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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느림보 대회까지, 이색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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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암사동 유적 앞마당에 설치된 '소망움집'
서울 암사동 유적 앞마당에 설치된 '소망움집' ©김민채

코로나19 확산세가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그동안 중단되었거나 축소됐던 가을축제가 재개되어 시민들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필자는 가을 축제하면 '강동선사문화축제'가 먼저 생각난다. 1996년 첫 문을 연 바로 그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지난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빗살 가득한 날'을 주제로 열렸다. 선사시대를 테마로 열린 이번 축제는 빛 전시부터 불꽃쇼까지 다채롭게 진행되어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폐목으로 만든 '생명의 문'을 통해 선사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
폐목으로 만든 '생명의 문'을 통해 선사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시민들 ©김민채

특히 강동선사문화축제는 서울시 축제 중 유일하게 선사시대라는 뚜렷한 역사성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번 축제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축제를 진행하는 만큼 '강동느림보(步)대회', '휴(休)지타임', '신석기 고고학 체험스쿨' 등 가족이 함께 다양한 신석기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가을꽃들이 전시되고 있다.
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가을꽃들이 전시되고 있다. ©김민채

가을 초입을 지나 10월에 들어서면서 쪽빛 하늘이 더 푸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상을 벗어나 휴식과 힐링을 즐기려는 가족들은 강동선사문화축제의 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먼저 종합안내소에 들러 '제27회 강동선사문화축제' 안내도를 챙긴다. 조금 더 꼼꼼하게 볼거리, 체험거리,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서다. 안내도에는 유적지 전경과 강동선사문화축제 빛의 포털, 수협· 채집의 길, 경작의 길, 빛의 탐험대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상수리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유적지를 산책하듯 체험하고, 숲속무대, 광장무대, 원형무대에서 볼거리를 즐긴 후 먹거리 부스로 향하기도 한다.
커다란 뼈다귀를 들고 있는 선사인의 손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는 시민들
커다란 뼈다귀를 들고 있는 선사인의 손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고 있는 시민들 ©김민채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암사마을에 살고 있는 네 친구 토리, 움이, 비또, 코기 캐릭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암사마을에 살고 있는 네 친구 토리, 움이, 비또, 코기 캐릭터 ©김민채

시민들은 입구에 다다른 순간 “와우 멋지다”를 절로 외친다. 수명이 끝난 폐목으로 만들어진 '생명의 나무' 예술작품을 지나면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의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또, 생명의 문을 지나 몇 걸음을 떼면 노란 국화로 만든 동그랗고 국화향기 가득한 움집이 시민들을 반긴다. 그 옛날 선사인들은 아주 특별한 날 이렇게 움집을 향기롭고 아름답게 장식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국화로 만든 움집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담고 있는 엄마와 아들
국화로 만든 움집을 배경으로 추억의 사진을 담고 있는 엄마와 아들 ©김민채
선사인들이 살았던 마을을 산책하듯 축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선사인들이 살았던 마을을 산책하듯 축제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김민채

국화 움집에서 큰 길을 따라 이동하면 시민들의 눈과 마음을 정화시킬 수 있는 조경과 '움스 프렌즈' 암사마을 마스코트, 커다란 뼈다귀를 들고 있는 신석기인 손 등의 포토존이 마련돼 있어 소중한 시간과 재미를 추억의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축제는 다채로운 문화 공연, 체험 프로그램이 돋보였다. 주민들과 함께 하는 풍물패 공연, 청년 가수지망생의 끼와 재능의 장, 인기가수 공연, 몸짓으로 표현하는 무용, 서커스 공연,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문화예술 동아리 공연 등이 펼쳐졌고, 시민들도 오랜만에 보는 공연 모습에 어른아이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노천 화덕에서 조릿대에 삼겹살을 끼워 굽는 시민들
노천 화덕에서 조릿대에 삼겹살을 끼워 굽는 시민들 ©김민채
느림보(步)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대한 느리게 걸어본다.
느림보(步)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최대한 느리게 걸어본다. ©김민채

어른아이 누구나 손에 분필을 한 자루만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도 눈에 띈다. 분필 색깔별로 바닥에 그림이 그려진다. 한 사람 두 사람 그린 분필 그림은 마치 원시인이 그 옛날 동굴벽에 그린 벽화처럼 신비롭다.

