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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3년 만에 불 밝힌 '정동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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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앞에서 왕궁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는 시민들 ⓒ박분
덕수궁 앞에서 왕궁수문장 교대식을 관람하는 시민들 ⓒ박분

‘정동야행’이 가을밤 덕수궁 돌담길에서 3년 만에 열렸다. 지난 9월 23일 밤 9시, 지축을 울릴 듯 큰 북소리와 함께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식이 덕수궁 대한문 옆 돌담길(현재 정문은 공사 중)에서 펼쳐졌다.
돌담길 따라 내걸린 등이 정동야행을 밝히고 있다
돌담길 따라 내걸린 등이 정동야행을 밝히고 있다, ⓒ박분

구령과 취타대의 악기연주에 맞춰 절도 있게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되는 동안 숨죽여 지켜보던 시민들의 표정 또한 덩달아 엄숙해졌다. 얼마 후 교대식을 마친 왕궁수문장 행렬이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행군하기 시작했다. 덕수궁에서부터 정동로터리까지 오프닝 퍼레이드가 진행된 것이다. 흥겨운 취타대 연주에 맞춰 시민들도 즐겁게 뒤를 따랐다.
정동제작소에서 서예체험을 즐기는 시민들
정동제작소에서 서예체험을 즐기는 시민들ⓒ박분
덕수궁 돌담길 따라 즐비한 정동잡화점들
덕수궁 돌담길 따라 즐비한 정동잡화점들 ⓒ박분

정동야행은 덕수궁 돌담길을 중심으로 정동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야간 프로그램이다. 정동 일대에 위치한 문화재와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는 야간 개방과 더불어 각각의 특색을 살린 공연과 전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동야행’ 조명이 내걸린 덕수궁 돌담길은 축제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정동길 입구에 마련된 정동 제작소에는 캘리그라피·서예·등불 체험 등이 진행되었다. 덕수궁 돌담길 따라 즐비한 정동잡화점 각 부스에서는 소잉디자이너들과 문화예술원의 특별한 솜씨가 담긴 패브릭 소품, 액세서리 등 다양한 공예품들을 선보였다. 정동길에 위치한 예원학교 학생들의 그림과 조소 작품 전시도 정동야행의 멋스러움을 더했다.
정동길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됐다
정동길 곳곳에 포토존이 마련됐다. ⓒ박분
정동길 상설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정동길 상설 무대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박분

덕수궁 돌담길은 서울 도심의 대표 산책길로 꼽힌다.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입구를 지나 북쪽 경향신문사까지 이어진다. 정동 로터리에 이르자 상설 무대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둘러선 시민들의 박수 갈채도 쏟아졌다.

이 일대에는 정동제일교회, 정동극장,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배재학당 등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근대 건축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내 최초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 ⓒ박분
국내 최초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 ⓒ박분
 이화박물관에 전시된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명예졸업장
이화박물관에 전시된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명예졸업장 ⓒ박분

‘정동야행’을 위한 다양한 전시도 준비됐다. 복고풍의 빅토리아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정동제일교회가 보인다. 국내 최초로 세워진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에서는 정동야행 기간 동안 ‘역사를 담은 오르간 듀오’ 등 오르간 공연을 진행한다.

근대의 신식학교 건물로 등록문화재와 기념물로 지정된 이화박물관에서는 ‘이화의 독립운동가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명예졸업장도 보였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전경 ⓒ박분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전경 ⓒ박분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해 세운 정동극장 ⓒ박분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해 세운 정동극장 ⓒ박분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특별전시 ‘정동산책, 그리고 서울’을 전시하고 있었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은 미국의 선교사 아펜젤러가 1885년에 설립한 최초의 근대식 중등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의 동관을 활용한 건축물이다. .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를 복원해 세운 정동극장도 ‘정동야행’을 빛내는 문화시설이다.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동극장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에 등재됐다.
캐나다대사관 정문 앞, 꽃다발로 단장한 ‘빨간 문’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박분
캐나다대사관 정문 앞, 꽃다발로 단장한 ‘빨간 문’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박분
황실 도서관으로 지어진 중명전이 환한 불빛으로 시민들을 반기고 있다. ⓒ박분
황실 도서관으로 지어진 중명전이 환한 불빛으로 시민들을 반기고 있다. ⓒ박분

정동일대에 위치한 대사관들도 의미 있는 전시로 정동야행에 동참했다. 캐나다대사관 정문 앞에는 꽃다발로 아름답게 단장한 ‘빨간 문’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빨간 문’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공간을 넘나들며 캐나다 퀘벡으로 연결되는 소재였던 바로 그 문이다.

미국대사관은 양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대한제국 시기의 미국공사관과 1971년 대사관저로 지어진 하비브하우스의 사진을 대사관저 맞은 편 인도에 전시했다. ‘하비브하우스’는 1974년 관저를 한옥으로 짓기로 결정한 필립 하비브 전 미국 대사를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황실 도서관으로 지어졌지만 을사늑약 현장으로 아픔이 서린 중명전도 환한 불빛으로 시민들을 반기고 있었다.
밤에 본 덕수궁의 중화전 전경
밤에 본 덕수궁의 중화전 전경 ⓒ박분

밤에 찾아간 궁궐은 어떤 모습일까? 덕수궁 중화문에 이르니 환히 불 밝힌 중화전의 모습과 함께 고즈넉한 궁궐을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덕수궁의 정전인 중화전은 왕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거나 궁중 연회, 사신 접대 등 공식 행사가 이뤄졌던 곳으로 넓게 펼쳐진 앞뜰에 품계석이 즐비하다. 덕수궁은 전통 양식의 전각 외에 서양식 건물도 함께 있음이 큰 특징이다. 대한제국 시절, 1900년에 착공해 지어진 석조전이 대표적이다. 황제의 권위와 근대 국가로서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세워졌다는 석조전은 밤에 보아도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코로나로 잠시 중단 됐었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모두의 가슴을 흠뻑 적신 ‘정동야행’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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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박분 생산일 2022-09-30
관리번호 D0000046338349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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