때가 있다. 마치 봄꽃이 피는 것을 시샘이라도 하듯 꽃샘추위가 몰려온다. 성동책마루에서 열릴 ‘정오의 문화공연’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오전 11시쯤 성동책마루에 도착했다. 그런데 출입구 안쪽에 마련된 무대는 벌써 공연 준비로 분주했다. 낮 12시 20분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이용한 공연이다.
본 공연에 앞서 ‘프롬콰르텟’ 팀이 무대에서 연주할 곡을 차례대로 연습하고 있다. ⓒ윤혜숙
본 공연에 앞서 ‘프롬콰르텟’ 팀이 무대에서 연주할 곡을 차례대로 연습하고 있다. ⓒ윤혜숙

오늘의 무대를 빛내줄 공연팀은 ‘프롬콰르텟’이다. 꽃으로 피어나는 봄을 주제로 한 피아노 4중주 클래식 무대를 선보인다고 한다. '콰르텟'은 음악에서 4중주나 4중창을 뜻한다. 프롬콰르텟은 4개의 악기인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를 각각 연주하는 연주자들이 모였다. 본 공연에 앞서 무대에서 연주할 곡을 차례대로 연습하고 있었다.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위해 연주자들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주에 임하고 있다. 아직 본 공연이 아닌 리허설이건만, 마치 실전 무대와 다를 바 없었다. 리허설을 지켜보니, 오늘의 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낮 12시 점심시간이 되자 성동책마루를 오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정확히 12시 20분이 되자 프롬콰르텟 팀이 공연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공연하는 거여서 객석에 사람들이 빼곡히 차지 않아도 공연은 계속되었다. 프롬콰르텟 팀의 연주곡이 들리자 성동책마루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무대 근처로 다가와 객석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총 6곡을 준비했다. 어떤 곡이 있을지 궁금한 관객들을 위해서 무대 전면 스크린에 연주할 곡명이 순서대로 나와 있다. 사랑의 인사(엘가), Over the rainbow, A whole new world, 아일랜드의 여인(블링), Fly me to the moon, 꽃의 왈츠(차이코프스키) 순이다.
프롬콰르텟 팀이 연주하는 ‘정오의 문화공연’이 시작됐다. ⓒ윤혜숙
프롬콰르텟 팀이 연주하는 ‘정오의 문화공연’이 시작됐다. ⓒ윤혜숙

한 곡이 끝나고 다음 곡을 연주하기 전, 첼로를 연주했던 원지혜 대표가 짤막하게 곡의 해설을 들려주었다. 원지혜 대표가 단원들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때 단원들 각자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의 음색을 잘 살린 독주곡을 별도로 준비해서 연주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곡의 연주가 끝날 때 객석에 있는 관중들이 일제히 손뼉을 치면서 “앙코르”를 연발했다. 원 대표가 즉석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지 물어보니 앞에 앉은 몇몇이 “마지막 곡, 꽃의 왈츠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원 대표는 앙코르로 준비했던 곡 대신에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꽃의 왈츠’를 다시 연주했다. 앙코르곡 연주가 끝난 뒤에도 아쉬운 듯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몇몇 관객들이 보였다. 공연을 끝까지 지켜 보았던 기자도 정말 여운이 남는 공연이었다. ‘꽃으로 피어나는 봄’을 주제로 한 공연이어서 연주하는 곡들이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온종일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자의 귀에 친숙하면서도 유독 피아노 4중주의 화음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면 객석에서 환호와 함께 손뼉으로 화답했다. ⓒ윤혜숙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면 객석에서 환호와 함께 손뼉으로 화답했다. ⓒ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프롬뮤직랩’ 원지혜 대표와 별도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프롬뮤직랩은 작년에 설립한 신생 연주 단체로 총 8명의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원지혜 대표를 포함한 4명의 단원은 프롬콰르텟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원 대표의 말에 의하면, 공연 대상이나 공연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악기 편성이 달라진다. 4중주인 콰르텟이 되기도 하고, 3중주인 트리오가 되기도 한다.