또 다른 한편에선 노천 화덕에서 참나무 장작에 불을 피우고 조릿대에 끼워진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아이들은 타닥타닥 타는 참나무 숯의 열기가 뜨겁지만 참숯에 이글이글 구워 진 삼겹살 맛의 유혹에 빠져들고 만다.
움스 프렌즈 마스코트 '움이'를 바닥에 그리고 있는 예술가
움스 프렌즈 마스코트 '움이'를 바닥에 그리고 있는 예술가 ©김민채

빛의 탐험대 차원이동포털을 지나 반딧불이 조명이 설치된 구간을 지나는데 숲속무대에서 성량이 풍부한 배우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숲속무대에서는 성인지(성평등)뮤지컬이 펼쳐지고 있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뮤지컬이라는 예술을 통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노래와 연기와 춤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이라서 그런지 의외로 광장무대나 원형무대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덕분에 뮤지컬 콘텐츠보다 즐겁게 성평등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주민들이 폐목으로 만든 강동선사문화축제 포토존
주민들이 폐목으로 만든 강동선사문화축제 포토존 ©김민채

강동선사문화축제는 주민들과 함께 하는 공연도 있지만 주민들이 직접 만든 조형물도 있다. 유적지 입구 쪽 상수리 나무 밑에는 '강동문화축제'라고 쓰여진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이 포토존은 주민들이 직접 가래여울 한강변에서 폐 나뭇가지를 주워 가지치기를 하고 한 자 한 자 써서 만든 작품이다. 자작나무처럼 보이지만 하얀색 페인트로 색을 칠해 야간이면 불빛을 받아 야광처럼 빛을 발한다.
선사예술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
선사예술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 ©김민채

그밖에 다양한 나라의 문화와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는 부스, 선사시대를 3D펜으로 꾸밀 수 있는 체험부스, 119 아저씨와 함께하는 안전체험부스 등이 마련되어 있어 신나게 체험하고, 먹고, 즐길 수 있었다. 또 돌도끼, 그물, 빗살무늬토기를 갖고 있는 선사인을 찾아 스탬프를 받은 시민들에게 현장에서 기념품을 나눠주기도 했다.
수타면을 뽑고 있는 자장면 부스가 제일 바쁘다.
수타면을 뽑고 있는 자장면 부스가 제일 바쁘다. ©김민채

축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이자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메뉴인 자장면을 비롯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회오리감자, 닭꼬치, 닭갈비, 보쌈, 족발, 치킨 등 17개 먹거리 부스와 푸드트럭 8개가 운영됐다. 소상공인들의 먹거리 부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다시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선순환의 축제로 진행됐다. 9일 불꽃쇼를 마지막으로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제대로 갖춘 축제다운 축제 강동선사문화축제는 끝났다. 하지만 강동선사문화축제가 끝났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곳 암사유적지에서는 16일까지 ‘야간 빛 축제’가 이어진다.
'야간 빛 축제'를 지키는 수문장 선사인
'야간 빛 축제'를 지키는 수문장 선사인 ©김민채

해가 지고 날이 저물면 시민들은 ‘빛의 탐험대’가 되어 차원이동포털, 대형 선사인 조형물, 빛의 나비, 선사의 나무, 반딧불이 숲까지 산책로를 따라 미디어아트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3,000마리의 반딧불이를 직접 제작해 도심에서 보기 힘든 ‘반딧불이 숲’을 생생하게 구현해 냈다. 또한 보는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달빛 조형물과 박수소리에 빛을 내는 나무 그루터기 등을 조성해 시민들이 걷는 내내 즐길 수 있도록 볼거리를 가득 채웠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서울 암사동 유적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염원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야간 빛 축제’를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암사동 유적 야간 빛 축제

○ 주소 : 서울시 강동구 올림픽로 875 암사동 유적
○ 축제기간 : 10월 7일~10월 16일
홈페이지
○ 문의 : 02-3425-8530(강동구청 문화예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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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덕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느림보 대회까지, 이색 시간여행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민채 생산일 2022-10-13
관리번호 D000004642645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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