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지난 10월 8일~9일 이틀간 창덕궁부터 수원화성을 거쳐 융릉까지 정조대왕의 1795년 을묘년 원행(園幸)을 재현하는 국내 최대 역사문화축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되는 올해 행사는 서울시, 수원시, 화성시가 공동주최했다.

정조대왕은 24년의 재위기간 동안 친아버지 장조(사도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화성 현륭원(지금의 융릉)으로 옮긴 후 11년간 총 13번의 원행을 진행했다. 그 중에도 정조대왕 즉위 20년 해인 1795년(을묘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행했던 대규모 행차가 을묘년 화성 행차이다. 이 기록을 자세하게 글과 그림으로 엮어 책으로 남긴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이다.

정조대왕의 이 을묘년 원행은 어머니의 회갑연과 아버지의 묘소 참배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 건설 중이던 화성 축성의 명분과 점검, 친위대 장용영 군사들의 군사력 등을 재정비하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단순한 행차가 아닌 백성들의 생활 형편을 살피고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을 직접 들으며 해결해 주는 소통의 자리이기도 했다. 따라서 창덕궁에서 융릉까지 이어진 8일간의 행차는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고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정조대왕의 공감 정치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서울 구간은 창덕궁~광화문광장(2.5km) / 노들섬(200m) / 금천구청 입구 삼거리~시흥행궁터(시흥5동 주민센터) (1.11km)로 나누어졌다. 그 중 노들섬 구간은 사전에 시민 참가자를 선발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목할 만 했다.

서울 노들섬에 주교(배다리)를 설치하여 한강을 건넜던 그 뛰어난 과학기술을 엘이디 기술을 활용하여 미디어로 재현했다. 정조대왕 등 시민배역과 시민들이 함께 미디어 배다리 시도식 '다리의 열림, 꿈의 도하!' 행사를 함께 했다.

체험형 배다리 행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은 의상을 착용하고 직접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행사에 함께 할 수 있었다.

시민참여자들은 이른시간 노들섬 종합안내소에 모여서 준비된 의상으로 환복했다. 도포를 입고 유건을 쓰고 유림이 되어 보았다. 청사초롱을 들고 미디어 배다리에 일렬로 서서 정조대왕의 행렬을 맞이하는 역할을 했다. 필자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정조대왕 능행차 준비 과정이 궁금했는데, 배다리 행렬에 직접 참여하면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더불어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5학년 참여자는 평소에 한국사에 관심이 많고 특히 조선시대의 왕 중에 정조대왕을 가장 존경하여 이 행렬에 참여했다고 한다. 또 친구와 함께 참여한 20대 여성 시민참여자는 전통 복식 체험을 좋아해 행차에 참여했으며, 새로운 한복을 입어 볼 수 있어서 만족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노들섬에서는 ？취타대 공연 ？격쟁(백성들이 징을 치며 왕에게 호소하는) 상황극 ？대동놀이 ？정재(전통 무용) 공연 ？전통놀이 체험관 등이 마련되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시민들이 정조대왕 능행차를 단순히 관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참여하면서 정조대왕의 효심·애민·소통의 정치를 배워갈 수 있는 기회였다. 정조대왕능행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