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공정도시 서울!

오랫동안 기다렸던 가을의 축제들이 일제히 재개되며 10월의 문을 활짝 열었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 역시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과 3년 만에 돌아온 한성백제문화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며 분주한 개천절 연휴를 보냈다.

기자도 뮤지컬 관람과 함께 ‘백제로의 시간여행’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1일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박물관 개관 10주년과 백제 건국 2040년을 기념한 뮤지컬 ‘근초고’ 공연을 관람했다. 백제 최전성기를 이끈 근초고왕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뮤지컬이었다.

한성백제박물관 앞에 도착하니 너른 조각공원 잔디밭은 돗자리를 펴고 가을 날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열리는 박물관 지하 한성백제홀에선 티켓 박스와 포토존, 백제 그림그리기대회 수상 작품 전시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뮤지컬 ‘근초고’는 4세기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던 위대한 군주 근초고왕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이다. 근초고왕은 346~375년 재위했던 백제의 13대 왕이다. 백제 초기 왕권이 안정되지 못하고 권력다툼이 계속됐는데 근초고왕은 ‘초고’와 가깝다는 뜻의 근(近)자를 붙여 왕명으로 지어 왕권계승을 확실히 하려고 했다고 한다.

백제 전체 역사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한성백제는 백제 최대의 전성기였다. 뮤지컬 주인공이었던 근초고왕도 바로 이때의 인물이다. 이 시기에 백제는 마한세력을 통합하고, 왕도 한성을 중심으로 바닷길을 이용해 중국과 일본 등 주변 여러 나라와 교류하며 국제적 위상을 높이며 강력한 국가로 거듭났다.

공연은 위대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예언을 시작으로 제2장 왕의 길, 제3장 남당회의(유민의 수용), 제4장 평양성 전투, 제5장 대백제의 선포와 이도한산 순으로 진행됐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노래 10여 곡은 가수 이선희의 히트곡을 만든 송시현 작곡가가 맡았다. 그래서인지 공연을 보는 내내 장은철, 최지이 등 주연 배우들의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아이들은 실감나는 영상 연출이 돋보였던 평양성 전투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10월 개천절 연휴는 물론 한글날까지 5일 간 총 15회에 걸쳐 1,200여명이 관람했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에서 사전에 각 회 250명씩 선착순 무료 접수를 진행했는데, 예약 개시 후 10분도 안 돼 전 석이 마감이 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공연을 본 후 뮤지컬의 배경이 된 백제에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박물관 전시관으로 향했다. 로비에 들어서면 2개 층에 걸쳐 전시된 풍납토성 성벽 단면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박물관은 크게 지하 1층과 1층 전시관으로 이뤄져 있다. 지하에는 구석기, 신석기 유물 전시와 기획전시, 뮤지엄샵 등이 있으며, 1층 전시관에서는 백제의 건국부터 한강을 중심으로 삼국이 각축을 벌이던 시기, 중국과 일본 등 백제가 해외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던 시기 유물, 백제시대 사람들의 삶 등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관람시간은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박물관 건물 자체도 눈 여겨 볼만하다.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한성백제박물관은 해양국가를 꿈꾸었던 백제의 모습을 반영해 지어졌다. 위로 불쑥 솟은 엘리베이터는 돛을, 비스듬한 건물 모양은 바다에 떠 있는 배를 나타낸다. 옥상 하늘정원에서 1층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산책도 즐길 수 있다.

한성백제 시기 백제가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대표적인 지역이 송파구다. 덕분에 송파구에는 몽촌토성, 풍납토성, 석촌동고분군 등 간직한 문화유산이 많다. 이를 기념해 구에서는 1994년부터 한성백제문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제 22회 한성백제문화제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일대에서 3년 만에 재개됐다.

올해는 ‘도도히 흐르는 문화의 힘’을 주제로 한성풍류콘서트, 한성백제 패션 런웨이 등과 더불어 한성백제 체험마을 등 신나는 백제의 놀이터가 재현됐다. 특히 오징어게임 콘셉트의 전통놀이와 도심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대형 지푸라기 미끄럼틀, 인절미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행사가 인기를 끌었다.

한성백제문화제는 막을 내렸지만 한성백제박물관은 언제가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백제로의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가을을 맞이한 올림픽공원은 서울시의 대표 단풍 명소답게 인생샷 찍기 좋은 장소도 많다. 올 가을, 올림픽공원을 찾아 2,000년 전 한성백제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