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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 보고 산책하고, 어르신들의 '집콕탈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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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 성내2동 성안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집콕탈출' 참여기
'집콕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강풀만화거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채
'집콕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강풀만화거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채

골목길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강동구 성내2동 주민자치회가 지난 21일 '집콕탈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활동의 단절로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의 심신안정을 도모하고,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그동안 성내2동은 마음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의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관리사를 배정해 관리사 한 명당 10명의 어르신들을 돌봐 왔으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그림 그리기, 뜨개질 하기, 자살 예방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집콕탈출' 프로그램은 작년부터 준비해 온 것으로, 드디어 지난 목요일 처음 시행됐다. 주민자치회 정기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소모임은 자유롭게 언제든지 모일 수 있도록 원칙을 정해 놓고 활동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첫 번째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어르신들 ⓒ김민채
영화관에서 첫 번째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어르신들 ⓒ김민채

성내2동은 60~80대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라 모임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내 복지분과위원회 임성혁 팀장님과 주민자치회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강동구에서는 안타까운 고독사 사례가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있어, 고독사 위기에 처한 이웃 등을 신고한 주민에게 포상금 3만원씩을 지급하며 고독사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집콕탈출팀 일정과 성안마을 축제에 대해 듣고 있다. ⓒ김민채
어르신들이 집콕탈출팀 일정과 성안마을 축제에 대해 듣고 있다. ⓒ김민채

화요일 오후 전화 벨이 울린다. 성내 복지분과위원회 임성혁 팀장님이다. 성내2동 강풀만화거리 해설사로서 집콕탈출팀 정기모임에 참여해 달라는 전화였다. 어찌나 설레는지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 뛰었다. 필자 또한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해설 활동을 전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요일 오전 9시 30분, 성내2동에 위치한 영화관으로 갔다. 벌써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도착해 있었다. 집콕탈출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성내2동 집콕탈출팀 어르신들이 틀림없었다. 인원 확인 후 집콕탈출팀 단체사진을 찍고 6층에 위치한 6관으로 이동했다.
영화관의 배려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만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민채
영화관의 배려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만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김민채

이날 관람한 영화는 <육사오(6/45)>. 우연히 1등 당첨 로또를 주운 대한민국 육군병장의 순간의 실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넘어간 1등 로또. 1등 로또를 주운 북한 병사와 아슬아슬한 지분 협상과 당첨금 57억원을 수령하는 과정까지 코믹하고 재미있게 그려냈다.

관람하는 내내 어르신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오춘례 어르신(79세)은 "워낙 영화 보기를 좋아해 자주 영화관을 찾곤 했었는데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꾹꾹 참았다. 너무 재미있고 유쾌하다"며 집콕탈춤팀에 참여하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대견해 하신다.
영화 관람 후 다음 장소 이동을 위해 인원을 확인하고 있다. ⓒ김민채
영화 관람 후 다음 장소 이동을 위해 인원을 확인하고 있다. ⓒ김민채

필자 또한 얼마 만에 이렇게 많이 웃었는지 뱃가죽이 아플 지경이었다. 6관 전체가 웃음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누구 하나 옆 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 집콕탈출팀을 위해 영화관 관계자의 배려로 22명의 관람료만 받고 6관 전체를 대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어르신들은 이렇게 집콕탈출팀을 통해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마음이 통하는 이웃과 소모임으로 만난다. 만나서 웃고 수다를 떨다 보면 외로움과 혼자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꾸미골목을 지나 성내전통시장으로 이동 중인 어르신들 ⓒ김민채
주꾸미골목을 지나 성내전통시장으로 이동 중인 어르신들 ⓒ김민채