‘프롬뮤직랩’은 ‘음악으로부터 모든 순간을 찬란하게’라는 신조 하에 만들었다. 그래서 첫 네 글자 ‘프롬뮤직’은 ‘음악으로부터’를 뜻하고, 마지막 한 글자 ‘랩’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한다는 뜻이다. 연주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결합한 음악, 해설이 있는 강연,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등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성동책마루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윤혜숙
성동책마루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윤혜숙

그렇다면 성동책마루에서 공연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원 대표는 과거 성동구에 소재한 한양대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는 성동구청을 오가면서 성동책마루가 조성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청과 같은 관공서라면 왠지 딱딱할 것만 같았는데, 그 건물의 1층이 화사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곳에서 음악 공연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한다. 그런데 순전히 원 대표의 개인적인 생각이었는데 거기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선 공연이 연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어요. 올해부터 성동구청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할 계획이고, 저희가 첫 공연을 맡아서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잖아요. 이번 공연에 많은 분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즐겨주셔서 연주하는 저희도 정말 기분 좋게 즐기면서 공연할 수 있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원 대표는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커피도 마시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었어요. 그런 관객들의 마음이 표정으로 저희 연주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어요. 이번에 관객들과 조금 더 교감이 되는 공연이었던 것 같아서 공연하는 내내 연주자들의 기분도 좋았어요. 특히 무대 바로 옆에 출입구가 있어서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공연을 보시는 분들도 저희 시야에 들어왔어요. 관객들 가까이에서 공연하면서 관객들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함께 즐기는 공연으로, 이번 공연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프롬뮤직랩은 '정오의 문화공연'을 위해 피아노 4중주 팀을 구성해서 연주곡을 준비했다. ⓒ윤혜숙
프롬뮤직랩은 '정오의 문화공연'을 위해 피아노 4중주 팀을 구성해서 연주곡을 준비했다. ⓒ윤혜숙

원 대표는 이런 무대를 마련해 준 성동구청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최근에 프롬뮤직랩 같은 신진연주단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신진 연주단체가 공연할 무대나 기회가 많지 않은데, 성동구청은 연주단체의 경력 등 조건을 따지지 않고 공연할 자리를 마련해 줘서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원 대표의 말을 듣다 보니 문득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생각났다. 프롬뮤직랩은 음악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성동구청이 프롬뮤직랩과 같은 신생연주단체에게 공연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니 반갑다.

따스한 봄날이어서 실외에서의 공연도 가능해졌다. 원 대표는 “오가는 시민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고, 그렇게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시민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밝혔다.
프롬뮤직랩 단원들이 공연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혜숙
프롬뮤직랩 단원들이 공연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혜숙

원 대표는 마지막으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인용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을 통해 우리나라가 문화의 힘을 근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희망했다.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면서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프롬뮤직랩의 단원들은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활동하고 있다. 원 대표는 “문화는 거창한 게 아닐 겁니다. 한 사람과 작은 음악에서 시작할 수 있겠지요. 음악을 듣고 단 한 사람이라도 감동하고 위안이 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최고의 목적을 이룬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러한 마음과 태도를 지니고, 더 많은 다양한 계층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연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항상 연구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여 말한다.

성동구청 1층에서 정오에 열리는 ‘정오의 문화공연’은 지난 2018년 12월에 처음 시작되었다. 지난해 클래식, 팝페라, 국악, 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19개 팀이 총 13회의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매월 격주로 수요일 낮에 열리는 공연이다. 구청에선 지역주민들을 위해 문화를 향유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또 신생 연주단체를 위해 공연 기회를 제공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성동책마루에서 독서도 하고 또 음료를 마시면서 공연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성동구청 ‘정오의 문화공연’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고산자로 270 성동구청 1층 성동책마루
○ 공연일시 : 매월 1, 3째 주 수요일 12:20~13:00
○ 공연내용 : 클래식, 관현악, 팝페라, 국악 등 매번 달라지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
○ 문의 : 02-2286-5207(공연팀 상시모집 : 성동구청 누리집에서 서식 내려받아 작성 후 이메일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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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만큼 산뜻했던 성동책마루의 '정오의 문화공연'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윤혜숙 생산일 2023-03-28
관리번호 D0000047697673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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