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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내 이름을 표현해봤어요! '수어문화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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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한국의 공용어이기도 하다.
수어는 한국의 공용어이기도 하다. ©조수연

20년 전, 유치원을 다닐 때 일이다. 당시 유치원에서는 수화(手話)로 배우는 동요라는 수업을 진행했었다. 청각장애인의 언어인 수화로 배우는 동요는 신기했다. 그리고 어려웠다. 한 달을 연습했을까?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고, 복지관에서 수화로 동요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수화는 청각장애인의 언어다. 사람의 입모양으로 어떤 말을 하는지 이해한 청각장애인들은 수화로 본인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따라서 수화는 사회적 약자인 청각장애인의 유일한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화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9월 24일, '제17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를 개최했다.
지난 9월 24일 '제17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9월 24일 '제17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가 열렸다. ©조수연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17회 서울특별시 수어문화제'는 청각, 언어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시민까지 ‘보이는 언어’인 수어와 관심을 가지도록 했다. 이른바,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중 한 갈래로, 사회적 약자의 언어인 수어를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이번 수어문화제의 주제는 ‘같이 만들어가는 수어의 가치’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은 비대면으로 열렸다가,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돼 더 의미가 있었다.

수어문화제 부스는 농맹인 체험, 촉각수어, 국제수어 등 다양한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이 중에서 재미있었던 부스는 ‘지숫자 로또 20!’ 부스. 로또를 통해 수어를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1부터 20까지 우리는 말할 수 있는데, 이들은 수어를 통해 숫자를 표기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수어문화제를 찾은 수많은 시민들
수어문화제를 찾은 수많은 시민들 ©조수연

특히 우리가 총 모양이라고 하는 손 모양은 숫자 6을 뜻하는 것이었고, 숫자 1부터 4까지는 우리가 손으로 표현하는 숫자와 같음을 알 수 있었다. 수어경연대회도 있었고, 수어로 하는 게임들도 있었다. 각 부스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과자와 아이스크림, 선물을 준비했었는데, 예상 외로 시민들이 너무 많았다. 아무래도 어디서 많이는 봤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수어를 이 기회에 알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수어문화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수어문화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스가 마련되었다. ©조수연

청각, 언어장애인들은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수어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컴퓨터로 자음과 모음을 합쳐 글을 쓰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들은 텍스트를 수어로 말하고 있었다. 기자도 직접 수어를 배워보았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수어로 표현했다.

기자의 이름을 수어로 표현해봤다. 20년 전, 동요에서 배웠던 수어가 불현듯 떠올랐다. 옛날에는 외워서 동요를 표현했는데, 지금은 이해하면서 수어를 했더니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았다.
수어로 만나는 한글
수어로 만나는 한글 ©조수연

은평구와 영등포구는 재미있는 부스를 운영했다. ‘은영이네 매점’인데, 매점을 지키고 있는 농인 은영이와 수어로 대화해야 했다. 옆에 수어 지킴이가 있어서 도움을 받아 매점 지킴이 은영이와 대화했고, 과자를 선물로 받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기자에게 맞는 부스도 있었다. 서울여성농아인어울림센터는 ‘농인을 이겨라!’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슐런이라는 경기의 용어와 스포츠 수어를 배워볼 수 있었는데, 스포츠를 농인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한국농아대학생연합회는 농인대학생들이 겪는 농교육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포스트잇을 통해 대학생들의 의견을 들었다. 캠퍼스 생활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한 수많은 포스트잇이 붙여졌다. 기자도 의견을 적은 포스티잇을 하나를 붙였다.
농인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에 대한 의견들이 포스트잇에 담겨 벽면 가득 붙어 있다.
농인대학생들의 캠퍼스 생활에 대한 의견들이 포스트잇에 담겨 벽면 가득 붙어 있다. ©조수연

수어문화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봤던 수어는 TV에서 수어통역사가 나와 수어를 하는 모습만 봤었다. 마치 하나의 언어를 배운 것 같았다. 한국의 공용어이기도 한 수어. 수어문화제를 보면서 사피어-워프 가설이 떠올랐다.

사피어-워프 가설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언어학적인 가설이다. 그렇다면 농인들은 수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가 이들의 언어를 배워 농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이해하면 좋지 않을까. 진정한 약자와의 동행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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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로 내 이름을 표현해봤어요! '수어문화제'에 가다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조수연 생산일 2022-09-30
관리번호 D0000046338347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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