영화 관람이 끝나고 집콕탈출팀은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성내전통시장으로 이동했다. 어르신들에게 성내전통시장은 일상생활의 터전이고 만남의 장소이며, 가슴속 깊이 삶의 서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70~80대 어르신에게는 영화관에서 전통시장까지의 이동은 쉽지 않은 거리다. 하지만 걷기 힘들어 걸음이 늦은 어르신에게 걸음이 늦다고 타박하는 사람 하나 없이 모두가 천천히 이동해 점심식사를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커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날 식사 메뉴는 주로 따뜻한 국물 위주의 갈비탕과 설렁탕이었는데, 식당 주인 분은 탕에 수육을 듬뿍 넣어 주셨고 국물이 식으면 뜨거운 국물을 덤으로 부어 주셨다. 어려운 시기에 단체 손님을 받은 식당 주인의 고마움의 표시이며, 성내2동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따뜻한 정이다.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에게 어르신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민채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에게 어르신들이 집중하고 있다. ⓒ김민채

어르신 몇 분은 오랜 세월 사용한 이가 부실하거나 소화력이 떨어져 식사하기 불편하셔서 꽤 오랫동안 식사를 하셨지만,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자리를 지키고 계셨고 불평 한 마디 없었다. 집안에만 있으면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데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어르신들은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들고 외로웠던 생활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없었냐는 이야기, 3차 접종 후 확진되었는데 감기처럼 기침과 목 아픔이 증상이 있었지만 잘 지나갔다는 이야기, 곧 독감 예방 접종을 하려고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그동안 닫혀 있던 이야기 보따리가 풀어지니 이야기는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어르신들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조계숙 어르신(70세)은 구미에서 살다가 2년 전 이곳 성내2동으로 이사를 왔는데, 코로나19로 친구를 사귈 수도 이웃과 인사를 나눌 수도 없어 처음에는 너무너무 힘들었지만 주민자치회 활동으로 삶이 얼마나 즐거워졌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전통시장 내 화원에 비치된 꽃의 이름을 확인하며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주민들 ⓒ김민채
전통시장 내 화원에 비치된 꽃의 이름을 확인하며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주민들 ⓒ김민채

갈비탕, 설렁탕 등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드시고, 마지막 일정인 강풀만화거리로 이동했다. 구청에서 발간하는 구보지를 통해 강풀만화거리가 성내2동에 조성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벽화를 보면서 해설은 듣지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강동구청 도시경관과를 통한 해설 예약 방법을 알지 못했으며, 또 함께 해설을 들을 이웃도 친구도 없었다. 때문에 그동안 벽화 내용이 궁금했지만 그냥 골목을 오가기만 하며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벽화 해설을 듣고 있는 주민들 ⓒ김민채
벽화 해설을 듣고 있는 주민들 ⓒ김민채

강풀만화거리는 강동구를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는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 <바보>, <당신의 모든 순간>, <그대를 사랑합니다> 4편을 마을 이야기와 엮어 2013년 9월 성내2동 성안마을에 탄생한 작은 만화 속 세상으로, 골목마다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2022년 작은 만화 속 세상에는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강풀 작가의 작품 <무빙> 속 명대사와 함께 날아가는 오브제 조형 캐릭터들이 골목 곳곳에서 시민을 맞이한다. <무빙>은 올해 말에 디즈니플러스에서 드라마 시리즈로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해설을 듣기 위해 파지 모으는 어르신도 잠시 일손을 멈춘다. ⓒ김민채
해설을 듣기 위해 파지 모으는 어르신도 잠시 일손을 멈춘다. ⓒ김민채

숨은그림찾기 하듯 성내2동의 좁은 골목과 차들이 오가는 골목에 있는 벽화와 오브제 조형물을 찾아 해설을 듣는 일은 어르신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나온 나들이라 마지막 해설까지 다 듣고 기념사진 촬영 후 행복한 마음으로 다음 집콕탈출 정기모임을 기약하며 귀가하셨다.

성내2동의 문제를 마을에 사는 주민 만큼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을의 문제를 아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민자치회에 참여하여 함께 생각을 모으고, 의견을 내고, 문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한다면 가장 좋은, 그리고 가장 정확한 해결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마을의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회 활동에 대해 거주하는 동주민센터에 문의하고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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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 보고 산책하고, 어르신들의 '집콕탈출' 프로그램 - 문서정보 : 원본시스템, 제공부서, 작성자(책임자), 생산일, 관리번호, 분류
원본시스템 내손안에서울 제공부서 뉴미디어담당관
작성자(책임자) 김민채 생산일 2022-09-27
관리번호 D0000046306571 분류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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